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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견뎌낸 알자스의 산증인

프랑스 휘겔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역사를 견뎌낸 알자스의 산증인

역사를 견뎌낸 알자스의 산증인

프랑스 알자스 본사 앞에 선 휘겔 후손 3대(왼쪽). 휘겔은 포도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손으로만 수확한다.

역사를 견뎌낸 알자스의 산증인

휘겔의 게뷔르츠트라미너와인.

프랑스 알자스 지방은 러시아 사할린에 맞먹는 북위 49도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게 추운 지역에서 풍부한 과일향을 듬뿍 담은 묵직한 와인이 생산되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것은 모두 서쪽의 보주 산맥이 습기를 머금은 서풍을 막고 동쪽의 라인 강이 기후를 온화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자스는 프랑스에서 건조하고 맑은 날이 가장 많은 천혜의 와인 산지다.

로마는 일찍이 이런 점을 간파하고 기원전 58년 알자스를 와인 산지로 개발했다. 그리고 이 지역을 지키고자 성곽을 세우고 군사기지도 건설했다. 하지만 로마 패망 이후 알자스 역사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서로 가지고 싶어 하는 땅이다 보니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프랑스령과 독일령으로 점령국 또한 여러 번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험난한 삶을 묵묵히 견디며 알자스의 와인 역사를 이끌어온 가문이 있다. 1672년부터 와인을 생산해온 휘겔(Hugel)이다. 20세기 초 병충해로 포도밭이 초토화되고 정치적 격변기에 국적이 네 번이나 바뀌었을 때도 휘겔의 9세손 프레데리크 에밀은 알자스 와인의 명성을 회복하고자 우량 품종 확산에 온 힘을 기울였다. 이어 10, 11세손인 장과 조니 부자는 스위트 와인 생산방식인 늦수확 와인과 귀부(貴腐) 와인을 알자스에서 처음 시도했고 그 규정을 만들어 알자스 스위트 와인이 세계적인 명품 와인으로 도약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휘겔은 이렇게 와인에 대한 선견지명과 열정으로 알자스 와인의 부활과 고급화를 선도해왔다.

지금 12세손이 운영하는 휘겔은 대부분 최고 등급 그랑크뤼인 자사의 포도밭 30ha(30만㎡)와 우수한 테루아르(토양)를 지닌 이웃의 100ha(100만㎡) 밭에서 제초제와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기른 포도를 일일이 손으로 수확해 와인을 만들고 있다. 휘겔의 대표 와인 중 게뷔르츠트라미너 방당쥬 타르디브(Gewurztraminer Vendange Tardive)는 나무에 매달린 채 수분이 말라 당도가 높아진 늦수확 포도로 만드는데, 적절한 단맛과 함께 묵직한 보디감이 일품이며 과일향과 꽃향이 진하게 녹아든 화려하면서도 풍만한 와인이다.

반면 단맛이 전혀 없이 드라이한 리슬링 쥬빌레(Riesling Jubilee)는 완벽한 구조감과 균형을 갖췄을 뿐 아니라 상큼한 산미와 세련된 부케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우아한 와인이다. 리슬링 쥬빌레는 기후가 좋은 빈티지에서만 생산되는 와인으로 가격은 12만 원대이고, 게뷔르츠트라미너 방당쥬 타르디브는 17만 원대로 두 와인 모두 우리 음식과 잘 어울린다. 특히 한정식에 곁들이면 음식의 고급스러움이 한층 더 살아난다.



가격 부담을 덜고 휘겔 와인을 즐기려면 3만 원대 정티(Gentil)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잊혔던 알자스 전통 블렌딩 기법을 휘겔이 되살려 만든 이 와인은 리슬링의 상큼함과 뮈스카의 향긋함, 실바너의 신선함, 그리고 게뷔르츠트라미너의 톡 쏘는 매콤함이 잘 어우러져 있다. 식전주로도 손색없지만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국물이 많거나 너무 맵거나 비린 음식만 아니라면 정티는 특유의 향긋함과 산뜻함으로 한식과 대부분 무난한 조화를 이룬다.

송년회가 많은 12월, 험난한 역사를 꿋꿋하게 버텨온 휘겔 와인으로 연말 모임을 장식해보는 것은 어떨까.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자는 취지에 잘 어울리는 와인이 돼줄 것이다.



주간동아 2014.12.15 967호 (p74~74)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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