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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아이돌보다 ‘밴드’를 주목하는 이유

2014년 대중음악계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아이돌보다 ‘밴드’를 주목하는 이유

아이돌보다 ‘밴드’를 주목하는 이유

세계적인 프로듀서 스티븐 릴리화이트와 함께 작업할 예정인 2인조 전자음악 그룹 글렌체크.

한 해의 음악계를 전망하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기대되는 아티스트의 앨범 발매는 미뤄지기 일쑤고, 트렌드는 갑자기 바뀌거나 지루하게 유지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뚜렷한 데이터가 존재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2014년이 바로 그런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스타일’을 정점으로 케이팝(K-pop)의 성장세는 답보 상태에 가깝다. 아이돌은 해외시장에서 외연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빅뱅과 원더걸스로부터 아이돌은 중원의 문화상품이 됐다. ‘엔터테인먼트’라는 꼬리표를 단 회사는 아이돌 공장이라 해도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대중의 입맛을 뛰어넘는 아이돌이 등장하지 못하면서 이들은 말 그대로 엔터테인먼트, 즉 예능에서의 주도권 이상을 획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3년 이슈를 주도한 신인 아이돌이 엑소와 크레용팝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이러한 아이돌 퇴조 징후를 여실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최근 한국을 찾은 해외 음악 관계자들 역시 아이돌에게 관심이 없다. ‘상품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들이 주목한 건 한국 밴드다. 댄스와 발라드의 시장점유율이 90% 이상인 기형적 시장에서 뚜렷한 자기 색깔을 고수하며 음악을 하는 밴드 말이다.

2014년 초 노브레인은 미국으로 날아갈 예정이다. 새 앨범 작업을 위해서다. 2013년 10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음악 콘퍼런스 뮤콘에 참석한 워너뮤직 부회장 시모어 스타인은 워너뮤직과 노브레인의 계약을 발표했다. 현지 프로듀서 지휘 아래 로스앤젤레스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새 앨범은 전 세계로 배급된다. 미국 메이저 레코드에서 직접 앨범을 제작하는 최초 사례가 되는 것이다. 해외 페스티벌 참가를 비롯한 본사 차원의 프로모션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과가 어떻게 나오든, 메이저 레코드사와의 직접계약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무시하지 못할 의미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U2, 롤링스톤스 등과 작업한 프로듀서 스티븐 릴리화이트 역시 뮤콘에 참가해 함께 작업할 한국 밴드를 찾아나섰다. 국악과 하드코어를 접목한 밴드 잠비나이 등 여러 뮤지션을 검토한 끝에 릴리화이트는 글렌체크를 선택했다. 최근 두 번째 정규 앨범 ‘YOUTH!’를 발표한 글렌체크는 데뷔와 동시에 관계자들의 시선을 끌었던 팀이다. 밴드 사운드에 일렉트로니카를 결합하되 한국 음악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세련된 멜로디를 뽑아낸다. 릴리화이트가 글렌체크와 작업하기로 결정한 이유 역시 그 때문일 것이다. 한국 밴드신에서 가장 아쉬운 요소가 프로듀서 부재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세계적인 프로듀서의 노하우를 학습하는 것만으로도 큰 자산이 되리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개별적 사례 외에도 고무적인 사실이 있다. 매년 3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음악 콘퍼런스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XSW)에 한국 밴드가 대거 참가한다는 점이다. 2007년 YB와 서울전자음악단의 참가를 계기로 한국에 알려진 SXSW는 일반 페스티벌과 달리 현지 음악 관계자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헤매는 일종의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다.

이 콘퍼런스가 본격적으로 한국 음악신의 관심을 끈 것은 2011년 시작된 서울소닉 프로젝트에 의해서다. 아이튠즈에 한국 음악을 공급하는 DFSB 컬렉티브가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갤럭시 익스프레스, 이디오테잎, 비둘기 우유를 시작으로 매년 3개 팀이 미국 투어를 할 수 있었다. 한 번 갔던 밴드가 자체적으로 그다음 해 다시 SXSW를 찾고, 이들의 소문을 통해 일종의 ‘뮤직 로드’가 개척됐다. 그 결과 2014년에는 YB, 크라잉넛, 글렌체크, 로큰롤라디오, 러브 엑스 스테레오 등 10팀 가까운 밴드가 오스틴에서 모인다.

미국뿐 아니다. 비틀스 고향인 영국 리버풀에서 열리는 리버풀 사운드 시티 역시 한국 밴드에게 큰 관심을 보인다. 핵심 관계자가 2013년 가을 한국을 찾아 여러 밴드의 공연을 지켜봤고, 한국 에이전시를 통해 2014년 그들을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아이돌을 대체할 음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의 존재를 어쩌면 한국 음악계보다 외국에서 먼저 간파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콘텐츠산업 2013년 결산 및 2014년 전망’ 세미나에서 음악 부문 핵심 키워드는 ‘인디음악에 대한 지원 강화’였다. 심각하게 왜곡된 시장의 한계를 뚫으려면 지원이 좀 더 건실하고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들의 ‘컨버전스’가 성과를 거둬 ‘강남스타일’과는 또 다른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새해 바람이다.



주간동아 2013.12.30 919호 (p72~72)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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