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1

2014.06.09

‘박지성 와인’은 어떤 맛일까?

셀러브리티 와인

  • 김상미 와인 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4-06-09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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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성 와인’은 어떤 맛일까?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내파밸리에 있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와이너리.

    2014 브라질월드컵 기간에 맞춰 박지성 와인이 출시됐다. 박지성이 직접 그린 자신의 캐릭터와 ‘모두에게 희망을’(Happiness for everyone)이라는 희망 메시지를 레이블에 새긴 이 와인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생산된 키안티 리세르바 2010 빈티지다. 새콤한 체리향과 옅은 흙냄새가 매력적인 산지오베세 품종으로 만들었고, 2년 이상 숙성 기간을 거쳐 부드러운 타닌과 깊은 풍미를 지녔다. 박지성 와인은 ‘Whatever It Takes’라는 자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수익금은 유니세프와 넬슨 만델라 어린이재단 등 전 세계 자선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박지성 외에도 이 캠페인에 참여한 셀러브리티(celebrity·유명인사) 와인으로는 조지 클루니의 카베르네 소비뇽, 피어스 브로스넌의 템프라니요, 데이비드 보위의 시라즈, 샬를리즈 시어런의 카바, 콜드플레이의 로제, 그리고 페넬로페 크루즈의 베르데호가 있다.

    몇 해 전부터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도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을 출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와이너리 발렌틴 비안치가 만드는 이 와인 이름은 레오이며, 아르헨티나 대표 품종들을 쓰는데 화이트 와인은 토론테스, 레드 와인은 말벡으로 만든다. 이 와인의 수익금 역시 아동 건강과 교육을 위해, 그리고 가난과 불평등을 퇴치하는 데 쓰이고 있다. 셀러브리티 이름을 와인 판매에 활용하는 사례는 이처럼 공익이 목적인 경우도 있지만, 유명인 자신이 와인을 좋아해 와인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박지성 와인’은 어떤 맛일까?

    박지성 와인

    가장 대표적인 예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다. 코폴라는 1975년 영화 ‘대부’의 수익금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내파밸리의 잉글누크 에스테이트 일부를 사들였다. 이 와이너리는 1879년 구스타프 니에바움이 설립해 1889년 파리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을 정도로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었다.

    코폴라는 1978년 루비콘을 생산해 내파밸리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키웠으며, 88년에는 할아버지 이름을 딴 진판델 와인 에디지오네 펜니노를 출시했고, 95년에는 과거 잉글누크가 생산한 내파밸리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이라 불리던 캐스크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잉글누크가 원래 소유했던 샤토와 포도밭을 모두 매입하고 2011년 잉글누크 상표권을 획득하기까지 코폴라의 와인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대단했다. 고품질의 고가 와인을 주로 생산하는 잉글누크와 별개로 코폴라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와이너리도 운영하면서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중저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코폴라 감독 외에도 와인 사업에 뛰어든 셀러브리티는 꽤 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에 위치한 안타 반데라스 와이너리의 대주주이다. 드루 배리모어는 이탈리아 베네토에서 베리모어 피노 그리지오 와인을 생산해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와인광으로 유명한 제라르 드파르디외도 프랑스 루아르밸리에 소재한 샤토 드 티녜를 소유하고 있다. 팝아티스트로는 클리프 리처드가 포르투갈에서 비다 노바라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고, 스팅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자신이 부른 노래 제목을 붙인 ‘Sister Moon’과 ‘When We Dance’ 와인을 생산한다. 골프 스타 와인으로는 그랙 노먼, 아놀드 파머, 닉 팔도 등이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다.

    명성을 이용한 마케팅일 수도 있고 기부를 위한 모금 활동일 수도 있지만 셀러브리티의 이름을 내건 와인 출시는 와인 애호가에게는 흥미로운 일이고 팬에게는 기쁜 일이다. 가끔은 좋아하는 스타의 와인을 마시거나 소유하는 것도 인생의 여유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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