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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기업 매년 1억 기부 현직 경찰관 장학금 혜택

경찰대학교육진흥재단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 법 위반 논란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대기업 매년 1억 기부 현직 경찰관 장학금 혜택

대기업 매년 1억 기부 현직 경찰관 장학금 혜택
(재)경찰대학교육진흥재단(교육진흥재단)이 특정 대기업으로부터 매년 1억 원씩 기부금을 받아 현직 경찰관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이 재단의 기부금품 모집 합법 여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와 경찰 발전에 공헌할 인재양성에 기여할 목적으로 경찰청, 경찰공제회 등의 출연을 받아 1990년 설립된 이래로 장학금 지급, 학술연구비 지급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찰대 인터넷 홈페이지를 열고 들어가 ‘부설기관’ 항목에서 ‘교육진흥재단’을 클릭하면 이 같은 내용의 소개 글이 앞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소개 글만 보면 이 재단이 ‘국가와 경찰 발전에 공헌할 인재양성에 기여’하고자 만들어진 공익법인이며, 국가기관인 경찰청으로부터 출연금을 받아 설립됐음을 알 수 있다.

경찰대 ‘부설기관’이라 밝혀

그런데 만약 경찰대 홈페이지에 쓰인 대로 교육진흥재단이 경찰청 등 국가기관으로부터 출연금을 받은 공익법인이자 경찰대 부설기관이라면 이 재단의 기부금품 모집은 명백한 불법이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제5조(국가 등 기부금품 모집·접수 제한 등)는 ‘국가기관 또는 그 소속 기관과 그들이 출연해 설립한 법인과 단체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분명히 국가기관이고, 경찰대 측은 홈페이지에서 이 재단을 자신들의 ‘부설기관’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부금품법 제5조는 1항에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그 소속 기관, 공무원과 그들이 출연한 법인의 기부금 모집을 금지하면서 단서를 달았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국가기관이 출연한 법인은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게 한 것. 확인 결과, 기부금품 모집과 관련해 경찰청의 공익법인 출연을 허용한 대통령령 규정은 찾을 수 없었다. 특히 경찰대가 홈페이지에서 교육진흥재단을 자신들의 ‘부설기관’이라고 지칭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국가기관의 소속 기관’으로 해석할 경우 재단의 기부금품 모집은 당연히 불법이 된다.

제5조 2항의 단서조항은 국가기관과 그 소속 기관 또는 그들이 출연한 법인이라 할지라도 대통령령이 정한 기부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면 ‘모집’은 안 되지만 자발적으로 기탁한 기부금품에 한해 ‘접수’는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모집자 의뢰로 단순히 기부금품을 접수해 모집자에게 전달한 경우도 예외로 인정된다. 기부금품법에 규정된 ‘모집’이란 서신 및 광고, 기타 방법으로 기부금품 출연을 타인에게 의뢰, 권유 또는 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기업 매년 1억 기부 현직 경찰관 장학금 혜택

경찰대 인터넷 홈페이지. (재)경찰대학교육진흥재단을 ‘부설기관’이라고 밝혔고(원 안), 경찰청이 출연했다고 명시(밑줄)했다.

교육진흥재단의 설립 허가 및 폐지, 감독 권한을 가진 경기도교육청 산하 용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육진흥재단의 경우 경찰대 홈페이지에 국가기관인 경찰청이 출연한 것으로 적혀 있지만 실제로 출연은 퇴직 경찰관 친목모임인 경찰공제회와 개인이 한 게 전부다. 국가기관의 출연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 현재 이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진흥재단 관계자의 해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감사원은 경찰청의 경찰공제회를 통한 우회 출연 가능성과 다른 국가기관의 출연 가능성 등 불법출연 여부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또 있다. 홈페이지에 교육진흥재단이 자신을 경찰대 부설기관이라고 밝힌 사실과 재단에서 장학금 모집 및 배분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다수가 경찰대 직원, 즉 현직 경찰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교육진흥재단 관계자는 “교육진흥재단은 경찰대 부설기관이 아니라 경기도교육청에서 허가한 공익법인이다. 홈페이지에 적힌 ‘부설기관’은 편의상 그렇게 분류해놓은 것일 뿐이다. 이 재단은 국가기관의 소속 기관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교육진흥재단 업무를 경찰대 소속 현직 경찰관이 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재단 관련 일은 무보수로 봉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급부 없는 금전’ 가능한가

교육진흥재단의 기부금품 모집과 관련해 논란거리는 또 있다. 기부금품법상 ‘기부금품’의 정의는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 또는 물품’을 말하는데, 이 재단은 특정 대기업으로부터 매년 1억 원씩 기부금품을 받아 경찰대 학생이 아닌, 이 학교를 졸업한 현직 경찰관들에게 매년 대학원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지급했다. 논란의 핵심은 대기업 비리를 상시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현직 경찰관들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이 과연 ‘반대급부 없는 금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실제 교육진흥재단의 ‘목적사업 추진내역’을 보면 2007년 이후 국내 굴지 대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경찰대를 막 졸업하고 대학원에 입학한 현직 경찰관들(경위)에게 매년 5000만 원에서 1억 원씩 장학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장학금에는 기업 이름까지 붙어 있어 혜택을 받는 경찰관은 자신이 받는 장학금이 어느 기업으로부터 지급됐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또한 경찰대 학생들의 해외연수 경비 지원 명목으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총 6차례에 걸쳐 1억2000만 원의 기부금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교육진흥재단의 기부금품 불법모집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언제든 기업비리 수사에 투입될 수 있는 사정기관 직원들이 대학원 진학 시 특정 대기업으로부터 기부금품을 받는다는 건 우리 사회 법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일”이라며 “특히 경찰 내 엘리트 집단인 경찰대 출신 경찰관들에게 장학금이 집중된 점은 조직 내에선 위화감마저 조성할 수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대기업 관계자는 “2000년 이후 매년 1억 원에 가까운 장학금을 교육진흥재단에 지급한 게 맞다. 우리는 재단 측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기부에 나섰을 뿐이다. 대가성은 전혀 없는 순수한 기부다. 영수증을 발부받고 비용 처리를 해 세법상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2000년 이전에는 다른 대기업도 지원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교육진흥재단 관계자는 “재단 정관상 장학금이나 연구비 수혜 대상이 경찰대 재학생뿐 아니라 경찰대 졸업 동문도 포함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경찰대 출신 현직 경찰관에 대한 특혜 논란은 말도 안 된다. 육군사관학교 발전기금이나 서울대 발전기금, KAIST (한국과학기술원) 발전기금 같은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4.10.13 958호 (p24~25)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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