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1

2014.11.03

두 차례 기미가요 제정신이냐

JTBC ‘비정상회담’서 군국주의 상징곡 사용 시청자 분노 폭발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4-11-03 09: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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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차례 기미가요 제정신이냐

    JTBC ‘비정상회담’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매회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출연해 입담을 뽐내는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 대형 사고를 쳤다. 10월 27일 방송에서 일본 배우 다케다 히로미츠가 등장할 때 배경음악으로 ‘기미가요’를 내보낸 것. 이날 방송은 화기애애하고 유쾌한 분위기로 마무리됐지만, 방송이 끝나자마자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 징계는 물론이고 프로그램도 폐지해야 한다”며 비난이 폭주했다. ‘기미가요’가 무엇이기에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화가 난 것일까.

    ‘비정상회담’은 프로그램 특성상 매회 다국적 출연진이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그 나라 국가나 노래를 내보낸다. 언뜻 봐서는 일본인이 등장할 때 일본 국가를 트는 게 큰 문제가 없을 듯하다.

    그러나 ‘기미가요’는 일본 군국주의 상징으로, 일제강점기 황국신민화정책의 일환으로 우리 조상에게 강제로 부르게 한 곡이다. 주요 가사는 ‘천왕의 통치시대는 천년만년 이어지리라. 모래가 큰 바위가 되고, 그 바위에 이끼가 낄 때까지’로 일왕의 통치가 영원하기를 염원하는 내용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미가요’ 사용이 금지됐다 1999년 다시 일본 국가로 법제화됐지만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많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는 일본 침략전쟁의 상징인 곡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며 제창을 거부한 교사들이 징계를 받아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일본 내 극우단체 회원들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며 이 곡을 부른다.

    2009년 개그우먼 조혜련도 일본 방송 프로그램에서 ‘기미가요’를 부르는 가수의 무대를 보며 박수를 쳤다가 논란이 돼 사과했다. 그는 이듬해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나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만약 알면서 그랬다면 방송을 그만둬야 한다. 일본 적응과 활동에 급급해 중요한 부분을 놓쳤다”고 해명했다.

    ‘비정상회담’ 제작진은 10일 27일 방송 직후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시청자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10월 28일 오후 2차 사과문을 발표하고 “‘일일 비정상’ 출연자의 등장 시 사용한 배경 음원은 그 선택이 신중하지 못했다. 각 나라의 상징에 대한 국민 정서와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잘못을 인정한다. 진심을 담아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당장 폐지하라” 비난 쏟아져

    그러나 프로그램 첫 회(7월 7일) 방송에서도 ‘기미가요’를 튼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비판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방송 다음 날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비정상회담 폐지 청원에는 1만5307명이 서명했다. ‘CBS노컷뉴스’ 10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프로그램 제작 협찬사였던 카카오그룹과 LG그룹은 사건 이후 프로그램의 제작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한편으로는 “이때다 싶어 프로그램을 물어뜯느냐. 잘못한 건 알겠지만 프로그램 폐지까지는 너무하다” “나도 기미가요가 뭔지 모르는데 그게 문제냐”는 옹호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방송에서 기미가요가 나왔다는 사실보다 그게 뭐 어떠냐는 반응이 더 충격적이다” “기미가요가 나치 군가나 다름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많나”라는 아연실색한 반응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설전이 오가는 중이다. 이 와중에 한 누리꾼이 쓴 “기미가요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우리 조상들이 저 노래를 듣지 않기 위해 청춘과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다”라는 댓글이 널리 퍼지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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