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4

2014.02.10

알뜰폰 “가자, 400만 명으로”

저렴한 요금 무기 지난해 이동통신시장 5% 점유…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확대 추진

  • 권건호 전자신문 ICT방송산업부 기자 wingh1@etnews.com

    입력2014-02-10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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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렴한 통신요금을 앞세운 알뜰폰(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MVNO)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가입자가 100만 명 이상 늘면서 전체 가입자 수가 250만 명에 육박했다. 전체 이동통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 수준까지 늘었다. 지난해 알뜰폰 시장의 성장은 대형마트 진출과 하반기부터 시작한 우체국 위탁 판매에 힘입은 결과다.

    알뜰폰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요금. 기존 이동통신사 요금보다 평균 30~40% 저렴하다. 가계 통신비를 아끼는 좋은 대안이기 때문에 정부도 알뜰폰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알뜰폰 시장은 올해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협회)는 올해 가입자 목표를 400만 명으로 잡았다. 우체국, 농협 등 알뜰폰 유통채널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난해 이상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유통채널 확대로 성장 기대

    지난해 이동통신시장에서 알뜰폰은 순증 가입자가 가장 많았다. 2012년 126만 명이던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해 248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한 해에 순증 가입자를 120만 명 이상 유치한 것은 놀라운 실적이다. 이동통신 3사가 가입자를 유치하려고 막대한 보조금을 썼지만 순증 규모는 알뜰폰보다 작았다.



    협회는 올해 알뜰폰 가입자를 400만 명 이상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대로 성장할 경우 올해 말이면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의 7~8% 수준에 이른다. 우리보다 먼저 알뜰폰을 도입한 해외 사례를 보면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 해외 주요 국가의 알뜰폰 점유율을 보면 프랑스 11%, 영국 12% 수준이며, 노르웨이와 독일은 20%를 넘을 정도로 알뜰폰 비중이 높다.

    알뜰폰 “가자, 400만 명으로”

    1월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휴대전화를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LG전자 와인샤베트, 삼성전자 노리F2 휴대전화(오른쪽).

    김홍철 협회 회장은 “협회 신년회에서 올해 400만 명까지 가입자를 확대하자는 얘기가 있었다”면서 “쉽지 않겠지만 유통채널 확대와 함께 가입자 보호대책도 선제적으로 마련해 지난해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알뜰폰이 주목받은 이유는 저렴한 요금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가장 많이 쓰는 4만5000원이나 5만5000원 정액요금제 경우 알뜰폰 가입자는 그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쓸 수 있다. 아예 기본료가 없는 ‘제로 요금제’나 기본료가 1000원인 ‘1000원 요금제’도 있다.

    부족한 유통망이 약점이었지만, 우체국이 가세하면서 상황이 반전했다. 지난해 9월부터 전국 226개 우체국에서 알뜰폰 위탁판매를 시작했고 이후 농협, 신협, 수협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알뜰폰 판매에 뛰어들었다. 올 상반기 중 입점 우체국 수와 판매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우정사업본부는 장기적으로 알뜰폰 판매 우체국 수를 100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피처폰 중심이던 우체국 판매 상품도 올해부터는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확대를 추진한다.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 성남, 수원 농산물유통센터에서 알뜰폰 시범판매를 시작한 농협도 이르면 2월부터 전국 30개 이상 농협하나로클럽·마트를 통해 알뜰폰을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농협하나로클럽·마트는 전국 매장 수가 2100여 개에 달해 알뜰폰 유통 확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알뜰폰 시장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알뜰폰 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이고, 아직 홍보도 부족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단말기 수급 같은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다.

    알뜰폰 “가자, 400만 명으로”

    2012년 8월 21일 이석채 당시 KT 회장(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이 알뜰폰 사업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의 자금력이 부족하다 보니 단말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이를 해결하려고 올해부터 협회 차원에서 ‘단말기 공동조달 사업’을 시행한다. 여러 알뜰폰 업체가 공동으로 제조사와 협상해 단말기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단말기 업체는 일정 물량을 보장받을 수 있어 좋고, 알뜰폰 업체는 구매비 부담을 줄이면서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올해 1분기 안에 피처폰 단말기 공동조달이 첫 시행될 예정이며, 이후 매분기 주기적으로 공동조달 설명회 등을 통해 공동구매를 진행한다.

    가계 통신비 인하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는 정부의 알뜰폰 정책 지원도 계속된다. 미래부는 알뜰폰 사업자가 규모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사업환경 개선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체국 판매처 확대는 물론, 알뜰폰 정보를 한 번에 제공하는 인터넷 허브 사이트도 구축할 계획이다.

    단말기 수급, 이용자 보호 개선해야

    이용자 보호대책 등 알뜰폰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은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모색한다. 알뜰폰 가입자가 늘면서 개통과 해지 처리, 민원 대응, 피해 구제 등과 관련한 민원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난해 알뜰폰 가입자와 매출이 증가하고, 우체국 알뜰폰이 큰 호응을 얻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알뜰폰 가입자가 늘어난 만큼 민원 역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알뜰폰이 지속 성장하려면 알뜰폰 사업자도 이용자 보호 역량을 충분히 갖출 필요가 있다”면서 “업계와 협의해 자율적으로 이용자 보호 역량을 향상하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알뜰폰 이미지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 아직까지 알뜰폰은 중·장년층이나 저소득층이 사용하는 저렴한 이동통신서비스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알뜰폰은 특정 층이 사용하는 값싼 서비스가 아니라, 모든 이동통신서비스를 기존 이동통신사보다 저렴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알뜰폰 사업자의 질적, 양적 성장을 위해서도 저가 상품뿐 아니라 이동통신사와 대등한 수준으로 다양한 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나야 한다. 국민의 가계 통신비 인하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알뜰폰이 특정 계층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고착화하기보다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발전하는 게 필요하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알뜰폰 사업자가 단순히 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통신사가 아니라 특색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한 알뜰폰 업체 대표는 “기존 이동통신사처럼 자유롭게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하려면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도매대가 인하는 물론, 이동통신사의 전산 시스템 개방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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