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9

2014.03.17

손잡은 두 남자의 ‘선거이몽’

안철수, 통합신당서 영향력 확대…김상곤, 몸값 뛰면서 경쟁력 올라가

  • 황승택 동아일보 기자 hstneo@donga.com

    입력2014-03-17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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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잡은 두 남자의 ‘선거이몽’

    3월 6일 오전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신동해빌딩 회의실에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과 회동 전 악수하고 있다.

    #2월 24일, 김상곤의 승부수

    2월 24일 밤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과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마주 앉았다. 안 위원장은 이날 김 전 교육감에게 “큰길에 함께 해달라”며 사실상 새정치연합에 입당해 경기도지사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1시간여 동안 회동한 후 김 전 교육감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대변인실을 통해 기자들에게 다음 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도지사가 아니라 3선 교육감에 재도전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양측에 비상이 걸렸다. 극비리에 새정치연합 측과 통합을 추진하던 김한길 민주당 대표 쪽에서 김 전 교육감 측에 급히 연락을 취했다. 안 위원장 쪽에서도 조금만 발표를 미뤄달라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양측의 적극적 만류로 다음 날 한다던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안 위원장도 이날 이후 김 전 교육감을 새정치연합 경기도지사 후보로 영입하겠다는 계획을 사실상 접었다. 새정치연합이 아니라 범야권 단일후보를 노린 김 전 교육감의 승부수가 먹힌 한판이었다.

    #3월 2일, 안철수의 뒤집기 카드

    김상곤 전 교육감 영입에 실패하자 안철수 위원장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2월 28일 저녁부터 김한길 대표와 비밀 접촉을 시작했다. 3월 1일부터 2일 새벽까지 이어진 양자 회동 끝에 민주당과 통합신당 창당이라는 ‘깜짝 승부수’를 던졌다. 안 위원장이 ‘팔고초려(八顧草廬)’해 모셔왔다던 윤여준 새정치연합 의장은 물론, 기존 측근조차 모를 정도로 은밀하게 전광석화처럼 추진한 일이었다. 이날 오전 공동기자회견을 끝내고 안 위원장은 다시 김 전 교육감을 만나 통합신당에 합류할 것을 요청했다. 안 위원장의 막판 뒤집기 카드가 나온 셈이다.



    #3월 6일, 두 손 잡은 안철수와 김상곤

    손잡은 두 남자의 ‘선거이몽’
    3월 5일 늦은 밤 안철수 위원장의 마크맨(담당) 기자들에게 급한 연락이 왔다. “내일(6일) 오전 중대 발표가 있으니 새정치연합 당사 건물에 반드시 일찍 나와달라”는 것이 요지였다. 발표 내용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하던 그날 주요 행사는 바로 김상곤 전 교육감의 새정치연합 당사 방문이었다. 전날 교육감 사퇴 기자회견을 한 김 전 교육감은 제1야당인 민주당 김한길 대표 대신 안 위원장을 먼저 찾았다. 김 전 교육감은 이날 “(도지사 출마라는) 고민을 할 수 있게 제안해줘서 고맙다”며 안 위원장에게 공을 돌렸다. 안 위원장도 “(김 전 교육감이 교육감 시절) 무상급식, 혁신학교를 통해 보여준 결과에 대한 경기도민의 기대가 클 것”이라며 김 전 교육감을 치켜세웠다. 안 위원장은 회동을 끝내고 김 전 교육감이 나갈 때 직접 사무실 밖까지 따라 나가 배웅하는 등 깍듯이 예우했다.

    일주일 새 엎치락뒤치락하던 두 사람은 일단 지방선거라는 공통 목표를 앞두고 손을 잡았다. 당장은 두 사람의 목표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은 김 전 교육감을 영입함으로써 통합신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발판을 마련했다. 당초 부산시장 후보로 영입하려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무소속 후보를 고집하면서 김 전 교육감의 몸값이 더욱 뛰었다. 김 전 교육감 역시 일찌감치 경선에 뛰어든 민주당 김진표, 원혜영 의원에 맞설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새정치연합이 사실상 서울시장 후보를 내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면 경기도지사 후보의 ‘전략공천’ 몫을 가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5대 5 지분 방식의 창당을 선언했기 때문에 안 위원장의 지지는 야권 도지사 후보직 직행 티켓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안 위원장이 야권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면 통합신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경기, 인천 등지에서 신당 후보 당선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 같은 연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선거라는 승자 독식 게임은 동지마저 쉽게 적으로 만든다. 실제로 야권의 본격적인 대통령선거(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되면 두 사람이 치열하게 맞붙을 수도 있다. 김 전 교육감의 대권 도전설은 이미 2012년 제기됐다. 김 전 교육감을 잘 아는 지인은 “김 전 교육감은 한신대 교수 시절에도 대학 총장을 준비할 만큼 권력 의지와 정치적 감각이 뛰어났다”면서 “도지사 출마는 차기 대권 행보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정체성과 대권 도전

    손잡은 두 남자의 ‘선거이몽’
    김 전 교육감은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일고를 졸업한 ‘호남의 적자(嫡子)’다. 3월 12일 도지사 출마 선언 직후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기도 한 그는 노무현, 문재인 등 영남 출신에게 대권 도전 티켓을 내준 호남 민주당 지지자들을 결집하게 만들 매력적인 카드다.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민주화교수협의회 의장을 지낸 그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비롯해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현역 의원들의 지형도 김 전 교육감에 불리하지 않다. 민주당의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 세력과 진보 성향 의원들은 중도 노선을 취하는 안 위원장보다 김 전 교육감에 더 우호적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안 위원장이 김 전 교육감을 영입했다면 안철수 신당행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교육감 역시 안 위원장과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그는 3월 10일 기자들과 만나 “도지사에 당선하더라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지에 참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뿐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도 참배했던 안 위원장과는 다른 행보다. 12일 김 전 교육감의 도지사 출마 회견은 마치 대선 출마 선언식을 연상케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국민을 외면하는 권력통치가 이 나라 정치를 마비시키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안 위원장에게는 당장 내부 조직 추스르기와 잡음 없는 신당창당 완료라는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윤 의장은 향후 신당 창당 과정에 대해 “(민주당이) 지뢰밭에 지뢰를 다 깔아놓았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한다. 실제로 신당 공천 방식을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김 전 교육감 역시 배수의 진을 친 김진표, 원혜영 의원과의 통합신당 내부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3선 현역의원들은 만만치 않은 상대고 현재까진 양보할 기미도 없다. 김진표 의원은 경선 관리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혜영 의원 역시 시민참여형 공론조사 후보 선출을 제안했다. 김 전 교육감을 낙점하는 식의 ‘전략공천’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금 안 위원장에게 김 전 교육감의 성공은 절실하다. 그러나 김 전 교육감의 경기도지사 당선은 안 위원장의 대권가도에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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