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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실적 쇼크’ 삼성전자가 사는 길

삼성 3기 핵심 동력은 ‘소프트웨어’…명품급 운영체제 확보 발등의 불

  • 문송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moon@kaist.edu

‘실적 쇼크’ 삼성전자가 사는 길

삼성에 올 것이 오고 말았다. 3분기 영업이익 잠정치가 4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격감했다. 영업이익 측면에서 갤럭시 궤도를 타고 오르막길을 걷기 시작했던 3년 전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 상황은 이미 예견됐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에게는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그러나 대중에게는 큰 충격을 줄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왜 이렇게 됐을까.

기업을 경영하면서 5년 앞을 내다보는 건 힘든 일이다. 10년 후 먹을거리가 무엇이냐를 놓고 전략을 짜는 건 더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5년 후 닥칠 일은 피할 길이 없어 당할 수밖에 없다 해도 10년 후라면 얘기가 다르다. 방향성을 가지면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5년 후보다 10년 후를 대비하는 게 더 쉽다는 말이 역설적으로 성립되는 게 기업 경영이다.

삼성이 최악인 경영실적을 발표하기 하루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자.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경기 평택에 곧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15조 원급 규모로 가히 놀랄 만한 수준이다.

이 발표가 주는 의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실적 하락에 따른 주가 폭락을 막으려는 예방적 조치라는 것. 이 측면에서 보면 삼성전자는 성공했다. 또 하나는 투자자들에게 삼성이 앞으로도 10년간은 반도체 강자로서 그 위치를 확고히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이 측면에서도 삼성은 성공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10년은 안전하다고 치고, 그 뒤에는 삼성이 무엇을 갖고 기업을 꾸려 나갈 것이냐가 문제로 등장한다.

‘실적 쇼크’ 삼성전자가 사는 길
SW 장악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



이번 경영실적 폭락을 계기로 삼성은 2기 경영의 막을 사실상 내리고 3기 출범 시기를 앞당기게 될 것이다. 삼성 1기는 반도체로 대변된다. 이건희 회장이 진두지휘한 2기는 스마트폰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그러면 다가올 3기를 대변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삼성 3기는 전대미문의 특허전쟁을 치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새롭게 출범할 것이다. 이때 무엇이 핵심이 될 것인지를 검토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 정보기술(IT) 분야가 잘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반도체 사업 결심이었다. 다른 하나는 IT업계를 든든히 받쳐주는 저변 인력, 특히 소프트웨어(SW) 인력이 넘쳐날 정도로 풍부하다는 점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에 SW 인력이 모자라 방글라데시까지 가서 구해와야 할 정도라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실상을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렇게 SW 인력이 부족했다면 오늘날 한국은 IT 강국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IT 세계에는 80-20 규칙이 존재한다. 언제 어디서나 SW가 80이고 나머지 20은 하드웨어(HW) 몫이라는 뜻이다. 삼성은 반도체 HW와 스마트폰을 통해 HW 몫 20을 인텔과 더불어 양분하다시피 해왔다. ‘인텔 인사이드’처럼 ‘삼성 인사이드’라 해도 딱 맞는다.

그러면 80에 해당하는 SW 몫은 누가 차지하고 있을까. 그것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 HP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이다. SW 세상에서는 미국만 보일 뿐 다른 나라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삼성과 인텔은 체질적으로 HW 기업인 반면, 미국의 6개 기업은 체질적으로 SW 기업이라는 점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혹자는 삼성이 타이젠이라는 SW를 갖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동차로 치면 오토바이 중에서도 작디작은 스쿠터급일 뿐이다. 반면 세계 SW 6강 기업이 보유한 SW는 다 명차로, 작게는 4기통, 크게는 12기통급이다. 예를 들면 BMW 7시리즈급, 벤츠 S500급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이걸 알고도 삼성의 SW 전략에 후한 점수를 줄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실적 쇼크’ 삼성전자가 사는 길

애플(왼쪽)과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 HP 등 다른 미국 기업들과 함께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피해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

반도체는 HW다. 삼성의 스마트폰 역시 HW다. 삼성 스마트폰 SW는 전부 구글 것을 그대로 갖다 썼다. 삼성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구글이 삼성과 맺은 제휴를 접어버리는 날이 오면 삼성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이쯤 되면 삼성이 3기 체제에서 어디에 주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절로 나온다. 더 따져볼 것도 없이 SW다. 지금 삼성은 SW를 피해갈 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 그런 자신을 똑바로 쳐다봐야 한다. SW를 ‘나름대로’ 한다고 해서도 안 된다. 적어도 세계 SW 6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게, 명품급 운영체제를 독자 확보해야만 삼성 3기는 탄탄대로를 달릴 것이다.

그러면 무슨 이유와 배경으로 삼성은 지금껏 SW를 하지 않았던 걸까. 이런 상황을 알고도 안 하는 것일까, 아니면 몰라서 안 하는 것일까. 시계를 8년 전으로 돌려보자. 안드로이드라는 신생 기업이 인수합병(M&A)을 하자며 구글에 앞서 삼성 문을 두드렸던 때다. 그때 삼성은 아마 몰라서 그 손을 잡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러나 구글의 약진을 빤히 보고 있는 지금은 알면서도 안 한다는 말이 더 맞는다고 봐야 한다.

삼성은 3기 경영 체제 출범을 앞두고 이 조언을 새겨듣길 바란다. 이것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대한민국 국운까지 걸린 문제다. 오늘날 독자적인 운영체제 확보는 기업 혼자 감당하기엔 벅찬 과제다. 정부가 독려하고 아낌없는 지원을 베풀어야 할 일이다.

‘실적 쇼크’ 삼성전자가 사는 길

삼성전자는 15조6000억 원을 투자해 경기 평택에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





주간동아 2014.10.13 958호 (p36~37)

문송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moon@kaist.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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