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5

2014.04.28

활짝 열린다, 사물인터넷 시대

스마트폰으로 보일러 작동 등 삶을 바꾸는 서비스 무궁무진

  • 문보경 전자신문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4-04-28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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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가 사물인터넷 육성 방침을 발표한 후 사물인터넷 테마주라는 표식어가 붙은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자 너도나도 사물인터넷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모든 기기가 유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된다는 사물인터넷, 정말 실현 가능한 일일까.

    사물인터넷은 사물이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작동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 중심의 인터넷이 사물 중심의 인터넷으로 진화한다는 뜻이다.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사물인터넷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외부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에 있는 보일러를 켜고 전기밥솥을 작동할 수 있는 시대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사물인터넷 시대에 한 발짝 다가섰다고 할 수 있다.

    IBM은 2009년을 사물인터넷 원년이라 말하기도 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사람이 사용하는 디바이스보다 각종 센서, 카메라, 자동차 등 일명 사물로 불리는 디바이스가 인터넷에 더 많이 연결되기 시작한 시점이 2009년이라는 것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린 것은 아니지만, 이미 우리는 진행선상에 있다.

    비용과 프로토콜 문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물인터넷 서비스가 무궁무진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는 2018년 사물인터넷 연결기기가 90억 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 태블릿PC, 웨어러블기기 등을 모두 합친 19억 대보다 5배 많은 수치다.



    비록 가상 시나리오지만 사물인터넷이 확산된 이후의 삶을 예상해볼 수 있다. 이를테면 스케줄을 휴대전화에 입력하면 휴대전화가 알아서 알람시계에 정보를 건넨다. 알람시계는 이 정보 외에도 각종 정보를 받아 자동으로 알람을 울려야 할 시간을 계산한다. 자동차 기름이 떨어져 간다면 주유해야 하는 시간과 가는 길의 교통량을 분석해 운전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계산해준다. 거리 휴지통을 비워야 할 시간을 휴지통이 청소차에 알려줄 수 있고, 거리 청소가 필요한 시기도 파악할 수 있다. 자동판매기 물품이 떨어지기 전 이를 채워 넣는 것도 가능하다. 퇴근길에 내비게이션에 ‘집’을 입력하면 집은 도착 시간을 계산해 보일러나 에어컨을 켜놓고 주인을 맞이한다.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끝내고, 주인이 집에 도착하면 바로 빨래를 널 수 있도록 세탁기가 제시간에 돌아가게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온도, 습도, 조도를 측정하는 센서는 대기와 대지 상황을 측정해 가뭄이나 홍수 위험을 농부에게 경고함으로써 농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가상 시나리오는 지금도 실험실 수준에서는 얼마든 가능하다. 그럼에도 아직 실현되지 않는 것은 비용과 프로토콜 문제 때문이다. 각각을 구현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서로 연동하는 프로토콜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더 큰 문제다. 어떤 네트워크를 이용해 어떤 방식으로 신호를 전달하며, 각 신호를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든 기기들이 어떻게 처리하느냐와 관련한 문제들이다. 또 이렇게 신호를 끊임없이 주고받으면서도 전력 소모는 최소화해야 하고, 이런 기기들을 최소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어야 활성화될 수 있다.

    프로토콜을 서로 맞추고 표준을 제정하려는 모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민관 협의체는 물론, 기술 개발 상황을 공유하기 위한 각종 포럼이 출범했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연상케 하는 개별 제품 출시는 해외에서 더 활발하다. 최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미국에서 사물인터넷 기능을 접목한 기저귀, 주사기 등 건강관리에 쓰이는 다양한 물건이 개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키는 알약에 센서를 넣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나온 제품도 등장했다. 알약 속 센서가 환자의 위액과 만나면 보호자 등의 스마트폰으로 환자가 약을 복용했다는 알림 메시지가 뜬다. 환자는 약을 빼먹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아기의 호흡과 피부 온도, 잠자는 자세, 활동량 수준 등의 정보를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하는 제품도 나왔다. 특수 제작한 기기가 부착된 아기용 내복과 소프트웨어 세트로 구성된 ‘미모(Mimo)’는 부모가 휴대전화를 이용해 아기가 내는 소리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올 한 해 모바일시장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사물인터넷은 핫이슈였다.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 사물인터넷 구현을 위한 통신기술과 반도체 칩, 서버 등이 일제히 출시됐다.

    사물인터넷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 독립적인 지능을 위한 자체 중앙처리장치(CPU)나 서버를 통한 연산 기술이 대표적이다. 신호 측정을 위한 센서 기술,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빅데이터 기술, 신호 전송을 위한 네트워크 기술이 총망라됐다.

    편리하지만 해킹 우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다. 모든 것과의 연결은 곧 해커와도 연결된다는 뜻이 된다. 편리한 사물인터넷은 개인정보 유출과 시스템 오작동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가 오고갈 사물인터넷 시대에 해킹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은 사물인터넷이 확산돼 다양한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됨으로써 관련 보안 위협이 2015년 13조4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산업연구원은 ‘사물인터넷 시대의 안전망, 융합보안산업’ 보고서를 내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융합보안 피해는 국내총생산(GDP)의 1% 규모로 추정했을 때 2015년 13조4000억 원, 2020년 17조7000억 원, 2030년 26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국가신용도 하락, 2차 피해 등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더 증가할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분석했다.

    사물인터넷이 기존 인터넷 환경보다 해킹에 더 잘 노출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선인터넷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유선인터넷과 달리 무선인터넷은 어디서 데이터가 유출되고 해킹 공격이 시도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취약점은 더욱 늘어난다. 곳곳에 센서가 있는데 이 센서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해커의 타깃이 되기 쉽다.

    황원식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향후 보안 피해는 국가 차원에서 전 방위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만큼 방재·안전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사고 피해를 종합 관리할 수 있는 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며 “융합보안산업을 육성하려면 국내 정보기술(IT)산업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산업 간 협업이 필요하고, 국제표준을 선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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