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1

2014.06.09

FIFA, 카타르 스캔들에 “…”

2022년 월드컵 유치전 500만 달러 뇌물수수 혐의 애써 외면

  • 박현진 동아일보 뉴욕 특파원 witness@donga.com

    입력2014-06-09 1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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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FA,  카타르 스캔들에 “…”

    국제축구연맹(FIFA) 뇌물 스캔들을 ‘월드컵 매수 음모’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로 폭로한 영국 ‘선데이타임스’ 6월 1일자.

    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열흘 앞두고 카타르월드컵 선정 스캔들이 터졌다.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카타르가 2022 월드컵 개최국 선정을 위해 500만 달러를 뇌물로 뿌렸다”고 보도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수뇌부는 애써 ‘카타르월드컵 스캔들’을 외면하고 있다.

    의혹은 이미 2010년 12월 카타르가 2022 월드컵 개최국에 선정되자마자 불거졌다. 월드컵이 열리는 6월 카타르의 기온은 섭씨 50도를 넘는다. 폭염 속에 월드컵 경기장 건설을 강행하면서 외국인 노동자 수백 명이 사망하자 ‘살인 월드컵’으로 불리기도 했다. 조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카타르 선정은 실수”라며 겨울에 월드컵을 개최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이후 영국, 미국 등 서방 언론은 잊을 만하면 카타르월드컵 선정 의혹에 대한 보도를 내놓았지만, 이번 ‘선데이타임스’의 보도는 결정타였다. 내부자 제보를 근거로 해 송금 지급명세서와 뇌물수수 관련 인사의 e메일까지 방대한 증거자료를 공개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 출신인 무함마드 빈 함맘 전 FIFA 집행위원 겸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최소 4명의 아프리카 출신 FIFA 집행위원과 아프리카의 약 30개국 축구협회장,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 등에게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를 지지하는 대가로 500만 달러가 넘는 뇌물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전 회장은 “이는 뇌물이 아니라 관행상 선물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카타르축구협회는 “무함마드 전 회장은 월드컵 개최 유치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며 해당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부회장 “비리 입증 땐 재투표”



    FIFA,  카타르 스캔들에 “…”
    하지만 여론의 큰 물줄기를 바꾼 것은 짐 보이스 FIFA 부회장이었다. 6월 1일 그는 영국 BBC에 “(카타르의) 비리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집행위원회에 전달된다면 재투표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층에서 재선정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미국 뉴욕남부지검 검사 및 변호사를 거치며 굵직한 사건을 맡아왔던 마이클 가르시아 FIFA 수석조사관이 6월 2일 성명을 내고 조사 일정을 밝혔다. 가르시아 조사관은 2년 동안 계속해온 2018 러시아월드컵, 2022 카타르월드컵 유치 과정에 대한 조사를 6월 9일 끝내고 보고서를 FIFA 윤리심판관실에 제출하기로 했다. 윤리심판관실은 이를 6주 뒤인 7월 26일까지 발표해야 하므로, 브라질월드컵이 폐막하는 7월 13일부터 2주쯤 후에는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 가장 관심을 갖는 국가는 2010년 월드컵 개최국 선정 당시 경쟁했던 한국, 일본, 미국, 호주다. 1930년 시작한 월드컵에서 86년 개최국으로 선정됐던 콜롬비아가 재정난으로 개최권을 자진 반납한 사례를 제외하면 개최국 선정이 번복된 사례는 없지만, 이들 국가는 재도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일본이다. 나카지마 유이치로 전 일본월드컵 유치위원장은 “이번에 공개된 증거들은 FIFA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재조사를 요구하며 재도전 의사를 흘리고 있다. 안기헌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FIFA의 공식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최종적으로 재투표한다는 결정이 나오면 그때 협회가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해 밝히도록 하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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