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4

2014.02.10

‘기대주’ 아닌 ‘거물’로 이젠 우리가 뛴다

새누리당 남경필·김태호 차세대 ‘큰 꿈’ 꾸며 눈에 띄는 행보

  • 손영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4-02-10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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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주’ 아닌 ‘거물’로 이젠 우리가 뛴다
    정치인은 현재 위치에서 한 단계 올라서려고 분주히 움직인다. 당직이 됐든 선출직이 됐든, 새로운 도전에 임하는 정치인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남경필 의원(5선)과 김태호 의원(재선)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들은 요동치는 새누리당 권력 재편기를 맞아 ‘큰 꿈’을 그리며 정치 행보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남 “원내대표선거 준비 중”

    남 의원은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선거를 준비 중이다. 당 안팎에선 6·4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여론조사 수위를 달리는 그를 염두에 두고 ‘경기도지사 차출론’이 끊이지 않는다.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선거(대선) 경선에서 3위를 차지하며 차기 대선주자로 입지를 굳힌 김 의원은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부쩍 늘리고 있다. 일각에선 부산·경남(PK) 대표주자로 부상한 그가 차기 전당대회(전대)에 출마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내놓는다.

    남 의원이 당면한 첫 번째 도전은 5월 원내대표선거다. 그는 ‘동아일보’ 신년인터뷰에서 “2년 전부터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해왔다”며 “의원들의 얘기를 듣고 정치를 구현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원내지도부의 구실”이라고 밝혔다. “원내지도부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자리가 아니라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현실화해야 하고, 스피커가 아닌 전달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실제 원내대표로 나서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여권 핵심부에서 그에게 ‘선당후사’를 내세우며 경기도지사 출마를 강력히 요구하기 때문이다. 남 의원은 거듭 “아직까지 출마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몇 가지 단서를 달았다.



    “경쟁력 있는 후보로 지목받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 중진 차출론은 정략적인 냄새가 난다. 여론조사가 앞선다는 이유만으로 출마하라는 것은 국민에게 공감을 얻기 어렵다. 출마를 준비한 사람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다만 당이 지방선거에서 무엇을 바꿔나갈지 철학과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마지막 순간에도 이길 수 있는 길이 없다면 당인으로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5선이란 선수에도 여전히 소장파로 분류되는 남 의원은 ‘업그레이드형 소장파’로 거듭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비판에만 주력한 과거 소장파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것. 그는 “과거 안철수 현상이나 고건 현상처럼 바람에 기대어 정치지도자로 발돋움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 정치인도 준비된 콘텐츠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남 의원은 지난 2년간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힘을 기르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시기를 가졌다. 의원들과 각종 공부모임을 갖고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원 46명, 원외 당협위원장 8명 참여)과 국가모델연구모임(의원 60명, 원외 당협위원장 9명 참여)을 주도하며 경제민주화, 통일 등으로 관심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김 “옳은 일이면 거침없이 도전”

    ‘기대주’ 아닌 ‘거물’로 이젠 우리가 뛴다
    2010년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하는 시련을 겪은 김 의원은 지난 3년간 전화위복 시간을 가졌다. 당선하기 어렵다는 경남 김해에서 두 번이나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2012년 대선 경선에서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여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치권에선 그가 언제쯤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지 주목한다. 8월로 예정된 전대 출마도 관심. 그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8월 전대 출마를 묻는 질문에 “출마 여부를 떠나 과연 내가 언제, 어떤 구실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승자독식의 ‘87년 체제’는 이미 약발이 떨어졌다. 새로운 체제로의 변화를 위해 ‘역할론’이 필요하고,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전대든 어떤 구실이든 다할 생각이 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면서 철저한 의회주의자로 변모했다. 그는 “총리 후보에서 깨진 후 공부가 덜 됐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국회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PK 정치인이지만 중앙에서 비교적 덜 알려졌다는 약점을 보완하려고 김 의원은 지난 1년간 다양한 인물들을 접촉하며 자기 생각을 알려왔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의원들을 각개격파하는 식이다. 국가 부채 문제, 국가 권력 구조개편을 위한 개헌 논의 등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여권에선 시기 문제일 뿐 결국 두 사람이 차세대 지도자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한다. 아직까지는 경쟁보다 협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두 의원은 2012년 5월 정두언, 정병국 의원과 의기투합해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진보우파를 지향하는 ‘새누리 진보파’ 모임이다. 보수적 색깔이 짙은 새누리당 혁신에 50대 초반 젊은 의원들이 앞장서겠다는 얘기다. 정두언 의원의 법정 구속으로 지지부진하던 모임은 2월 중순 회동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1년여 만에 모임을 재개하는 것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높다. 일각에선 6·4 전국동시지방선거와 8월 전대를 앞두고 소장파가 세 규합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남 의원과 김 의원은 닮고 싶은 정치인으로 각각 독일 헬무트 콜 전 총리와 40대의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꼽았다. 남 의원은 콜 전 총리가 통합 정치를 추구한 점을, 김 의원은 YS가 용기 있게 도전한 모습을 닮고 싶다고 덧붙였다. 남 의원은 “‘The first among equal(동등한 사람 중에서 첫 번째)’, 즉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그중에서도 한 발짝 앞서나갈 수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했고, 김 의원은 “옳은 일이라 생각하면 거침없이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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