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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마당

눈을 떠도

  • 조창환

눈을 떠도

눈을 떠도
눈을 뜨니 파도가 하얗게 뒤집어져 있다

먼 바다에서 오징어 떼가 한바탕 소용돌이 친 것일까

희미하던 집어등은 모두 사라진 수평선에

벌건 구름이 꽃동네 같다

해 뜨기 전, 동백 숲 사이로 걸어오는



그 사람, 인기척을 먼저 들려주는 것일까

아직은 새들은 없는데

저런 흔들림, 왜 이리 아슬아슬할까

기다리는 일에 평생을 바쳤는데, 아직도

더 기다리는 일에 익숙해야 하는 것일까

잠 속에서도 흔들렸는데

눈을 떠도 흔들리는구나

사람만이 기다린다. 사람이 사람을 기다릴 때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친다. 기다릴 사람이 없을 때 우리는 생의 종착역에 도착한 거다. 나는 지금도 기다린다. 전화를 기다리고, 사람을 기다리고, 꽃을 기다린다. 흔들린다. 바람이 부는데… 내 손을 잡고 달려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오늘은 바람에게 이끌려 동네 공원을 걸었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 밥 먹으러 간다. 참 예쁘고 사랑스럽다. ─ 원재훈 시인



주간동아 930호 (p8~8)

조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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