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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EU가 깜짝 놀란 ‘마린 르펜’ 돌풍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제1당 등극…유로화 탈퇴 등 극우 행보에 주목

  • 전승훈 동아일보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EU가 깜짝 놀란 ‘마린 르펜’ 돌풍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당수 마린 르펜(50)에게 유년 시절 가장 강렬한 기억을 물으면 “20kg의 다이너마이트”라고 대답한다. 1976년 그가 8세 때 일이다. 가족이 잠자던 한밤중, 집 앞 계단에서 누군가 설치해놓은 폭발물이 터졌다. 충격으로 벽에 큰 구멍이 생겼을 정도였다. 아버지 장마리 르펜(86)이 72년 FN을 창당한 이후 세 딸은 학교에서 “아빠는 파시스트”라고 놀림을 받았다. 그는 이 사건을 떠올리며 “정치가 목숨을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릴 적 깨닫게 됐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로부터 38년 뒤. 마린 르펜은 5월 25일 치른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와 전 유럽 정계에 핵폭탄급 충격파를 던졌다. 반(反)유럽연합(EU)과 유로화 탈퇴, 반이민정책을 내건 FN이 24.8% 득표율로 중도좌파 집권 사회당(PS)과 중도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을 제치고 프랑스 제1당에 오른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유럽 정계는 ‘태풍, 허리케인, 쓰나미, 지진, 빅뱅’이란 단어로 묘사했다.

르펜은 유럽의회 선거 직후 마뉘엘 발스 총리의 사퇴와 의회 해산을 대담하게 요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즉각 총선을 다시 실시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많은 전문가는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마린 르펜이 결선투표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선거에 대해 ‘르몽드’는 “프랑스 사회가 극우정당의 승리를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기 시작했으며, 이 정당이 전진하는 데 아무런 방해를 하지 않는 ‘불간섭주의’를 택했다”고 분석했다.

‘톨레랑스’(관용)를 내세우는 나라 프랑스에서 FN은 인종주의자, 반유대주의자, 남성우월주의자, 파시스트 등으로 불려왔다. 아버지 장마리 르펜의 별명은 ‘악마’였고, 2011년 당을 이어받은 딸 마린 르펜은 중세 유럽에 창궐했던 ‘흑사병’에 빗대 ‘백색 페스트’로 불렸다. 그러나 유럽의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프랑스의 기존 정치 엘리트들은 좌우파를 가리지 않고 불신의 늪에 빠졌고, 마린 르펜은 군소정당에 불과하던 FN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2017년 大選 결선투표 오를 가능성 커



EU가 깜짝 놀란 ‘마린 르펜’ 돌풍
2011년 당수 취임 후 그가 가장 크게 노력한 것은 당의 ‘악마’ 이미지를 세탁하는 작업이었다. 핵심은 늘 과격 발언으로 좌충우돌하던 아버지와의 선긋기. 두 번 이혼하고 세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마린 르펜은 마초적인 아버지에 비해 페미니스트처럼 보였다. 그는 당 지도자들이 인종차별이나 반유대주의적 발언을 하면 공개적으로 징계를 내렸다.

그는 또 새롭고 말쑥한 이미지의 20, 30대 간부를 대거 발탁했다. 3월 지방선거에서 후보자의 14%는 30대 이하였다. 그의 조카딸 마리옹 마레샬 르펜도 2012년 22세 나이에 FN 소속 의원으로 당선했다. 주로 고령 유권자가 지지하던 FN은 그 덕에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25세 미만의 10%, 25~34세에서도 20%의 득표율을 올렸다.

프랑스 최악의 경제·사회적 위기 속에서 FN은 노동계급과 실업자가 가장 선호하는 정당이 됐다. 세계화 반대, 보호무역주의, (프랑스인에 대한) 복지 확대 등 사회당보다 더 좌파적으로 비치는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진보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인의 이익을 적극 수호하는 정책을 편다는 이유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유럽 전체의 극우정당 득세가 국수주의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주간동아 2014.06.09 941호 (p51~51)

전승훈 동아일보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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