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1

2014.06.09

‘고객 지상주의’ 진짜 센 놈 온다

고객 가치 경영 아마존, 한국 시장 진출 영역에 초미의 관심

  • 성민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위원 mh.seong@kt.com

    입력2014-06-09 16:0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딸이 먹을 분유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이미 그들의 배송은 시작되고 있었다. 그간 내가 샀던 분유 종류와 구매 주기를 알고 있던 그들은 우리 집과 가장 가까운 물류창고에 미리 분유를 배송해뒀다. 내가 주문 버튼을 클릭한 순간,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최종 배송을 시작했다. 장난감 헬기처럼 보이는 물체가 집 앞에 분유를 가져다놓은 건 주문을 넣은 지 30분 만의 일이었다.’

    얼핏 공상과학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미국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www.amazon.com)은 2015년부터 주문하기도 전 배송을 시작하고 소형 무인기로 집 앞까지 장바구니를 배달하는 서비스를 실용화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상상을 뛰어넘는 이러한 서비스에 아마존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더 빠른 배송으로 고객 서비스 질을 향상하겠다는 것. ‘고객 서비스의 가장 완벽한 사례’라는 극찬을 받으며 수년째 고객 만족도 1위를 지키고 있는 아마존의 현주소다.

    지난해부터 가시화한 아마존의 한국 시장 진출 움직임이 관련 업계에서 첨예한 이슈로 급부상한 것은 이 때문이다. 아마존은 현존하는 정보기술(IT) 기업 가운데 가장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결과 자사 전자상거래 매출의 3분의 2가 기존 고객의 재구매에서 창출될 만큼 가입자의 충성도도 높다. 이처럼 아마존의 성장을 견인하는 고객가치 경영의 본질은 속도(speed)와 편의성(simple)의 극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속도 개선은 최근 아마존이 가장 공들여 추진하는 분야다. 서두에 언급했던 ‘주문 전 배송’이나 ‘드론(소형 무인기) 배송’이 대표적 사례다. 주문 전 배송은 고객의 과거 구매 기록을 분석해 상품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통해 구매 예상 품목을 정리해 고객과 가까운 물류센터로 물건을 미리 가져다 놓음으로써 배송시간을 단축하는 서비스다. 드론 배송은 16km 내 근거리 구간에서 ‘30분 내 배송’을 목표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항공 안전과 관련한 각종 규제 이슈가 해결될 경우 본격적으로 실용화할 것으로 보인다.

    상품 수요 예측 주문 전 배송



    이 같은 배송 혁신을 통해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의 본원적 한계로 꼽히는 제품 구매와 수령 사이의 시간차를 최소화하려 한다. 아마존은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주요 거점에 대형 물류기지를 구축,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당일을 넘어 30분 내 배송을 향해 진격 중이다. 월마트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편의성 또한 아마존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클릭 한 번에 모든 결제가 완료되는 원클릭 서비스를 보자. 고객이 구매 버튼을 누르는 순간, 아마존은 지난 구매 시 등록했던 신용카드와 미리 설정된 주소로 물건을 배송한다. 주문을 취소할 경우 30분 내 본인 계좌로 환불된다. 각종 인증과 보안 절차 때문에 결제가 복잡한 한국 상황과 달리, 원클릭 결제는 현재 애플 아이튠즈를 비롯한 주요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에서 라이선스 방식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손쉬운 서비스 이용 환경을 만들려는 아마존의 노력은 애프터서비스(AS)에서도 이어진다. 주요 글로벌 기업이 콜센터를 제3국으로 아웃소싱하며 비용 최소화를 모색할 때 아마존은 클릭 한 번에 실시간 영상 AS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메이데이’라는 이름의 이 솔루션은 기술 관련 문의를 비롯한 다양한 고객 질의에 실시간으로 응답한다. 상담원 모습은 영상을 통해 서비스를 의뢰한 소비자에게 보이는 반면 의뢰자 모습은 상담원에게 보이지 않는다. 영상통화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섬세한 배려다.

    아마존이 판매와 배송, AS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적 고객 서비스 혁신을 주도해온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저스의 ‘고객 지상주의’를 들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라는 그의 확고한 철학은 서비스 혁신을 위한 기술 확보와 인프라 구축에 대한 공격적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급증하는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1%대에 머무는 것은 상당 부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고객 빅데이터 활용 노하우

    그런데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이 흥미롭다. 낮은 이익 구조에도 아마존 주가는 지난 4년간 6배 이상 급등하며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낮은 영업이익률이 이익 창출 역량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한 장기 투자의 결과라는 점을 시장이 먼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고객 지향 혁신을 가능케 하는 또 하나의 무기는 바로 빅데이터 기술이다. 아마존은 2억 명이 넘는 자사 사용자의 정보를 분석해 각 개인에 최적화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언급했던 ‘주문 전 배송’이란 수요 예측 모델은 고객의 과거 구매 품목, 검색 기록, 장바구니 목록, 반품 기록 등 아마존이 보유한 광대한 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하다. 아마존 홈페이지 초기 화면을 고객 개인이 검색했던 제품과 관련된 추천 상품으로 제공하는 개인화 서비스나 앞서 소개한 원클릭 결제도 고객이라는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노하우 덕에 가능한 서비스인 것이다.

    아마존의 한국 시장 진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관심의 초점은 그들이 어떤 영역에 들어올 것인지에 집중된다. 소셜커머스, 클라우드, 디지털 콘텐츠, 태블릿PC 등 거의 모든 IT 영역에서 위력을 떨치는 아마존의 위상을 감안하면 관련 시장의 판도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그에 앞서 국내 시장에 끼칠 가장 큰 영향은 시스템화한 아마존의 ‘고객 지상주의’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치사슬 전체에 내재된 고객 중심 철학과 그를 뒷받침하는 기술 역량은 결코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아마존의 국내 시장 진입을 계기로 고객 서비스가 본원적 경쟁력의 원천으로서 재조명되길 기대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