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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民의 한 수 01

與도 野도 웃지 못했다

여권엔 ‘강력 경고주사’, 야권엔 ‘대안능력 요구’ 민심 채찍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與도 野도 웃지 못했다

與도 野도 웃지 못했다
‘민(民)의 한 수’였다. 세월호 참사, 대통령의 눈물에도 국민은 여야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6월 4일 치른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경기, 인천, 부산을 포함해 광역단체장 8곳, 새정치민주연합은 서울과 충청권 등 9곳을 차지했다. 현재 새누리당 9곳, 새정치민주연합 8곳인 광역단체장 수가 ‘8 대 9’로 역전한 것. 새누리당은 한 석을 잃었지만 ‘세월호 참사’와 ‘안대희 총리 후보자 낙마’ 등 악재 속에서도 수도권 2곳에서 이기고, 최대 격전지였던 ‘텃밭’ 부산을 사수하면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구청장수도 늘렸다. 기초단체장 226명 중 117명(새정치민주연합 80명, 무소속 29명)을 배출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82석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설욕한 셈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보인 중원 4곳과 강원을 야당에게 내준 점은 뼈아프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인천을 내줬지만 충청권 4곳(대전, 세종, 충북, 충남)을 휩쓸었고 밀실공천 비판을 받았던 광주에서 윤장현 후보가 당선하면서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기초단체장 선거는 92석에서 72석으로 줄었다. 결과적으로는 여야 어느 쪽도 승리를 주장할 수 없는 절묘한 성적표가 나온 것이다.

여론조사 숨은 표의 균형

이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견제·심판론’에 대해 일정 부분 손을 들어주면서도, 여권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열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과 대구에서도 야권 표가 상당히 나왔지만, 결국 새누리당이 읍소한 ‘박근혜 마케팅’과 ‘국정 안정론’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지 않은 ‘숨은 표’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균형을 이뤘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



정치권에선 견제 및 균형 측면에서 황금분할 구도가 이뤄졌다는 분석과 함께 여야 모두 호된 질책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2년 총선과 대통령선거(대선), 박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세월호 참사와 ‘안대희 낙마’ 같은 국정 혼란에 대해 국민이 경고장을 꺼내들었다는 것. 새누리당 장윤석 비상대책위원은 “초강력 경고주사를 맞았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막판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사퇴로 반(反)새누리당 구도가 조성됐지만 경기와 부산을 탈환하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의 대형 악재에도 약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 정치와 대안 능력을 보여주지 않고 정부 실정에 기대 반사이익만 얻으려 한다면 언제든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또 다른 경고장을 국민이 내민 것으로 해석된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세월호 사태에 대한 엄정한 심판은 이뤄졌지만 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기회를 줬다. 절반의 심판”이라고 말했다.

원내 제3당인 통합진보당은 ‘내란음모 사건’ 이후 열린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단체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울산 동구, 북구에서 현역 구청장 후보가 출마했지만 새누리당 후보에 밀렸다.

이제 세월호 선거는 끝났다. 민심은 여야 모두에게 각자 몫에 맞는 책임을 추궁했다.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라’는 준엄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어느 일방의 승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면서 ‘국가 개조’와 세월호 국정조사, 공직사회 혁신 등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혁신과 주도권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7·30 재·보궐선거에서 또 심판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의 한 수인 이유다.

與도 野도 웃지 못했다
與도 野도 웃지 못했다
출구조사로 본 6·4 민심

세월호 참사 앵그리 40대…나에게 묻지 마 50대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jcbae@randr.co.kr

MBC, KBS, SBS 방송 3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출구조사를 실시했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7곳이 경합지역으로 나타나면서 다소 김이 빠졌지만, 개표 결과 경기를 제외하고 당락이 바뀐 곳은 없었다. 출구조사는 개표에 앞서 전체 판세를 예측하는 의미가 있고, 투표 현장에서 생생한 민심을 경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지방선거 출구조사를 통해 나타난 민심 동향은 예상대로 세월호 참사가 관통하고 있었다.

① 2030 대거 투표장行

‘세월호 참사’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인 2030세대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투표율은 40대나 50대 이상에 미치지 못했지만, 2010년 지방선거와 달라진 점은 2030세대가 사전투표에 적극 참여했다는 것. 6월 4일 투표일엔 투표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오후 3~5시쯤 30대 유권자가 투표장을 많이 찾았다. 이들은 예전만 해도 투표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세대였다.

② 성난 40대

출구조사 결과 수도권과 강원, 충청권 경합지역의 2030세대는 대체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지지했고, 50대 이상은 보수성향의 새누리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을 보였다. 50대 이상 유권자 수를 감안하면 새누리당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기대하겠지만 40대 민심이 승패 분수령이었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연령별 득표율이 20대는 28.5% 대 69.9%, 30대는 24.9% 대 74.5%로 그 차이가 41~50%에 달했다. 2010년 지방선거의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선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23~36%p였는데, 4년 뒤 선거에선 15%p가량 벌어진 것. 이런 상황에서 승패 열쇠를 쥔 40대는 여당 후보에게 33.1%를 준 반면, 야당 후보에겐 74.4%를 몰아줬다. 39.8%(여) 대 54.2%(야)였던 2010년 지방선거 때보다 2배 이상 차이가 나면서 야당 후보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화했다. ‘앵그리맘’(Angry Mom·분노한 엄마를 유명 게임 캐릭터인 앵그리버드(Angry Bird)에 빗댄 표현)은 존재했고, 그들의 투표로 야당 후보에 대한 표 쏠림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③ 구심점 없는 선거

과거 선거에선 ‘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구심점 구실을 했고, 박근혜 효과도 있었다. 견고한 지지층의 몰표가 쏟아지면서 승부를 뒤집거나 격차를 더욱 벌리는 견인차가 됐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강한 결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50대 초반은 경합지역인 수도권과 충청권, 그리고 강원권에서 과거 선거보다 야권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충청권과 강원권은 세종시 원안 고수와 안보 이슈로 보수층이 강화되던 지역.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대통령 입지가 더욱 좁아지면서 보수층 결집이 힘들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④ 지역적, 세대적 요구 분출

부산은 새누리당 텃밭임에도 야권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시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가덕도 신공항과 해양금융종합센터 설치 등 지역 요구사항이 현 정부 들어 진척되지 않은 데 대한 반발이 컸다. 전국적으로는 20~40대 여성이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크게 나타났다. ‘여성대통령 시대’가 왔지만 보육이나 육아, 교육 문제 등 여성 학부모를 위한 정책이 나아진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불만 때문에 야권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세종시의 경우 현 정부가 세종시에 대해 별다른 관심과 투자가 없었고,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내세워 공무원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생각이 표심으로 그대로 드러났다.

⑤ ‘숨은 표’ 현상

‘숨은 표’ 현상은 출구조사에서까지 계속됐다. 세월호 사고로 가장 민감한 지역 중 하나는 경기. 경기는 상대적으로 투표율도 낮았지만, 50세 이상 투표자는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숨기려는 경향이 강해 조사자들이 애를 먹었다. 여론조사에서 예상한 ‘보수 숨은 표’가 현실로 확인된 것이다.




주간동아 2014.06.09 941호 (p10~13)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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