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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마당

펜의 꿈

  • 티모테우슈 카르포비치(폴란드 시인)

펜의 꿈

펜의 꿈
펜이

잠자기 위해서

옷을 벗을 때

펜은

단단히 결심했다



죽은 듯이 자겠다고

불을 모두 끄고

그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타고난 완강한 성격 때문에

세상의 어떤 힘보다도

펜의 척추에 내재한 힘이

가장 강하리라

그것은

부러지기는 할지언정

굽히지는 않는다

펜은

결코 물결이나 머리카락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꾸지는 않으리라

오로지

부동자세로 서 있는

병사나

관棺을

꿈꾼다

그의

내부에 있는 본연의

올곧은 마음이다

나머지는

구부러진 것이다

잘 자시오

청년 시절에는 별을 찍어내던 나의 펜이 이제는 땅에 떨어진 쌀 한 톨을 찍어내기 바쁘다. 단단하던 펜의 척추가 디스크에 걸린 지 오래다. 오늘 밤에는 나의 오래된 만년필 펜촉을 유심히 본다. 참 반듯하게 빛난다. 가끔 쌀이 별이 되기도 하고…. 저 올곧은 모습을 오래 간직하고자 한다. 펜은 꿈을 찍어 현실을 만든다. ─ 원재훈 시인



주간동아 2013.12.30 919호 (p8~8)

티모테우슈 카르포비치(폴란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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