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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우주인 ‘먹튀’ 논란 주범은 일회성 쇼

중·장기 유인우주 계획 없이 대국민 이벤트…기회 되면 우주정거장 프로젝트 참여해야

  •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우주인 ‘먹튀’ 논란 주범은 일회성 쇼

우주인 ‘먹튀’ 논란 주범은 일회성 쇼

2008년 4월 7일 오후 1시께 한국인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탑승할 소유즈호 본체와 연결된 로켓에 연료 주입이 시작됐다(왼쪽). 4월 10일 밤 소유즈호가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도킹에 성공한 뒤 이 박사가 본격적으로 우주과학실험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2008년 4월 8일은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한 날이다. 이날 이소연 박사는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를 타고 우주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현재 잊혀가던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이 다시 한 번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박사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을 8월 퇴사하기로 결심하면서 이 사업의 성과에 대한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박사는 기자에게 e메일을 보냈다. “어떤 계획이든 가족이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의 결정을 계기로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 전반을 되짚어본다.

국민에 자긍심 준 ‘우주인 배출’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의 발단은 2000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표된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은 2015년까지의 국가우주개발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 중 하나로 우주인 양성 계획이 포함됐다. 2003년 중국이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면서 이듬해 1월 당시 과학기술부의 연두업무보고에서 이 내용이 구체화됐다. 우주개발에 대한 홍보활동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결정이 크게 작용했다. 재원 조달도 민간자본 위주로 하기로 했다. 실제로 총사업비 256억2200만 원 중 정부가 직접 출연한 금액은 60억 원에 그쳤다. 항우연이 134억 원, SBS가 50억 원을 부담했으며 나머지 12억2200만 원은 기타 협찬으로 조달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도 홍보 노력이 돋보인다. 2006년 4월 시작한 우주인 후보 선발 공모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약 3개월간 진행했다. 다행히 총 3만6206명이 지원하면서 소기 성과를 거뒀다. 12월 최종 후보 2인이 정해지기까지 4차에 걸친 선발과정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소연, 고산 등 최종 후보 2인이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서 1년간 훈련받는 과정도 꾸준히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마침내 2008년 4월 8일 이 박사를 실은 ‘소유스’호가 우주로 출발했고, 11일 00시 40분(한국시간) 지상 350km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무사히 도착하면서 늦은 밤까지 기다린 국민을 뭉클하게 했다.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이 절정에 이른 순간이었다. 우주에서 진행한 18가지 실험을 포함해 이 박사의 일거수일투족은 연일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이 박사의 지구 귀환 직후, 정부는 그에게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대국민 홍보에 나섰다. 그 결과 우주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청소년의 이공계 선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잇따랐다. 실제로 이 박사는 이후 4년 동안 전국을 돌며 총 235회 강연을 했다. 우주인 선발 당시 귀환 후 2년간 항우연의 선임연구원으로 의무 복무하는 조건이 있었는데, 강연 요청이 끊이지 않자 2년을 연장해 2012년 8월 휴직 전까지 대외활동을 계속한 것이다. 또 우주환경에서의 생명체 반응과 영향 등을 연구해 국내외 학술지에 논문 7편을 게재했으며 공군과 함께 우주인 훈련 매뉴얼도 개발했다.

딱 여기까지였다. 애초 중·장기적인 유인우주개발 계획이 없었던 만큼 우주인 활용 계획이 지속되긴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이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의 정책 부재를 꼬집었지만 결국 이 사업은 ‘일회성 쇼’로 흘러가고 말았다. 사실 우주인을 선발할 때도 우주에서 과학임무를 잘 수행할 사람을 뽑는다고 했을 뿐 이후 활동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었다. 우주에서 돌아온 이 박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고 활동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예고된 일이었던 셈이다.

우주인 ‘먹튀’ 논란 주범은 일회성 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소유즈호(왼쪽)와 이소연 박사가 2008년 4월 7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선 발사기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우주비행 얘기로 평생 살 수 있나”

그러나 비난의 화살은 우주인을 향했다. 이 박사가 보낸 e메일에는 우주인이 되면서 겪은 변화에 적응이 쉽지 않았고 공인으로서의 소임과 삶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과도한 대외활동에 따른 과로로 병원 신세까지 져야 했지만 개인의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마이크로전자기계시스템(MEMS)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바이오공학 전문가였지만 이 분야에서 연구를 하지 못한 시간이 5년이 넘으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1일간의 우주비행 얘기로 평생을 살 수는 없지 않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고민 끝에 선택한 미국 유학은 논란을 가중했다. 이 박사는 “과학기술계에 보탬이 되려면 연구비도 필요하고 정책도 필요하며 시장의 수요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재충전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도 미국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먹튀’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재천 의원(당시 민주당)은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이 성과를 과대포장했으며 ‘이소연 개인의 우주 경험’을 제대로 활용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조해진 의원(새누리당)도 “국가가 투자할 때 기대했던 우주항공 분야 발전에 (이소연이)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에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차관은 “우주인이라도 의무기간(2년)이 지난 뒤에는 본인이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다만 외국 사례에서는 우주인이 과학 진흥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충분한 해명은 되지 못했다.

