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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Global Asia - 주간동아 특약 | 동북아 냉전 부활하나

적극적인 몸싸움 ‘중국의 속마음’

‘No. 2’ 힘으로 기존 질서 도전 거침없는 행보

  • 주펑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번역·강찬구 동아시아재단 간사 ckkang@keaf.org

적극적인 몸싸움 ‘중국의 속마음’

적극적인 몸싸움 ‘중국의 속마음’

11월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우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지정학이 다시 한 번 세계를 덮치고 있다.” 저명한 국제안보 전문가 월터 러셀 미드 바드대 교수가 얼마 전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남긴 주장이다. 최근 불거진 관련 논쟁의 핵심 화두가 중국임은 첨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국이 지금 취하고 있는 행보와 앞으로 취하게 될 행동이 지정학 논쟁의 복판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렇듯 중국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진 데는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무능력도 한 원인이다. 미국이 약해진 틈을 타 중국과 러시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시각이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연이어 벌어진 긴장 상황이 한몫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마디로 중국을 ‘기존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국가’로 상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중국이 일부 쟁점에서 잡음을 만들 수는 있을지언정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과연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울까.

1949년 중국공산당이 중국 전역을 석권한 이래, 현대 중국 역사는 79년을 기준으로 둘로 나뉜다. 이전에는 기존 국제 질서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강했지만, 개혁·개방에 나서면서 이러한 태도는 분명 크게 줄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역사 문제가 영토 분쟁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이야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국제사회에 뒤늦게 발을 내디딘 중국은 현대식 국제 규범에 따른 영토 분계선을 확실하게 획정하지 못했다. 예컨대 남중국해 도서분쟁만 해도 그렇다. ‘역사적 권리’에 근거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현대 해양법 체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공산당 일당체제 유지에 도움

역사 문제 말고도 불안한 부분은 또 있다. 최근 중국과 미국 정찰기가 서로 근접 비행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를 낳은 사례는 두 나라 간 긴장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은 자국 주변에서 미국이 행하는 감시활동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항공기 운항과 항해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전형적인 지정학적 몸싸움이다.



최근 들어 미국에 대한 중국 측 인사들의 불만도 더욱 확연해졌다. 중국 정부 관료나 외교관은 대부분 미국이 위선적이라고 대놓고 이야기한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패권에 맞서기를 두려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20여 년간 지속된 현대화를 통해 한층 강화된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욕망이 뒤엉킨 표현이다. 중국 내 일부에서는 자신들이 힘을 과시하면 미국이 고삐를 늦출 것이라는 환상을 품고 있는 것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역설적이게도 중국과 일본, 중국과 미국 간 이러한 지정학적 긴장은 중국공산당이 일당체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국제적 대결구도가 시진핑 주석이 대중적 지지를 얻는 원천으로 작용해 국내 정치를 주도할 정치적 자산이 돼주는 셈이다. 시 주석은 기본적으로 실용주의적 지도자이지만, 개성과 자신감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세대의 정치지도자이기도 하다. 특히 그의 외교정책에는 중국 특유의 ‘독선’도 일부 담겨 있는 듯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따져보면 중국이 현재 미국이 이끄는 세계 질서에 도전하기를 꿈꾸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분쟁 중인 영토의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와 그 과정에서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전략에 맞설 실력,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군국주의 회귀 움직임에 대한 강력한 대응 정도다. 시진핑 정부가 미국에 직접적으로 도전할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데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이 지정학적으로 분열되는 신(新)냉전 무대가 된다면 이는 오히려 중국 국익에 치명적일 수 있다. 중국이 판을 흔들고자 해도 그 한계가 명확한 것이다.

정작 염려스러운 점은 두 나라 사이에서 점차 짙어가는 적대적 분위기 자체다. 해양 분쟁 과정에서 중국의 과격한 행동이 도마 위에 오르면 이를 지켜보는 워싱턴 정책 결정자들의 시선은 한층 적대적으로 변하고, 그에 따라 베이징 역시 미국의 전략적 압박에 인내심을 잃는 일이 반복된다. 4월 아시아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에서 시 주석이 남긴 “아시아는 아시아인의 것”이라는 발언은 그 단적인 사례다.

따지고 보면 중국은 그간 미국 중심의 질서에 도전하려는 욕구와 이에 편입되려는 욕구 사이에서 갈등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게 될 것이다. 특히 자원 문제만 봐도 그렇다. 중국은 이제 석유나 가스 같은 천연자원에서부터 자국산 제품을 판매할 해외 시장까지 글로벌 경제체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심해진 상태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세계 질서 속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돼 스스로의 이익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중국 처지는 기존 질서를 뒤엎는 도전자라기보다 그 안에서 더 많은 성과를 추구하는 경쟁자에 가깝다는 뜻이다.

베이징의 속뜻과 국민의 인식

중국이 성숙한 대국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간 미국이나 그 동맹국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자유주의 세계 질서의 힘을 수용하는 태도를 취한 바 있다. 대(對)이란 경제제재에 동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보면 과거 유럽의 냉전 질서로 회귀하려는 듯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중국으로서도 오히려 염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만일 푸틴이 중앙아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냉전게임을 시도한다면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중국이다. 베이징의 정책결정자들은 그러한 상황전개가 자신들에게도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특이한 인식’을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얼마나 수용해주느냐다. 미국 중심의 기존 질서에 불만을 제기하는 듯한 중국 측 목소리를 섣불리 오해하거나 의심하는 대신, 중국 역시 궁극적으로는 그러한 세계 질서를 활용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사실을 전략적으로 확신해야 한다. 베이징 정책결정자들의 속뜻과 국민의 인식을 꿰뚫어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중국의 국내 정치에는 언제나 논란거리가 산적해 있고, 국가지도부는 언제든 주변국에 대한 적대감을 증폭해 이를 돌파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한 상황을 막으려면 중국과 미국 모두 능란하면서도 지속성 있는 외교적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은 선을 넘지 않는 법을 알아야 하고, 반대로 미국은 중국 측의 그러한 ‘선 안의 행동’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지정학이 위험하게 작동하는 이 지역에서 섣부른 적개심이 악순환을 보이며 증폭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영어 원문은 www.globalasia.org/Issue/ ArticleDetail/581/geopolitics-and-chinas-response-be-a-co-operator-and-a-competitor.html 참조).



주간동아 2014.12.01 965호 (p30~31)

주펑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번역·강찬구 동아시아재단 간사 ckkang@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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