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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CSR 우수 중소기업 현장을 가다 ③

지구촌 소외된 어린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다

어린이 돕기로 유명한 중소 보험회사 필로 디레토

  • 이탈리아 밀라노=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지구촌 소외된 어린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다

지구촌 소외된 어린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다
‘괄티에로 벤투라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다리오입니다. 선생님처럼 저도 밀란FC 서포터랍니다. 저희 엄마가 가난해서 저는 한 번도 휴가를 가보지 못했답니다. (그런데 괄티에로 선생님이 일하시는 필로 디레토에서 보내준) 이번 여행은 저의 첫 여행이랍니다. 그래서 정말 대단한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꿈이 이뤄졌어요. 정말 즐겁게 지냈고, 많은 사람을 만났답니다. 제 어려움을 다 잊을 수 있을 정도였어요…. 2013년 6월 22일. 다리오가.’

이탈리아 보험회사 필로 디레토(Filo diretto)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휴가를 다녀온 소년 다리오는 삐뚤삐뚤한 손글씨로 이 회사 대표에게 감사 편지를 썼다. 참가자들이 쓴 이런 감사 편지가 필로 디레토 사무실에 수북이 쌓여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 소도시 아그레타 브리안자 외곽에 위치한 필로 디레토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소 보험서비스회사다. 1987년 설립된 이 회사는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의료 지원과 자동차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시작했고 1993년부터 여행, 집 등 다양한 분야의 보험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직원은 200여 명. 연간 매출은 1100억 원. 전 세계 60여 개 파트너 회사와 협력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이 회사 보험 가입자는 해외에서 사고가 나도 현지에서 지원 서비스를 바로 받을 수 있다.

이 회사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는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과 그 가족을 돕는 것에 집중돼 있다. 1999년 그룹이 필로 디레토 온루스(Filo diretto ONLUS·FO)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온루스는 이탈리아어로 비영리기관이란 뜻이다. 괄티에로 벤투라 필로 디레토 그룹 대표 겸 FO 대표의 말이다.

“필로 디레토 그룹은 비즈니스만 잘해선 안 되고 돈과 기술, 인력을 포함한 회사 자원을 사회에 투자할 도덕적 의무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우리 그룹의 모든 임직원과 외부 협력자들이 우리보다 운이 덜 좋은 사람들을 돕는 데 사회적 책임감을 갖습니다.”



임직원들 사회적 책임 실천

필로 디레토는 이런 회사 이념하에 비영리기구를 출범했지만, 사실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 정하는 데 3년이 걸렸다. 로셀라 로시 마케팅 매니저는 “보험회사로서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해야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가 될지 고민이 많았다. 초기엔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직원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 내부 자원을 활용해 사회를 위해 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소외된 어린이들을 위하는 일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필로 디레토의 사회공헌 활동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이뤄진다. 첫째, 자원봉사를 원하는 회사 직원이 중심이 되고, 협력사나 고객, 일반 자원봉사자가 한 조직을 이룬다. 둘째, 생각보다 실천에 중심을 둔다. 좋은 생각만으로는 실제로 기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언제든 다시 반복할 수 있도록 규격화된 프로젝트를 만들어 여러 사람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들의 사회공헌은 이탈리아뿐 아니라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까지 뻗쳐 있다. 휴가 프로젝트, 의사들의 웃음, 어린이 병원에 컬러 가구 설치 및 실내 디자인 개선, 앙골라·모잠비크·코트디부아르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벤투라 대표에게 편지로 고마움을 전한 다리오 소년이 참가한 것이 바로 휴가 프로젝트다. 병마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일주일간 즐거운 여행을 선사하는 이 프로젝트는 2003년 시작돼 필로 디레토의 가장 성공한 CSR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2014년까지 밀라노 지역에 있는 국립암병원, 사초 병원 등에서 치료받고 있는 300명의 어린 중환자가 이 혜택을 봤다. 한 해 보통 30~40명의 어린 환자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지중해 휴양지 로사노 칼라브로 등지에서 펼쳐지는 일주일의 즐거운 휴가 덕에 아이들은 잠시나마 아픔을 잊을 수 있다.

“휴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병원, 여행사, 항공사, 호텔 등을 섭외해 협조를 얻어야 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모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직원들의 일입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아이들과 일주일간 휴가를 보낼 수 있고, 회사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므로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과 똑같이 인정받기 때문에 서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려 합니다. 그래서 회사는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참가 신청을 받고, 그중 3명을 선발합니다.”

병원의 우중충한 가구들을 밝고 화사한 색상의 가구로 바꿔 어린 환자들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가구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2002년 비메르카테 병원을 시작으로 사초 병원, 국립암병원 소아과병동이 필로 디레토 덕에 병원이 아니라 어린이집처럼 화려하게 꾸며졌다. 여기에 ‘의사의 웃음’이라는 프로젝트도 도입해 병원 분위기를 바꿨다. 담당의사가 어릿광대로 분장하고 진료해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봉사의 기쁨, 업무 만족도 높아져

지구촌 소외된 어린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다

필로 디레토의 괄티에로 벤투라 대표(왼쪽)와 로셀라 로시 마케팅 매니저.

2001년 시작된 앙골라 프로젝트는 중부 간다 지역에서 돈 아드리아노 우쿠아치알리 신부와 협력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간다의 초등학교 건물을 지어주고 난민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직원들이 직접 앙골라 아이들을 후원하기도 하고, 농업 환경 개선을 위해 재정 지원을 하기도 한다.

모잠비크 프로젝트는 영양보급센터를 짓고, 그 지역 아이들에게 응급의료 체계를 지원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또 아이들의 건강과 음식 관리를 위해 가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다. 이 프로젝트가 시행되는 인하마네 지역은 모잠비크 가운데서도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약 1000명의 아이가 이 프로젝트 혜택을 보고 있으며, 주민 1만여 명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CSR 프로젝트에 필로 디레토는 연간 2억 원 정도를 투입한다. 여기에는 해마다 5만 유로(약 6900만 원) 이상 FO에 적립되는 기부금도 포함된다. 필로 디레토는 모든 보험 상품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FO에 내놓는다. 직원들에게 파는 크리스마스 선물 수익을 전액 내놓기도 한다. 또 100명의 보험중개인이 자신의 수수료 가운데 5~10%를 FO에 제공하고 있다.

필로 디레토 직원은 모두 평균 사흘간 FO 이니셔티브에 동참한다. 저마다 판매, 회계, 커뮤니케이션, 구매 등 자신의 전문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를 수 있다.

전략적인 CSR 실천으로 필로 디레토는 몇 가지 이득을 보고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다. 직원들은 사회공헌 등에 참가해 스스로 봉사의 기쁨을 느끼고, 좋은 일을 하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갖는다. 또 고객이나 파트너사 등 이해관계자의 반응도 좋다. 보험회사로는 아주 작은 편에 속하지만, CSR 활동으로 쌓은 명성 덕에 매출이 매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로셀라 로시 매니저는 “2008년 이후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필로 디레토는 더 나은 서비스와 CSR 활동으로 제 나름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로 디레토는 2003년부터 유럽의 유명 CSR 상인 소달리타스 사회상(Sodalitas Social Award) 최종 후보에 4년 연속 올랐고, 2007년 마침내 이 상을 받았다. 수상 이유는 ‘장기 전략을 갖고 여러 해 동안 사회를 위해 효율적으로 기여했기 때문’이었다. 필로 디레토는 유럽 위원회의 2007년 ‘책임 있는 기업가정신’ 보고서에도 우수 사례로 포함됐다.



주간동아 2014.12.15 967호 (p36~37)

이탈리아 밀라노=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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