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6

2014.12.08

과메기… 돌문어… 겨울 찬바람에 제맛이 난다

포항시 구룡포항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4-12-08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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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메기… 돌문어… 겨울 찬바람에 제맛이 난다

    경북 포항시 구룡포항의 과메기.

    동해안에 삐죽 튀어나온 경북 포항의 호미곶은 천혜 어장이다. 구룡포항은 전국 대게의 50% 이상이 잡히고 오징어도 20%에 이른다. 꽁치와 청어도 오랫동안 구룡포항이 주산지였다. 호미곶 주변 대보항은 돌문어 산지로 유명하다.

    겨울은 바다 것들이 가장 맛있는 계절이다. 명태, 조기와 더불어 조선의 3대 생선이던 청어를 구덕구덕하게 말린 관목청어(貫目靑魚)에 관한 기록이 17세기에 등장할 정도로 오래된 먹을거리였다. 1950년대 이후 청어가 한반도에서 사라지자 청어와 비슷한 꽁치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국내산 꽁치도 귀해진 80년대 원양꽁치가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꽁치과메기의 대중화가 시작된다.

    예전에는 과메기를 김치에 얹어 먹었지만 포항 시내에 있는 ‘해구식당’에서 본격적으로 과메기를 팔면서 다시마와 김, 쪽파 등을 함께 먹는 방식이 생겨났다. 과메기는 거의 구룡포에서 생산된다. 구룡포 해안도로 뒤쪽에는 꽁치 전문점 ‘실내식당’이 있다.

    1980년대 꽁치과메기가 본격화하면서 꽁치는 구룡포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생선 가운데 하나가 됐다. 쫀득하고 고소한 과메기를 다시마, 김 같은 감칠맛이 많은 재료와 함께 먹는 것은 겨울철 최고의 미식이다. 꽁치추어탕도 유명하다.

    고래 고기로 유명한 ‘모모식당’도 있다. 바다에 사는 포유류 고래는 고기 맛이 쇠고기와 비슷하다. 재료 질이 곧 맛으로 직결된다. 고래를 직접 구매해 식당에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도매로 전국에 유통하는 ‘모모식당’의 고래 고기는 다양하고 신선하다. 고래 특유의 향을 느낄 수 있는 목덜미 부분 우네와 가슴살, 옆구리살, 아가미살, 껍질, 내장, 꼬리, 간 등을 수육과 육회, 전골 등으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구룡포항 앞 복골목은 함흥 피난민들이 시작한 복집으로 가득했으며, 여전히 복식당 5곳이 남아 있다. ‘함흥식당’과 ‘동림식당’이 유명하다. 이곳에선 근처에서 잡히는 싱싱한 밀복을 주로 쓴다. 콩나물만 넣고 끓여낸 맑은 밀복탕은 해장으로 제격이다.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복어의 살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과메기… 돌문어… 겨울 찬바람에 제맛이 난다

    경북 포항시 대보항 ‘등대횟집’의 돌문어(왼쪽)와 ‘까꾸네 모리국수’의 모리국수.

    ‘까꾸네 모리국수’도 빼놓을 수 없는 구룡포 맛집이다. 음식은 무조건 2인분 이상만 판다. 양이 엄청 많기 때문이다. 커다란 양은냄비에 홍합과 아귀 같은 해물을 넣고 면과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다. 얼큰한 모리국수에는 시원한 구룡포 막걸리가 제격이다. 뱃사람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 외식으로 탄생한 것이다.

    주변의 ‘철규분식’도 유명하다. 찐빵과 단팥죽은 물론, 근처 수제 국수공장 제일국수에서 만든 고소한 면발로 시원한 국수를 말아낸다.

    구룡포 과메기가 유명해진 것은 겨울에 부는 돌개바람 덕분이다. 적당히 차갑고 강한 돌개바람은 반건조 과메기를 말리는 데 일등공신이다. 그 바람으로 말리는 제일국수의 면도 좋다.

    구룡포항에서 호미곶으로 가는 길에 자리한 대보항은 전국 돌문어의 12%가 잡히는 곳이다. 대보항에서 처음 돌문어를 음식으로 팔기 시작한 ‘등대횟집’은 경매인이 직접 운영한다. 2~3kg의 돌문어는 부드러우면서도 특유의 탄력이 있다. 입구 수족관에는 문어가 가득하다. 주문하면 살아 있는 문어의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으로만 간을 한 물에 삶아낸다. 대보항 문어 요리는 문어가 해안으로 몰려드는 12월부터 제철이다. 대보항 근처 암초들은 돌문어가 가장 좋아하는 서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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