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1

2014.06.09

‘배당투자’는 노후 대비에도 딱!

재무구조 탄탄해야 배당금 지급 … 저성장시대 꾸준한 관심 필요

  • 이상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4-06-09 16: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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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당투자’는 노후 대비에도 딱!

    3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에서 SK텔레콤 제30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올해 들어 가장 뜨거운 투자처 가운데 하나가 ‘배당’이다. 높은 수익률에 힘입어 연초부터 배당주 펀드로 8000억 원가량 자금이 유입됐고, 보통주에 비해 배당금을 더 많이 주는 우선주도 평균 20% 이상 올랐다. 박스권에 갇힌 증권시장과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다시 거래절벽 상태에 놓인 부동산시장과 비교할 때 배당 관련 투자처는 자금 유입이나 수익률 측면에서 압도적이다.

    하지만 최근처럼 주식시장에서 배당주가 주목받은 예는 많지 않다. 배당주는 주로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이 많아 성장 스토리가 없고 화제성도 떨어진다. 주식은 꿈을 먹고 자라는데, 배당주는 꿈이 없는 주식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당주를 두고 ‘현실주의자의 주식’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3~4년 전부터 배당주가 무대 위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편에서는 방향성이 없는 조정 장세에서 일종의 피난처 구실을 한다는 얘기를 하고, 다른 한편에선 배당주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도 한다. 만일 후자 시각이 옳다면, 지금이라도 배당주(또는 배당주 펀드)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이 옳은 결정이 될 것이다. 반대로 전자 시각에 동의한다면 일정 수익을 낸 후 매도(환매)하거나, 기다렸다 새로운 시장 흐름이 형성될 때 갈아타야 할 것이다. 물론 결과는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는 법. 그러나 시장 상황은 재평가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듯하다.

    먼저 저성장과 고령화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기업, 개인 등 모든 경제 주체는 성장할 때 돈을 벌어 자본을 만들고 나중을 대비해야 한다. 성장기를 거치면서 벌어들인 자본은 미래를 위해 사용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노후자금이다. 기업과 개인이 쌓은 자본 가운데 일부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란 파이프라인을 통해 노후생활을 위한 재원이 된다. 이 과정에서 ‘자산의 연금화’ ‘시장의 기관화’가 이뤄진다. 자산의 연금화와 시장의 기관화는 장기성 투자 자금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런 자금은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안정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다.

    한국 기업 배당성향 22%에 불과



    연기금과 기관투자자의 영향력 확대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도 긍정적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경영 불투명성 문제다. 경영 불투명성 문제의 본질은 지배구조다. 주주 중심의 경영이 아닌 오너 중심의 경영이 기업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이는 결국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많은 소액 투자자의 대리인인 연기금 등은 기업의 부적절한 행동을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자신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의 재산을 보호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는 과거 주주총회(주총) 거수기 노릇에서 벗어나 점차 기업 감시자 구실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뿐 아니라 배당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개연성이 크다.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성향(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2%로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배당성향은 미국 38%, 캐나다 58% 등으로 선진국은 평균 49%를 보이고 인도(29%), 브라질(49%), 인도네시아(48%) 등 신흥국은 평균 41%를 기록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낮은 배당성향으로 현 주가 대비 배당수익률인 시가배당수익률도 1.1%에 불과하다.

    낮은 배당성향과 달리 한국 사회에서 돈은 기업 쪽에만 쌓이고 있다. 총저축률에서 기업의 비중은 62.8%, 정부와 개인은 각각 23.8, 13.4%다(2011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저축의 60%가량을 기업이 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기업의 저축률이 높으면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풍부한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배당투자’는 노후 대비에도 딱!
    하지만 사회 처지에서 보면, 부(富)가 어느 일방에 편중됐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즉, 양극화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그런데 배당은 기업에서 가계로 자금이 흘러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것이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을 통해서든, 직접 주식 보유자에게 가든, 아니면 펀드 형태로 가든 결국 기업이 주는 배당의 최종 종착지는 개인 호주머니인 것이다. 거시적 차원에서 배당은 자본시장을 통해 부의 양극화를 완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우선주의 상승세도 음미해볼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더 많은 배당금을 받는다. 따라서 보통주와 우선주의 가격 차이는 ‘의결권의 가치’를 의미한다. 그런데 만일 기업의 투명성이 더 높아지고 대주주의 전횡이 줄어든다면, 의결권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그럼 투자자 처지에서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보통주를 사느니 배당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우선주를 매입하려 할 것이다. 일부 투자자가 우선주를 선호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손실 위험 있지만 예금 경쟁 상대

    배당에 대한 재평가 논의를 차치하더라도 배당은 저금리·저성장 시대에서 주요 투자 잣대이다.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주려면 급여와 세금을 내고도 돈이 남아야 한다. 꾸준한 현금 흐름이 있어야 안정적인 배당금 지급이 가능하다. 오랜 시간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해온 기업은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비즈니스 모델이 탄탄한 경우가 많다. 꾸준한 배당주는 손실 위험이 있지만 예금 경쟁 상대로 손색없다고 할 수 있다.

    배당투자는 노후 대비용 투자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실제 배당투자로 노후 준비를 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증권사 전직 임원인 A씨는 퇴직 몇 년 전부터 은행 금리 이상을 주는 배당주 리스트를 만들었다. 1년에 1~2번 주가가 크게 하락해 이들 기업의 배당수익률이 더 올라가면, 주식을 사서 모았다. 퇴직 전이라 급여로 생활이 가능해 매년 받는 배당금은 배당주에 재투자했다. 몇 년에 걸쳐 이렇게 사 모은 주식의 배당금을 받아 퇴직 후에는 생활비로 쓴다. 주가가 많이 올라 배당수익률이 떨어지면, 일부를 현금화해 차익을 얻기도 했다.

    “개인투자자가 그래도 손해를 보지 않고 투자하는 방법은 배당주를 공략하는 것이다. 직접 종목을 고르기 어려우면 좋은 배당주 펀드에 가입해 묵혀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몇 년 전 A씨가 필자에게 한 말이다. 아무리 좋은 투자처라도 가격이 오르면 투자 매력은 반감하기 마련이다. 배당주도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배당에 대한 인식의 재전환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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