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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마당

무제시편 26

  • 고은

무제시편 26

무제시편 26
눈이 그쳤다

가난한 사람이 집을 나서면

더 가난하다

가난한 사람의 발자국이

눈 위에



오종종 찍혀 있다

나온 개가 가다가

뒤 돌아다본다

개의 발자국

순하디순하다

왜 이다지 눈 온 세상은 서럽도록 부자냐

딸부자냐

아들부자냐

눈길을 걷다 문득 뒤돌아보면, 발자국이 먼 길을 따라와 있다. 우두커니 내려다본다. 참 고마운 내 발자국. 나와 동행한 존재는 결국 나였다. 얼어붙은 세상, 비록 홀로 가는 길이지만, 따뜻한 모닥불을 지피는 사람들이 동네에 가득하다. 오늘도…, 가난한 그들 인생이 눈부시기를 기원한다. ─ 원재훈 시인



주간동아 2014.01.06 920호 (p5~5)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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