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8

2014.10.13

악동 갈리아노 퇴출 후 매출 ‘쑥’

스타 디자이너 브랜드 홍보에 엄청난 영향력

  • 이수지 명품칼럼니스트 sognatoriszq@naver.com

    입력2014-10-13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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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셔리 브랜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수석 디자이너)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스타 디자이너는 그 자체로 마케팅 수단이 되곤 한다. 크리스티앙 디오르(Christian Dior·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사진)가 대표적인 예다. 갈리아노는 크리스티앙 디오르 타계 후 이 브랜드가 제2 부흥기를 맞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인물이다.

    영국 런던의 아트스쿨 센트럴세인트마틴을 수석 졸업하고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상’을 세 차례나 받은 갈리아노는 1995년 지방시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다 97년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됐다. 프랑스 파리 오트쿠튀르 하우스에 입성한 최초의 영국인 디자이너이기도 한 그는 천재적인 창의성으로 상업성과 예술성을 적절히 섞은 디자인을 통해 기업 매출을 4배나 신장했다.

    “오트쿠튀르(맞춤복)건 프레타포르테(기성복)건 형식적이고 무거워서는 안 된다. 현대적인 직물 기술과 마무리 작업을 통해 최대한 가벼운 옷을 만들고, 낭만적이면서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말처럼 갈리아노는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관능적인 로맨티시즘을 현재에 맞게 재해석한 컬렉션을 보여줬다.

    또 그는 모습을 드러내길 꺼리는 다른 디자이너들과 달리 자신의 쇼에 컬렉션 의상을 입고 나와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자신의 스타성을 활용할 줄 아는 명민한 디자이너였던 것이다.

    총성 없는 전쟁터 같은 패션 제국에서 갈리아노는 창조적인 로맨티시즘으로 15년 동안 디오르 수장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천재적인 실력과 별개로 인성에 문제가 있었다. 2011년 갈리아노가 유대인을 비하하고 “히틀러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그는 디오르에서 경질되고 만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일하는 패션업계에서 갈리아노의 발언은 치명적인 것으로 여겨졌고, 최고의 럭셔리 하우스인 회사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제2 부흥기 이끌었던 인물

    재미있는 건 갈리아노가 퇴출된 뒤 디오르의 매출이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워낙 스타였던 갈리아노의 가십이 오히려 브랜드 홍보 효과를 냈다는 의견이 많다. 또 천재 디자이너의 마지막 컬렉션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고객이 많았던 점도 매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디오르는 전년 대비 21% 매출 신장 기록을 세웠다. ‘패션계의 천재적인 악동’ 갈리아노로서는 의도치 않게 소임을 다하고 떠난 셈이 됐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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