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1

2014.11.03

‘게이 커플’서 ‘비즈니스 파트너’로

외모와 성향 정반대 두 사람 여전히 합리적 관계 유지

  • 이수지 명품칼럼니스트 sognatoriszq@naver.com

    입력2014-11-03 0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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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빅터앤롤프(Viktor&Rolf)’ ‘프로엔자슐러(Proenza Schouler)’.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바로 듀오 디자이너가 운영한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돌체앤가바나는 명실상부 럭셔리 월드의 한 축을 차지하는 브랜드다.

    두 디자이너의 인연은 도미니코 돌체(Dominico Dolce)가 일하던 브랜드에 스테파노 가바나(Stefano Gabbana)가 이력서를 넣으면서 시작됐다. 돌체는 가바나에게 패션 스케치를 가르치며 친분을 쌓아나갔다.

    “우리는 아주 다른 2개 관점에서 시작한다. 그가 왼쪽에서 시작하면 나는 오른쪽에서 시작하는 식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가운데서 만난다”는 가바나의 말처럼 외모와 성향이 정반대인 두 디자이너는 서로에게 매혹됐고, 1982년부터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85년 10월에는 이탈리아 밀라노 컬렉션 기간 중 신인 디자이너 그룹의 일원으로 첫 무대를 장식했고, 이듬해 첫 여성복 컬렉션을 통해 관능적이고 섹시한 의상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패션월드’에서 이들은 오랫동안 사랑의 동반자이자 사업 파트너로 관계를 유지해 눈길을 끈 ‘게이 커플’이었다. 가십과 유혹이 많은 업계에서 20년 동안 관계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5년 두 사람은 결별을 선언했고, 비즈니스 파트너로만 관계를 이어간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과거에는 커플의 결별이 브랜드 매출 급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Diane von Furstenberg)의 경우 1973년 사업적 동반자인 남편 에곤과 결별한 뒤 브랜드 매출이 급락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인 관계가 끝나도 사업 파트너로서 관계를 이어가며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장인정신이 강하고 뛰어난 테일러링 기술을 보유한 돌체와 엘레강스한 스타일 분야에 타고난 가바나는 결별 후에도 최근까지 럭셔리하고 창조적인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 입지에는 변함 없어

    돌체앤가바나 커플의 연인 관계는, 다른 많은 경우가 그러하듯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 됐을 수 있고 아이디어 발산의 기폭제도 됐을 것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서구 문화에서 자라난 덕분일까. 아니면 오랫동안 함께 비즈니스를 해왔기 때문일까. 이제는 두 사람이 함께 손을 잡고 나오는 패션쇼 피날레는 볼 수 없지만, 패션계의 많은 우려와 달리 돌체앤가바나 브랜드 입지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어땠을까. 우리나라에는 아직 커플의 이혼이나 결별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 시선이 많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돌체와 가바나처럼 실리적이고 합리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성공을 위해서라면 사적 결별쯤은 제쳐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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