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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당신, 진보 냄새가 나는데”

미국정치학저널 “정치 성향 같으면 타인 겨드랑이 체취 호의적 반응”

  • 박지현 자유기고가 jyun0616@gmail.com

“당신, 진보 냄새가 나는데”

“그 사람이 왜 좋은데?” “케미가 통하는 것 같아.”

요즘 데이트 코드 중 하나는 ‘케미’(‘Chemistry’의 줄임말로 파트너 간 서로 끌리는 반응을 뜻하는 신조어)다. 상대방에게 어필하는 조건 이상의 화학적인 ‘느낌적 느낌’이랄까. 보여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설명하기는 더 애매한 케미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 증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은 모두 서로의 공통점을 찾고 공유하며 산다. 성격이든, 종교든, 이념이든 상당수 동지와 부부가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더 쉽게 끌린다는 건 불변의 명제다. 같은 맥락에서 정치 성향 또한 가치관과 연관돼 다양한 사회과학 연구에서 천착해온 주제다.

이 무수한 연구 사이를 비집고 아주 흥미로운 ‘화학반응’ 실험 결과가 나왔다. 바로 냄새(odor)다. ‘미국정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된 이 논문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몸에서 풍기는 냄새도 다르다고 말한다. “사람의 냄새는 그 사람의 영혼”이라는 장 그루누이(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주인공)의 말을 학문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사실 냄새 신호(smell signals)는 향기처럼 매력을 어필하는 일부터 질병 방지, 사취자 적발, 외부집단으로부터의 보호, 사회 결속력 강화 같은 다양한 기능을 해왔다. 해당 논문의 실험은 피실험자에게 다양한 사람의 겨드랑이 냄새를 맡게 해 자신과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의 체취에 더 끌리는지를 실험한 것이다. 언뜻 원초적이고 황당해 보이지만, 실험 과정과 진행은 매우 과학적이다.



사람의 냄새는 그 사람의 영혼

“당신, 진보 냄새가 나는데”

‘미국정치학저널’ 최신호에 실린 ‘Assortative Mating on Ideology Could Operate Through Olfactory Cues(후각신호에 따른 이데올로기별 짝짓기)’ 논문.

실험 설계부터 살펴보자. 먼저 18~40세 남녀 1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극우와 극좌 등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21명을 실험 대상자로 뽑았다. 이들에게 24시간 동안 겨드랑이에 거즈를 붙인 채 생활하게 했다. 음주와 흡연은 물론 향수나 목욕제품도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했으며, 섬유나 애완동물과의 접촉, 성관계도 금지했다. 생리 및 임신 중인 여성은 제외됐다.

24시간이 지난 후 수집한 거즈는 유리병에 담아 냉동보관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나머지 125명의 실험 참가자가 평가자가 돼 그 냄새를 맡았다. 호감이 가는 냄새에는 5점,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겨운 냄새’에는 1점을 주는 식이었다. 물론 평가자들은 해당 거즈의 주인이 누구인지, 어떤 정치 성향을 가졌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결과는 자못 흥미롭다. 평가자 대부분이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의 겨드랑이 냄새에 높은 점수를 줬던 것. 진보적 성향의 참여자는 보수적 성향을 지닌 대상자의 체취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고, 같은 진보적 성향 참여자끼리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수적 성향을 가진 이들도 같은 성향의 대상자 체취에 더 높은 점수를 매겼다. 자신과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의 냄새를 매력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보수와 진보의 체취가 각각 어떤 냄새였을까. 후각은 취향에 따라 크게 엇갈리는 감각이므로 객관적 표현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실험 참가자들의 묘사는 꽤나 독특하다. 한 여성 평가자는 냄새를 맡은 유리병을 집으로 가져가도 되는지 물어보면서 “자기가 맡아본 향수 중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 여성 평가자와 유사한 정치 성향을 지닌 남성 참가자의 겨드랑이 냄새였다. 반면 반대 성향 남성 참가자의 체취에 대해서는 “썩은 음식의 쉰 냄새(gone rancid)”가 난다며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성향에 따른 체취 선호도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경우다.

그렇다고 냄새가 정치적 성향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되긴 어렵다. 지역적 환경이나 배경, 양육 과정, 문화, 생리학, 신경생물학 등 한 개인의 가치관이 구성되는 데는 수많은 요소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이 논문 연구자들 역시 정치적 선호(alignment)가 매력의 매개물(medium of attraction)을 통해 드러나는 것일 뿐, 특정 냄새로 특정 정치 성향을 판별하는 식으로 인식(recognition)한 결과는 아니라고 말한다. 연구 책임자인 로즈 맥더모트 미국 브라운대 교수는 “자신과 비슷한 정치 이념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에 더 끌리는 경향은 있지만, 체취만으로 정치 성향이 진보인지 보수인지 파악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체취는 말 그대로 호감도를 구별 짓는 요인이라는 뜻이다.

체취 호감이 짝짓기 본능으로

논문이 시사하는 ‘호감의 메커니즘’은 다양한 현상을 해석하는 데 적잖은 설득력을 갖는다. 예컨대 많은 부부가 정치 성향을 공유하는 것과도 연관 지어 해석할 수 있다. 체취에 대한 호감이 짝짓기 본능으로 이어진 셈이다. 공동 연구자였던 피터 하테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유사한 정치적 환경을 가진 파트너를 선택할 때 외형적 부분뿐 아니라 체내 면역체계나 체취 같은 생물환경적 요소까지 무의식적으로 고려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쯤 되면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친구, 동료, 연인, 배우자와의 케미를 확인하려고 직접 실험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지 모른다. 자기 코가 무의식적으로 겨드랑이 가까이 가 있거나, 지인의 주변에서 ‘킁킁’거리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체취로 정치 성향을 확인하기도 전 예상치 못한 땀 냄새에 먼저 당황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길. 특히 공공장소라면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자제해주길 당부한다.

식성도 다른 보수와 진보

“베이글 좋아하세요? 민주당원이시네요”


“호텔 뷔페에서 아침으로 베이글 대신 도넛을 선택한다면 그 사람은 보수파(공화당원)일 것이다.”

체취만이 아니다. 정치 성향에 따라 식성이 다르다는 결과도 있다. 2013년 2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여론조사업체 PPP(Public Policy Polling)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다.

좋아하는 빵 종류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원은 34%가 베이글을, 32%가 크루아상을 선택했다. 반면 공화당원은 도넛을 35%로 제일 많이 선택했다. 치킨 프랜차이즈로는 민주당원의 39%가 KFC를 선택해 칙필레이(Chick-Fil-A)를 고른 수(18%)의 2배가 넘었다. 반대로 공화당원들은 48%가 칙필레이를 골라 KFC(29%)보다 선호했다.

음료 선호도 달랐다. 민주당원의 47%가 일반 콜라를 다이어트 콜라(31%)보다 좋아하는 반면, 공화당원은 다이어트 콜라(42%)를 더 좋아했다(일반 콜라는 34%). 콜라 브랜드 코카콜라와 펩시 선호도에서조차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은 달랐다. 전자는 코카콜라를, 후자는 펩시콜라를 선호한다는 것. 이 밖에도 식성 차이에 대한 연구 결과가 다양하게 이어지지만, 양 당원의 선호도가 왜 이렇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다.




주간동아 2014.10.13 958호 (p22~23)

박지현 자유기고가 jyun06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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