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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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부족했나…파혼소송 늘어

결혼 앞두고 성격 차이 등 갈등 해결 못 해 법정서 시시비비

  • 박은경 객원 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4-06-09 1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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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연애(혹은 중매)→양가 결혼 승낙→상견례→(약혼식)→결혼식장 예약→예물, 예단 교환→신혼집 마련→결혼식’에 이르는 과정마다 복병이 숨어 있어 파혼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을 3개월 앞두고 일방적으로 파혼 통보를 받은 3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에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약혼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2011년 지인 소개로 B씨를 만나 이듬해 4월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그러나 신혼집 문제로 다툰 뒤 B씨가 일방적으로 파혼을 통보했다. 이 소송에서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혼인을 거부한 B씨 때문에 두 사람의 약혼이 해제됐다”며 “B씨는 A씨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파혼소송 무료 상담’ ‘파혼소송 정보 제공’ 등을 내세우는 사이트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변호사가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파혼시장에 눈을 돌리는 변호사가 늘어난 결과다. 사회가 이혼이나 파혼에 대해 과거보다 관대해진 점도 한 원인이다.

    시대가 변했다 해도 파혼은 드러내놓고 알릴 일이 아닐 텐데, 사람들이 사건을 법원까지 끌고 가 공방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과거에는 약혼자 부정 등 파혼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가 비교적 분명했지만, 최근에는 그것을 가리기 힘든 사례가 많다. 성격 차이나 예단, 혼수 문제 등으로 갈등이 발생하면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일단 파혼하기로 했다면 잘잘못을 떠나 주고받은 예물과 예단을 돌려주고 결혼식장 계약금이나 청첩장 인쇄비, 이미 지불한 신혼여행비 등과 같이 복구가 어려운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면 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법정싸움이 벌어지는 이유는 끝까지 책임을 가려내 자신의 손해를 최소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김삼화 변호사는 “요즘 젊은이는 파혼으로 누가 얼마를 손해봤는지까지 꼬치꼬치 따지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한 판사를 만났는데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자기가 사준 선물을 전부 내놓으라는 소송을 낸 사람이 있다’며 개탄하더라”고 전했다.



    상대방에 배려·인내 부족

    결혼 상담과정에서 숱한 파혼 사례를 목격한 18년 차 커플매니저 홍유진 씨(더원노블 행복출발 부대표)는 “사돈 간 지나친 경쟁의식과 신경전이 파혼을 부를 수 있다”며 “상대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최근 결혼에 이르지 못하고 파혼으로 관계를 끝내는 커플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인내 부족, 사랑보다 조건을 중요하게 여기는 점 등이 그것이다. 김 변호사는 “파혼소송을 하려면 변호사 선임비가 필요하고, 재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재판이 끝나고 위자료로 받을 수 있는 돈도 몇백만 원에 불과하다. 파혼소송은 양쪽 모두에게 실익이 없으니 서로 협의해 잘 마무리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사랑이 부족했나…파혼소송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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