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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4%대 지지율… 안철수 ‘시련의 계절’

당내 입지 좁아지고 측근들 다 떠나고…뒤늦게 소통 강화에 안간힘

  • 손영일 동아일보 기자 scud2007@donga.com

4%대 지지율… 안철수 ‘시련의 계절’

4%대 지지율… 안철수 ‘시련의 계절’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1 새정치민주연합을 출입하는 A기자는 최근 안철수 의원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문자메시지에는 ‘어제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강변(강연재 변호사)과도 많은 이야기 나누신 것 같군요. 쌀쌀한 가을날 감기 조심하세요. 고맙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A기자가 안 의원과 관련된 기사를 쓰자 피드백을 보낸 것. 안 의원은 요즘 자신에 관한 기사를 쓴 기자에게 그 내용이 크든 작든 꼬박꼬박 문자메시지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과거에는 결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2 안 의원 보좌진들은 요즘 언론사와의 식사 일정을 잡느라 분주하다. 안 의원이 최근 각 언론사 국회 야당팀과 식사자리를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이 기자단 차원이 아닌 개별 언론사를 돌아가며 식사자리를 갖는 것은 2012년 9월 대통령선거(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처음이다.

최근 안 의원의 달라진 모습이 화제다. 안 의원은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언론은 물론 당내 인사, 그리고 자신을 도왔던 외곽 그룹과의 스킨십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이런 안 의원의 행보에는 그만큼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묻어난다.

안 의원은 7·30 재·보궐선거(재보선) 패배 후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불참을 선언했다. 당과 거리를 두면서 당내 입지가 극도로 좁아진 상황이다. 안 의원을 돕던 인사들도 하나 둘씩 떠났다. 재보선을 기점으로 측근인 금태섭 전 대변인과 결별했으며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안 의원의 싱크탱크 노릇을 했던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안 의원 측 한 인사는 “지금 안 의원 주변에는 중량급 인사가 아무도 없다. 꼬마들만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안철수 위기론’ 확산



한때 30%대였던 안 의원의 지지율도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야권에선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에 이어 3등으로 추락한 지 벌써 수개월째다. 최근 장외 기대주였던 반기문 유엔총장이 장내에 상정되면서 4%대까지 떨어졌다. 한길리서치가 10월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의원의 지지율은 4.2%로 여야 차기 주자 가운데 5위에 그쳤다. 반 총장(39.7%)의 8분의 1, 박 시장(13.5%)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설화(舌禍)도 있었다. 안 의원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돌아보면 제 전문 분야가 아닌 ‘정치개혁’을 들고 나온 것이 후회된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즉각 당내에선 “안 의원이 자기부정을 하고 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안 의원은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진의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내우외환이 잇따르면서 이대로는 대권 도전이 어렵다는 ‘안철수 위기론’이 당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한 중진의원은 “안 의원이 통합을 한 뒤 특유의 정치적 신선함이 사라졌다”며 “특히 당대표를 하는 4개월 동안 잇단 시행착오로 야권 지지자들에게 많은 실망을 줬다”라고 지적했다.

“정치인에게는 연습이 없다. 결과물로 곧바로 평가를 받는다. 국민은 정치인이 공부하고 완전히 정치를 익힐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당원이나 야권 지지자들이 안 의원에게 한 번은 더 기회를 주겠지만 그때도 지금과 같다면 정치인 안철수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새정치연합은 조강특위를 구성한 뒤 지역위원장 선정을 위한 심사 작업에 착수했다. 내년 2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겨냥해 예비후보군들이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당권주자 가운데 가장 앞서 있는 이는 문재인 비대위원.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비노(비노무현)계 측에선 마땅한 대항마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대구에서 고군분투하는 김부겸 전 의원, 호남 맹주인 박지원 비대위원이 거론되지만 이들이 비노 단일후보가 될 개연성은 낮다.

비노 진영 일각에선 안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서 문 비대위원과 정면대결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안 의원은 당권 출마설과 관련해 “그건 내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안 의원 측 핵심 인사는 “비노의 수장이 돼 친노 문재인과 대결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치러진 원내대표 보궐선거에서 비노의 한계를 보지 않았느냐. 안 의원이 비대위와 조강특위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도 지금 들어가 봐야 계파 싸움밖에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계파를 뛰어넘어야 안 의원도 다음을 노릴 수 있다.”

안 의원 측에선 비록 문 비대위원이 당권을 잡더라도 다시 한 번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 또 다른 안 의원 측 인사는 “문 비대위원이 당권을 잡는다고 20%대 초반의 당 지지율이 갑자기 30%대로 급등하겠느냐”며 “내년 하반기에 당이 요동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선이 가까울수록 현재 지도부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여론이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올 것이다. 거기에 친노 패권주의가 부각되고 일부 인사의 돌출행동이 나오면 문재인 대표도 견디기 쉽지 않다. 그러면 결국 새로운 얼굴을 내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나올 것이다. 그 사람이 외부 인물이 될 수 있고, 안 의원이 될 수도 있다.”

조직 정비하며 측근 추스르기 한창

4%대 지지율… 안철수 ‘시련의 계절’

새정치민주연합 비노무현계 일각에선 안철수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서 문재인 비상대책위원과 정면대결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위).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직을 최근 사퇴한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안 의원이 당과 거리를 두자 정치권에선 안 의원이 탈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안 의원 측은 “우리가 만든 당인데 우리가 왜 떠나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안 의원은 주위 억측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흐트러진 조직을 정비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 의원은 10월 28일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임시이사회를 개최했다. 대권후보를 겨냥한 구색 맞추기식 정책백화점에서 벗어나 경제와 교육 등 안 의원이 잘할 수 있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분야에 선택과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슬림화한다는 방침이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대선 준비용 항공모함이 아니라 기동성이 뛰어난 유보트(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잠수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월부터는 본격적인 현장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체험 삶의 현장’처럼 보여주기 식에 그치지 않고 먹고사는 문제를 정책과 입법으로 구체화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적잖은 인사가 안 의원을 떠났고 그나마 남아 있는 사람도 예전만큼 안 의원에게 열광적이지 않다. 정책네트워크 내일에 참여하는 인사들을 모으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의식한 듯 안 의원은 대선 때 자신을 도왔던 실무급 인사들과 식사자리를 갖고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할 계획이다.

안 의원의 장인이 10월 28일 숨지자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김한길 전 대표와 문재인, 정세균 비대위원 등이 잇따라 상가를 찾았다. 그동안 안 의원과 소원했던 안 의원 측 인사들도 조문을 와 안 의원과의 관계가 자연스레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얼마만큼 이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과거 안 의원을 도왔던 한 인사는 “결국 안 의원 본인에게 재기 성패가 달렸다”고 꼬집었다.

“나는 여전히 정치인 안철수가 성공하길 바란다. 하지만 정치인 안철수의 성공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내가 안 의원을 도운 것은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아닌 제3세력에 대한 열망과 새 정치의 가치 때문이었다. 내가 안 의원의 가족이나 친구는 아니지 않느냐. 안 의원이 얼마만큼 과거 실패를 복기해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느냐가 중요하다.”



주간동아 2014.11.03 961호 (p22~23)

손영일 동아일보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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