그사이 이 박사는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하고 5월 MBA 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휴직이 만료되는 8월 12일을 앞두고 기자에게 e메일을 통해 퇴직 의사를 밝힌 것이다. 퇴직이 받아들여질 경우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국 우주인이 사라진다. 만일 이 박사가 남편을 따라 미국 시민권을 선택한다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다음을 기약해야 할지 모른다. 다른 우주인 후보였던 고산 씨도 2011년 항우연을 퇴직한 뒤 3D(3차원) 프린팅 관련 사업을 하는 등 우주인 배출 사업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우주인 활용뿐 아니라 유인우주에 대한 후속 연구도 초라한 수준이다. 2008년 이후 항우연에서는 한국형 유인우주 프로그램 개발, 미세중력 활용 우주실험 지상연구를 진행했지만 2012년을 끝으로 거의 종료했다. 현재 진행하는 유일한 후속 연구인 ‘미세중력 활용 유인우주기반기술 연구’는 일본이 ISS에 설치한 모듈(키보)을 활용해 우주실험을 공동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단지 응용기술일 뿐 우주인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떨어진다. 더구나 이들 후속 연구에 항우연이 투자한 예산은 2008년 이후 40억 원에 불과하다.

이 박사는 e메일을 통해 “2년 전 한국을 떠나는 자리에서 ‘뭐든 관두고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 (한국에) 생기면 뒤돌아보지 않고 귀국할 것이며, 또 그런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했지만 이 박사를 돌아오게 할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놀라운 사실은 수개월 전 정부가 세운 우주개발 계획에 ‘제2의 한국 우주인 배출’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미래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는 ‘유인 우주실험 임무 수행을 위한 제2의 한국 우주인 배출/ 활용 추진’이라는 항목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미래부 관계자는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기자에게 “정부에서 준비하는 유인우주개발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해당 항목을 확인해주자 “장기적으로 우주정거장에서 실시할 우주실험을 위해 포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인우주개발에 소극적

한국이 이처럼 유인우주개발에 소극적인 사이, 세계 각국은 유무인 우주기술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달과 화성, 소행성의 무한한 자원 확보와 식민지 건설 등 인류의 삶에서 우주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우주인의 신체 반응을 살피고 기계·전자 부품의 오류를 확인하는 연구가 필수적이다. 특히 국가별로 유전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자국민의 특성을 이해하고 자국 부품을 사전에 검증해야만 실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다.

유인우주개발의 전초 기지로는 우주정거장이 주로 활용된다. 1971년 최초의 우주정거장인 소련 ‘살류트’가 발사된 뒤 미국 ‘스카이랩’, 러시아 ‘미르’를 통해 인간이 우주에서 장기 체류하며 각종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됐다. 이 박사가 머물렀던 ISS는 미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총 15개국이 참여해 건설한 것으로 각국이 개발한 모듈을 합쳐 완성했다. 미국 데스티니, 러시아 즈베즈다, 일본 키보, 유럽 콜럼버스 등이 대표적인 모듈로 이곳을 통해 다양한 나라가 유인우주기술을 쌓아가고 있다.

독자 노선을 택한 중국은 자체 우주정거장을 마련 중이다. 2011년 9월 30일 첫 실험용 우주정거장인 ‘톈궁 1호’를 우주에 올려 보낸 뒤 2012년 유인우주선 ‘선저우 9호’를 보내 도킹에 성공했으며, 지난해에는 ‘선저우 10호’를 타고 간 우주인이 톈궁 1호로 옮겨가 실험과 강의를 하는 데도 성공했다. 내년부터는 규모를 키운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2호’ ‘톈궁 3호’ 발사를 거쳐 2020년에는 80t 무게의 우주정거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기회가 닿는다면 우주정거장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형 발사체처럼 자체 개발 능력을 키우는 것에 머물지 말고 우주개발을 위해 국제적 지위에 맞는 협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 매이지 않고 기반기술에 대해서는 기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지혜가 절실하다.



주간동아 2014.07.07 945호 (p70~72)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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