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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7·30 재보선

무원칙에 ‘기’막힌 공천 파동

새정치연합 동작을 기동민 전략공천에 계파 간 세 대결 양상

  • 손영일 동아일보 기자 scud2007@donga.com

무원칙에 ‘기’막힌 공천 파동

무원칙에 ‘기’막힌 공천 파동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7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 동작을 출마를 선언하자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무효라며 항의하고 있다.

“이건 안 된다.”

7월 8일 오전 7·30 재·보궐선거(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 동작을 후보로 전략공천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출마 기자회견문을 절반가량 읽었을 무렵 ‘20년 지기’인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국회 정론관 뒷문으로 뛰어들어왔다. 공교롭게도 기 전 부시장이 “20년 지기인 허동준 후보에게는 평생의 빚을 지게 됐습니다”란 문구를 낭독하는 순간이었다. 허 전 위원장과 지지자들이 공천 탈락에 항의하며 단상을 점거하자 기자회견은 중단됐다. 결국 기 전 부시장은 기자회견을 마치지 못한 채 쫓기듯 정론관을 빠져나갔다. “기동민 부시장 이리 와요, 와야 돼”란 허 전 위원장의 외침만이 복도 위에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신의 한 수? 절묘한 惡手?

7·30 재보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부담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세월호 참사라는 집권 여당의 대형 악재에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지도부는 수도권에 새로운 인물을 앞세워 전체 선거 판도를 이끌어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당 관계자는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선 지역에서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전략공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지도부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서울 동작을의 경우 일찌감치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됐다. 새정치연합은 15개 선거구 중 동작을이 유일한 서울 지역인 만큼 상징성이 크다고 봤다. 특히 새누리당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나 나경원 전 의원 등 거물급 인사를 동작을에 투입하려 하자 새정치연합은 외부 인사 영입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인물 찾기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의 측근인 금태섭 전 당 대변인 전략공천설이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외부 인사 영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여의도 복귀’를 노리며 텃밭인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에 공천 신청을 하면서 지도부의 고민은 커져갔다. 광주에서 경선을 실시할 경우 인지도가 높은 천 전 장관이 승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새로운 인물로 전체 선거 판도를 이끌어가려는 지도부의 전략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될 수밖에 없었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주변에서 ‘기동민 동작을 카드’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비록 기 전 부시장이 광주 광산을에 공천 신청을 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인사인 만큼 동작을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이 조금씩 설득력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기 전 부시장을 서울로 돌리면서 광주 광산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하면 자연스럽게 천 전 장관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 전 부시장도 당의 차세대 리더 아니냐”며 “여기에 새로운 인물을 광주에 전략공천하면 ‘미래세력 대 과거세력’의 대결로 전체 선거 구도를 짤 수 있다”고 말했다.

7월 3일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는 동작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하면서 기 전 부시장을 후보자로 결정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당이 기 전 부시장에게 전략공천 사실을 통보했을 정도로 전광석화같이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박원순 시장과 당내 486 세력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당 안팎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공천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며 손사래를 쳤다. 급기야 당은 8일 “기 전 부시장의 전략공천은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의 제안에 따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다. 당내 특정 의견그룹이나 박원순 시장이 제안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해명까지 내놓았다.

동작을 공천으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던 시각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수원벨트와 광주 광산을 등 4곳의 전략공천자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안 대표의 최측근인 금태섭 전 대변인의 수원정(영통) 전략공천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최고위원들 간 고성이 오가며 분위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두 공동대표는 금 전 대변인이 수원정에서 1위를 한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그에 대한 전략공천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원식 최고위원은 회의 도중 뛰쳐나와 기자들에게 “일부 지도부가 자기 멋대로 공천하려 한다. 이런 식으로 해서 당에 대한 신뢰가 어떻게 생기느냐”고 비판했다. 금 전 대변인의 전략공천 여부를 놓고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10시간가량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은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김·안 공동 체제 균열 관측도

무원칙에 ‘기’막힌 공천 파동

7월 7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한길 대표(왼쪽)와 안철수 대표. 공천탈락에 반발해 농성 중인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과 지지자들이 두 공동대표에게 항의했다.

7월 8일 오후 9시 반쯤 잠깐의 정회 시간, 최고위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취재진과 얘기를 나눌 무렵 금 전 대변인이 동작을 외의 지역에서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 지도부가 수원 전략공천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면서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안 대표는 금 전 대변인의 불출마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 측 한 인사는 “옛 민주계 최고위원들이 공천을 반대해 결국 금 전 대변인이 떼밀리 듯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다음 날 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옛 민주계를 겨냥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안 대표는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최적의 후보일 때는 자기 사람 챙기기라 하고, 인연이 있는 사람이 선정되지 않으면 자기 사람도 못 챙긴다고 한다”며 “그런 잣대로 비판한다면 하나님인들 비판받지 않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기동민 카드가 서울 동작을과 광주 광산을 공천 문제를 해결할 ‘신의 한 수’로 봤다. 기 전 부시장과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광주 광산을) 등 전략공천 대상자의 면면이 그 나름대로 신선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재보선 승리라는 절대 명제 앞에 당내 반발도 곧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당 안팎의 반발은 예상외로 거셌다.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지도부가 공천을 전횡하고 있다”는 비판이 호응을 얻으면서 계파 간 세 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친노(친노무현)계 대표 인사인 이해찬 전 민주통합당 대표는 7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경력 27년 동안 (당 지도부가 당을) 이렇게 운영한 것을 본 적이 없다.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갈등을 빚으면서 공동대표 체제에 균열이 생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에선 이미 내년 3월까지인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의 임기를 단축하자는 조기전당대회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공천 잡음이 커지면서 설령 전략공천을 하더라도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주간동아 2014.07.14 946호 (p22~23)

손영일 동아일보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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