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8

2014.10.13

첫 가을야구 NC, 이유 있는 돌풍

창단 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쾌거…투타 조화 공룡군단 ‘신화창조’ 예고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입력2014-10-13 11:4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첫 가을야구 NC, 이유 있는 돌풍

    창단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NC 다이노스의 김경문 감독.

    삼성과 현대·기아자동차, LG, SK, 롯데, 두산, 한화 등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대그룹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단 2년 만에 선두권 업체로 발돋움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높은 진입 장벽과 견제를 넘었다 해도 치열한 경쟁 과정에서 생존 자체가 매우 힘들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 시장에서 그 기적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2013년 1군에 데뷔한 제9구단 NC 다이노스가 10월 3일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따냈다. 4일 다시 승리를 추가해 66승(1무 54패) 고지에 오르며 시즌 3위까지 확정했다.

    창단 3년 만에 이른 큰 성과다. 1982년 창단한 지역 라이벌 롯데와 프로야구 전통의 강호 KIA,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이라는 두산도 초대받지 못한 ‘가을야구’에 신생팀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 프로야구는 1군 등록 선수가 26명이다. 그러나 26명으로 시즌을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강팀이라면 1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선수 40명 안팎이 필요하다. 그만큼 장기 레이스가 주는 체력 문제와 부상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농구나 배구의 경우 대형 신인을 영입한 신생팀이 단숨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지만 야구는 워낙 선수가 많아 진입 장벽이 그만큼 높다.



    역대 순수 창단 팀은 모두 1군 1~2년 차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6개 팀(OB, 삼성, MBC, 해태, 롯데, 삼미)을 제외한 순수 창단 팀 1호인 빙그레는 86년 첫 해 3할에 미치지 못하는 0.290(108경기 31승 76패 1무) 승률로 최하위(7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3번째 시즌인 88년 김영덕 2대 감독이 팀을 2위로 이끌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록한 빙그레는 이듬해인 89년 창단 4년 만에 페넌트레이스 1위에 올랐다. 94년 팀 이름을 한화로 바꿨고 데뷔 14시즌 만인 99년 마침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두 번째 창단 팀 쌍방울은 1군 데뷔 5시즌 동안 중·하위권을 맴돌다 1996년 2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무엇보다 두 팀은 모두 80년대에 창단했지만, NC는 20여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2010년대 프로야구 팀들과 경쟁해야 했다.

    높은 진입 장벽과 견제 넘어

    기자는 2011년 여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의 선수 공개 선발 오디션 현장을 취재한 바 있다. 프로에 지명받지 못했거나 가까스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지만 몇 년 안 돼 소리 없이 사라진 많은 이가 하는 마지막 도전이었다.

    그 오디션에서 뽑힌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당당히 주전 마무리 투수로 NC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힘을 보탠 김진성이다. 김경문 감독은 2004년 SK에 입단했지만 1군에서 단 1개의 공도 던지지 못하고 이 팀 저 팀 옮겨 다닌 김진성에게 “감동적인 성공 스토리를 꼭 보고 싶다”며 파격적으로 마무리를 맡겼다.

    NC는 2011년 신인 선발과 공개 선발, 방출 선수 영입에 2차 드래프트, 그리고 각각 10억 원의 이적료를 지급한 특별지명 선수 8명으로 56명을 채웠다. 그리고 자유계약(FA) 선수 이호준, 이현곤과 계약하며 58명으로 2012년 훈련을 시작했다.

    ‘부잣집’ 삼성과 KIA를 압도할 수 있는 화끈한 투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매우 치밀한 전략이 숨겨져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이호준은 해태와 SK에서 우승해본 선수다. SK에서는 주장도 했다. 공을 못 쳐도 좋다. 주장으로 리더십을 보고 영입한 것”이라며 첫 만남부터 무한 신뢰를 줬다. 이현곤에게는 그동안 쌓은 상대 타자 타구의 특성, 주자의 버릇 등 수비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NC는 2013시즌 초반 젊은 선수들의 연이은 실책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KIA와 한화를 제치고 최종 7위로 1군 데뷔 무대를 마쳤다.

    가장 큰 경쟁 상대로 자리매김

    첫 가을야구 NC, 이유 있는 돌풍

    NC 다이노스의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베테랑 이호준, 이종욱, 손민한(위부터).

    2013시즌 말 상위권 몇 개 팀은 NC 외국인 투수 찰리에게 관심을 보였다. 방어율 1위를 달리는 찰리를 부진에 빠진 자기 팀 외국인 선수와 트레이드해 전력 급상승을 노리겠다는 전략이었다. 당연히 NC가 무척 탐낼 만한 경험 많은 국내 선수 몇몇이 트레이드 카드로 함께 제시됐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NC로서는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외국인 선수를 내주고 4~5년 든든히 함께할 수 있는 국내 선수를 받아들이는 게 장기적인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선을 그었다. 당시 김 감독은 사석에서 “젊은 야수들의 성장을 믿는다. 밖에서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1군 2년 차인 내년(2014) 포스트시즌이 승부를 걸 시점이라고 본다. 찰리는 그때 꼭 필요한 투수”라고 말했다.

    구단은 이종욱, 손시헌이라는 베테랑 야수에 거액을 투자해 FA로 영입하며 사령탑에게 힘을 실어줬고 추가로 김경문 감독과 연장 계약까지 하며 2014년을 준비했다.

    김 감독이 바랐던 야수들의 성장은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리그 정상급 타자가 된 나성범, 도루왕이 된 박민우 등이 기대했던 것보다 몇 배 이상의 활약으로 보답했다. 김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예의를 가장 중요시하는 지도자다. 기본이 안 돼 있다고 판단되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도 2군행이다. 무명이라도 야구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면 중용한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함께 따뜻한 배려를 더하며 NC는 굉장히 단단한 팀워크를 보였다.

    그러나 2014시즌을 앞두고 NC가 과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많았다.

    많은 이가 ‘설마’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미 2013년 중반부터 “NC가 내년에 4강에 간다”는 말을 했다. 2014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NC는 가장 큰 경쟁 상대 중 하나”라고 했다. 지난 시즌 우승 팀 감독이 7위에 머문 1군 2년 차 신생팀을 경쟁 상대로 꼽은 것이다.

    NC는 매우 순탄하게 시즌을 치렀다. 중반 연패에 빠지는 등 위기가 있었지만 선발진이 워낙 탄탄하고 타선도 화려해 위기를 잘 극복했다. 최고 리더로 꼽히는 주장 이호준의 숨은 헌신도 밝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는 큰 힘이었다.

    준플레이오프 상대로 꼽히는 LG 양상문 감독은 “NC는 단기전에서 더 강한 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확률이 높은 넥센 염경엽 감독은 “수준급의 외국인 투수가 3명이고, 이재학도 있다. 불펜에 베테랑 손민한도 있다. 비록 마무리 투수가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지만 투수진이 탄탄하다. 타선은 리그에서 가장 빠른 왼손 테이블세터에 중심 타선도 막강하다. NC와 만날 것에 대비해 많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의 장기적인 전략과 꼭 필요한 부분을 확실히 해결한 구단의 지원이 합쳐져 NC는 단기간에 강한 전력을 완성했다. 넥센, LG에 비해 선발투수의 경쟁력이 워낙 앞서 있어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도 크다. 관건은 큰 경기인 가을야구가 주는 중압감을 다수의 젊은 선수가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