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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통합 4연패 신화 쓰자”

페넌트레이스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 도전장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삼성 “통합 4연패 신화 쓰자”

삼성 “통합 4연패 신화 쓰자”

10월 15일 대구에서 열린 LG전에서 승리하며 사상 최초로 4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한 삼성이 홈팬들 앞에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프로야구를 창설하며 대그룹 총수의 고향으로 각 팀 연고지를 정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상황이 순조롭지 않았다. 호남은 삼양사와 금호그룹이 연이어 거절해 해태가 맡았다. 인천도 현대그룹이 1순위였지만, 대한체육회장을 맡고 있던 정주영 회장이 1988 서울올림픽 개최에 전념해야 한다며 사양해 결국 삼미가 창단됐다.”

한국 프로야구 창설을 주도했던 이용일(83) 한국야구위원회(KBO) 초대 사무총장이 남긴 회고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무렵 일찌감치 대구를 연고지로 정했던 삼성그룹 역시 우회적으로 난색을 표하기 시작했다. 당초 약속과 계획은 국내 최고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프로리그였지만, 미디어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MBC에 서울을 내주고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굴지 대기업들이 연이어 참여를 거부하면서 삼성 역시 우려를 내비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에다 정부 차원의 설득이 맞물려 삼성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함께했다. 이 시기는 삼성 연고지인 대구·경북 야구의 전성기였다. 황규봉, 이선희, 이만수, 서정환, 천보성, 장태수 등 최고 선수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김시진과 장효조는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참가와 군복무로 원년부터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삼성은 우승 1순위였다.

삼성은 그룹 내 다른 부문에서도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1등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한국시리즈 우승은 이후 20여 년이 지난 2002년에야 처음으로 차지했다. 1985년 페넌트레이스 전후기 통합 1위로 한국시리즈 없이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특히 원년에는 큰 경쟁 상대라고 생각지 않았던 해태가 가을야구,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자유계약선수(FA)와 외국인 선수 영입도 모자라 해태 명장 김응용 감독을 영입한 후에야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 수 있었다.

류중일 감독 “어떤 팀 만나도 자신”



그리고 2014년 삼성은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던 해태의 대기록에 도전한다. 그동안 현대와 SK 등 한 시대를 지배한 최고 강팀도 실패한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 그것이다. 특히 삼성은 해태도 넘보지 못했던 4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와 한국시리즈 정상, 통합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태는 1986년부터 89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80년대와 90년대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지 못했던 삼성은 2011년 류중일 감독 취임 이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2010년대 최고 강팀 삼성은 과연 그동안 어떤 팀도 다가서지 못한 해태의 한국시리즈 4연패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2010년대는 삼성 시대”라고 선언한 바 있다. 올해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한 후에는 “통합 4연패는 의미가 매우 큰 기록이다. 어떤 팀을 만나든 최고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객관적인 데이터에서 나온다. 프로야구에서는 2001년 이후 페넌트레이스 1위 팀이 모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짧은 휴식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발과 연투에 능한 불펜이 희소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삼성 “통합 4연패 신화 쓰자”

4월 13일 복귀전에서 깔끔한 마무리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삼성 임창용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현재 포스트시즌 제도는 3위와 4위가 맞붙는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 승자가 다시 2위와 플레이오프(5전3선승)를 치르고, 그 시리즈에서 이긴 팀이 1위 삼성과 7전4선승제 한국시리즈에서 만난다. 어떤 팀이든 체력 부담을 안은 상태에서, 특히 투수력에 큰 상처를 안은 채 삼성과 혈투를 치러야 한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일부 전력의 부상과 종종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는 임창용이 변수지만 릭 밴덴헐크, J. D. 마틴, 장원삼, 배영수, 윤성환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발진에 불펜에는 안지만이 자리한 삼성이 통합 4연패를 차지할 공산이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선발투수는 4명으로 운영할 수 있다. 삼성은 수준급 선발투수가 1명 더 있다. 류 감독이 한 경기에 2명의 선발요원을 연이어 투입하는 ‘1+1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타선 역시 막강하다. 리드오프 야마이코 나바로(타율 0.308·31홈런)에 이승엽(타율 0.308·32홈런), 최형우(타율 0.356·31홈런)가 버틴 중심 타선이 압도적이다. 도루 53개를 기록한 김상수 덕에 기동력도 뒤지지 않는다. 박한이(타율 0.331), 채태인(타율 0.317) 등 다른 수준급 타자 역시 즐비하다.

공격력의 변수는 박석민(타율 0.315·27홈런)의 회복 속도다. 시즌 말 옆구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돼 일본에서 집중 치료를 받은 그는 현재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10월 4일 이후 실전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한국시리즈까지 약 1개월의 공백이 생겼다. 이승엽, 최형우, 채태인까지 모두 좌타자인 삼성 타선에서 우타 거포인 박석민의 구실이 매우 크다. 그가 한국시리즈 초반 얼마만큼 빨리 실전 감각을 찾느냐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막강 공수에 임창용까지 보유

또 한 가지 변수는 마무리 임창용이다. 38세 나이에 메이저리그 도전을 뒤로하고 한국에 복귀한 그는 시즌 5승4패31세이브를 기록하며 일본으로 진출한 오승환의 공백을 메웠다. 31개라는 세이브 숫자는 만족할 만하지만 방어율은 5.84로 매우 높은 편. 집중타를 맞고 대량 실점을 한 경기가 자주 있었다는 뜻이다. 승리를 날려버린 블론세이브(blown save·세이브 상황에서 동점이나 역전 허용)도 9경기나 된다.

임창용의 구위는 여전히 정상급이다. 그러나 각 팀 전력분석 요원들은 공통적으로 “전성기 때와 달리 당일 컨디션에 따라 공 끝의 위력과 제구력에 큰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이효봉 위원은 “임창용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위기 상황에서도 배짱 있게 자기 공을 던진다는 점이다. 더 젊었을 때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인파이터로 붙어 이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필요한 경우 아웃복싱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11월의 영상 7도는 1월의 영하 7도보다 더 춥게 느껴질 때가 많다. 팔꿈치 수술경력이 있는 투수들은 특히 추위에 민감하다. 임창용이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오르느냐에 따라 시리즈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에서 블론세이브가 주는 충격은 페넌트레이스 때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 임창용은 10월 28일 치른 KT와의 연습경기에서도 1이닝 동안 4안타 2실점했다.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이뤄진 등판이었지만 불안은 더 커졌다.

그간 삼성이 이어온 통합 3연패에는 오승환의 구실이 매우 컸다. 오승환 없는 한국시리즈는 류 감독으로서도 처음이다. 마무리 투수를 얼마만큼 신뢰하면서 투입하느냐, 반대로 얼마나 빨리 포기하고 강판하느냐 결정은 감독에게 주어진 몫이다. 그러나 올해는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던 오승환 대신 자주 불안감을 보였던 임창용이 삼성의 마무리다. 무척이나 계산이 까다로운 이 변수를 뚫고 삼성은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2014년 가을야구를 지켜보는 팬들의 숨결이 가빠지고 있다.



주간동아 2014.11.03 961호 (p46~47)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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