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1

2014.06.09

빅토리아 시절 모험심 키운 로열노스데본GC

  • 남화영 ‘골프다이제스트’ 차장 nhy@golfdigest.co.kr

    입력2014-06-09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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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리아 시절 모험심 키운 로열노스데본GC

    로열노스데본골프클럽 5번 홀 그린. 그린 사이드 벙커 턱에 나무판자를 대놓았다.

    새로운 광야를 누비고 모험하는 미국의 개척 정신의 기원은 잉글랜드 남서쪽의 한 골프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로열노스데본(Royal North Devon·파72, 6653야드)골프클럽은 1864년 설립돼 올해로 150주년을 맞은 잉글랜드 최고(最古) 코스다. 물론 영국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코스를 꼽자면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나 머슬버러, 블랙히스, 뮤어필드 등이지만 잉글랜드만 놓고 따지면 브리티시오픈이 열리고 4년 뒤 개장한 로열노스데본이 최초다. 그것도 막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올드 톰 모리스가 공들여 설계했다.

    로열노스데본은 그 지역에선 ‘웨스트워드호(Westward Ho!)’라고도 부른다. 영국에서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 미국으로 출항할 때 선원들이 외치던 구호가 바로 ‘서쪽으로 출발!’이었던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실제로 로열노스데본의 클럽하우스 입구에는 마치 출항을 앞둔 큰 선박의 돛대처럼 깃발을 줄줄이 내건 기둥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골퍼는 히코리 클럽을 든 채 너른 해안가 링크스에서 바람에 맞서 공을 날리며 서쪽으로의 핀을 향한 모험심을 키웠을 것이다.

    코스는 초창기 골프장과 변함없으며 오늘날에도 말, 양 같은 가축이 코스에서 풀을 뜯는다. 허버트 파울러가 1908년 약간 손을 봤으나, 코스 레이아웃은 15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곳에서 하는 라운드는 마치 빅토리아 시절 골프를 체험하는 것 같다.

    로열노스데본은 초기 골프사의 3대 영웅 가운데 한 명인 J. H. 테일러의 ‘홈 코스’이기도 하다. 그는 브리티시오픈 5승에 해리 바던, 제임스 브레이드와 함께 30여 년간 세계 골프계를 풍미했는데, 여기서 캐디를 하며 골프를 익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1957년 골프장 명예대표가 됐으며, 클럽하우스에는 그가 우승할 당시 썼던 클럽들과 초상화도 전시돼 있다. 이곳 클럽하우스는 세인트앤드루스의 R·A에 이어 영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골프 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7월 이곳에선 15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19~26일 일주일은 개장 기념 주간이다. 지난봄에는 웨스트잉글랜드 아마추어선수권을 개최했고, 8월에는 월드히코리마스터즈를 개최하며, 9월 말에는 영국 주별 대회를 연다.



    최근엔 로열노스데본을 중심으로 잉글랜드 남서부 링크스 6개가 애틀랜틱링크스트레일(www.atlantic-links.co.uk) 상품을 만들어 공동 마케팅도 시작했다. 로열노스데본 외에 트레일에 참여하는 골프장들의 역사도 고색창연하다. 버넘 앤드 버로와 세인트애노독은 1890년, 손턴 이스트는 1897년 세워졌고, 트레보스는 1925년, 손턴 웨스트는 1937년 각각 개장했다.

    마크 에반스 총지배인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이 코스는 영국의 골프 발전과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700여 년에 이르는 링크스 골프 역사를 체험하는 데 이만한 곳이 없다”고 자랑했다. 그린피는 주중 45파운드, 주말에는 50파운드이며, 회원제 클럽이지만 게스트도 쉽게 부킹할 수 있다. 모험심이 발동한다면? 자, 클럽을 챙겨서 서쪽으로 출발!

    빅토리아 시절 모험심 키운 로열노스데본GC

    로열노스데본골프클럽 1번 홀에서 보이는 광활한 링크스 전경(왼쪽). 클럽하우스 입구에 세워진 돛대를 상징하는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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