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7

2013.12.16

“관리 소홀 매장 측 80% 잘못”

쇼핑센터 미끄럼 사고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3-12-16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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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 소홀 매장 측 80% 잘못”

    지하철과 마트 등 공중시설 이용 도중 사고가 발생하면 법원은 개별 사안에 따라 시설물 관리자의 책임 정도를 정한다. 사진은 7월 지하철 분당선 야탑역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사고가 발생한 모습.

    얼마 전 법률상담을 하다 안타까운 내용을 들었다. 내담자의 초등학생 아들이 구청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에 갔다가 미끄러져 머리를 크게 다쳐 식물인간 상태가 됐는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책임 소재를 따지기에 앞서 사소한 안전수칙 위반이 너무 큰 불행을 가져온 사실에 비통할 따름이었다.

    현대인은 일상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공중시설을 이용하며 크고 작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러다 보니 공중시설물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과 관련된 판결이 종종 나오곤 한다. 대표적 사례가 쇼핑센터에서의 사고다. 장을 보다 이물질을 밟고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 바람에 디스크 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사람이 쇼핑센터를 상대로 재산상 손해와 치료비, 위자료 등을 달라며 소송을 낸 사건에서 법원은 매장 측에 손해액의 80%인 40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7월에도 역시 쇼핑하다 아이스크림을 밟고 미끄러져 다친 사건에서 매장 측에 80%의 잘못이 있다는 판결이 있었고, 몇 년 전에도 대형마트 시식코너에서 국숫발을 밟고 넘어져 다친 사람에게 매장 측이 80%인 1200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매장 운영자는 사람 통행이 빈번한 매장을 관리하면서 수시로 내부 상태를 살피고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등 안전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 시설물 운영자의 시설물 관리책임을 부인한 판결도 있다. 아웃렛 매장 고객이 무빙워크 위를 걸어가던 중 빗물에 미끄러져 부상을 당한 사안에서는 “매장 측이 안전보호 조치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무빙워크가 시설 기준에 부적합한 상태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매장 바닥에 미끄러운 물질이 있었다면 이를 제때 제거하지 않은 잘못이 매장 측에 분명히 있지만, 고객이 무빙워크 위를 걷다가 넘어졌는데 무빙워크 속도나 운행상태 등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면 무빙워크 관리부실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인 것이다.



    사고가 시설물의 정상적인 운영 상태에서 벗어나 발생했다는 것이 분명히 밝혀지면 매장 측 책임이 인정되지만, 해당 시설물 운영에 별다른 잘못이 없음이 입증된다면 매장 측 책임이 부인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책임 소재를 떠나 공중시설물 이용 중 사고를 당할 경우 그 불행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결국 이용자다. 요즘 공중시설 운영자는 대부분 시설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해 있어 운영자에겐 사실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손해배상 체계는 사람의 사상이라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 배상액이 결코 충분하다고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일상적인 상황에서 간과하기 쉬운 시설물 이용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손잡이를 잡는 것 등이다. 대기업 등 공중시설 운영자도 사전에 구석구석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데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관리 소홀 매장 측 80%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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