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1

2014.06.09

스포츠토토 파행 왜 이러나

우선협상 대상자 자격 박탈 위기로 사업권 또 표류

  • 김지은 객원 기자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4-06-09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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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토토 파행 왜 이러나

    스포츠토토 직원이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회사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스포츠토토 어디로 가나.’

    경영진의 도덕성 문제로 오리온이 체육진흥투표권발행사업(스포츠토토)의 사업권을 박탈당한 데 이어 새로운 수탁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던 웹케시 컨소시엄마저 제안서에 기재한 위탁수수료율의 일관성 부족을 이유로 자격 박탈 위기에 처했다. 연간 1만 개 이상의 경기를 대상으로 발매되는 스포츠토토 사업권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할 조짐이다.

    체육복표사업 주관 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공단)은 ‘연도별 자금 소요 계획과 자금 조달 방안을 제시하되 제안서의 사업운영원이 선정 내용과 일관성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입각해 웹케시 컨소시엄의 우선협상 대상자 자격을 배제해달라는 공식 문서를 5월 27일 조달청에 전달했다. 또한 나머지 입찰 업체들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부정당 행위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공단 측은 “자금 조달 계획과 위탁수수료율이 정확히 일치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안다”면서도 조달청 판단에 따라 모두 실격 처리될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시사했다.

    무리한 사업자 변경 추진

    일각에서는 웹케시 컨소시엄의 현실성 부족한 제안서와 불완전한 고용승계가 문제가 됐으리라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웹케시 컨소시엄은 입찰에 앞서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에서 공단 측이 제시한 2.073%(부가세 포함)보다 낮은 1% 후반대의 위탁수수료율을 제시한 데 이어 실제 입찰 제안서에는 그보다 더 낮은 1% 중반대의 위탁수수료율을 기재해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현실성 부족한 계획’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제안서의 자금 조달 계획에 비해 턱없이 낮은 위탁운영비를 제시해 가격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한편, 제안서상 사업계획에서는 실제 위탁운영비보다 21%나 많은 651억 원 상당의 내용을 담아 기술평가 부문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웹케시 컨소시엄 측은 5월 28일 고용승계 인원을 당초 제시했던 175명(스포츠토토 여자축구단 35명 포함)에서 215명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하면서 이에 따른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주장했다. 또 공식 평가를 통해 선정된 우선협상 대상자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배제하겠다고 통보한 공단 측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맞서고 있다.

    스포츠토토 파행 왜 이러나

    김인수 스포츠토토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의 책임 있는 사과와 고용 승계 보장을 요구했다.

    2011년과 2012년 스포츠토토의 현 사업자인 오리온의 담철곤 회장과 오리온그룹 전략본부 조경민 사장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으면서 체육복표사업자의 도덕성과 투명성 문제가 거론되자 공단은 2013년 스포츠토토의 공영화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후 체육복표사업권자를 재선정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공단은 3월 조달청을 통해 체육진흥투표권발행사업권자 재선정을 위한 공개 입찰을 진행했다. 투명성과 안정성 보장을 위해 사업 후보자의 도덕성 조항을 강화하면서 현 스포츠토토의 사업권자인 오리온이 입찰 대상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됐다.

    고용승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새로운 수탁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웹케시 컨소시엄 측이 입찰 당시 사업에 필요한 인력으로 제시한 수가 공단이 제시한 200명보다 적은 175명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면서부터다.

    낮은 수수료율을 만회하려고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공단 측은 웹케시 컨소시엄 측과 협상을 통해 고용승계 문제를 최대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하지만 공단은 턱없이 낮은 수수료율과 안정적인 사업 운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소수 인력으로 사업을 운용하겠다는 웹케시 컨소시엄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게 됐다. 입찰을 진행한 조달청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기준에 부합하는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선정 기준의 현실성 부족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직원 고용승계도 난관 봉착

    현재 250여 명에 달하는 스포츠토토 소속 직원의 향후 거처가 불투명해지면서 스포츠토토 노동조합(노조) 측은 “지난 10년간 시장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 터무니없는 대우를 받으면서도 열정 하나로 청춘을 바쳐 일해온 직원들의 노력이 오너와 경영진의 잘못으로 물거품이 됐다”면서 경영진의 책임 있는 사과와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김인수 스포츠토토 노조위원장은 “오너의 부도덕성과 경영진의 안일한 대응으로 2011년 보장받았던 5년 연장 사업권마저 상실했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10여 차례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대안 제시는커녕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이번 사태의 일차적 책임이 오리온 사주 측에 있는 만큼 새로운 사업자의 고용승계 전 오리온 경영진의 책임 있는 사과와 내부 고용승계, 희망명예퇴직 등의 조건 수용이 먼저”라는 견해를 밝혔다.

    전문 인력 부족으로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이 불가능해지면 스포츠토토 사업의 축소 혹은 퇴락 역시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 결과 불법스포츠 도박이 횡행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지나치게 짧은 인수인계 기간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할 경우 현재 스포츠토토를 이용하는 이용객마저 불법도박 사이트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불법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경우 베팅 한도가 거의 없고 합법 사이트에 비해 재미있는 상품도 훨씬 많기 때문이다.

    강신일 단국대 국제스포츠학과 교수 역시 “지금까지 정부 예산을 포함한 체육진흥기금의 80%를 모집해온 스포츠토토의 성과가 사주 개인의 잘못으로 일순간에 무너졌다”고 평가하면서도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청와대를 없애거나 정부를 무너뜨릴 수는 없듯, 무리한 사업권 이전으로 국민과 스포츠토토 구성원의 반발심을 키우기보다 스포츠토토라는 조직이 그간 일궈놓은 성과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체육계의 각성 또한 절실하다. 서 소장은 “스포츠토토의 파행 운영으로 국내 체육계의 젖줄인 체육진흥기금 조성액이 줄어든다면, 국내 체육계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체육계는 현 사태가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올지에 대한 예측은커녕 관심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만연한 비리와 이권다툼, 알력싸움이 지금 같은 공통의 당면 과제를 외면하고 파행을 부추기는 원인이라는 뼈아픈 지적을 체육계 역시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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