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7

2013.12.16

“넥서스5 돌풍, 아 속 쓰려”

LG전자 G2에서 넥서스5 변심 늘어나 고민…업계에선 “형제폰 경쟁 팀킬 사건”

  • 박모금 뉴데일리 산업부 기자 ds2rin@hanmail.net

    입력2013-12-16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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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서스5 돌풍, 아 속 쓰려”

    구글과 합작해 LG전자에서 출시한 레퍼런스폰 넥서스5의 돌풍이 거세다.

    LG전자가 무리수를 둔 걸까. 구글과 합작해 만든 ‘넥서스5’가 자체 브랜드인 LG G2의 판매량까지 위협한다는 지적이 스마트폰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최근 LG G2 구매를 고민하는 고객 가운데 일부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넥서스5로 변심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T와 KT 대리점 관계자에 따르면, LG G2를 구매하러 온 고객 가운데 저렴한 가격에 끌려 넥서스5를 선택하는 사례가 점증하고 있다고 한다. 출시한 지 20여 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넥서스5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도 크게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한결 같은 전언이다. 구글과의 합작 스마트폰이 LG전자 스마트폰의 매출을 빼앗아가는 큰 경쟁자로 부각한 셈이다. 업계 일각에선 ‘팀킬(Team Kill)’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프리미엄 vs 보급형 콘셉트도 달라

    LG G2와 넥서스5는 개발 콘셉트가 전혀 다른 스마트폰이다. 넥서스5는 판매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구글의 새로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가장 먼저 탑재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레퍼런스폰(스마트폰 제조사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에게 기준이 되는 휴대전화)이다. 마케팅비도 줄이고, 필요한 기능만 담아내 가격 거품을 최소화했다. LG G2(메모리 32GB) 출고가가 95만4800원인 데 비해, 넥서스5(메모리 16GB)는 45만9800원으로 가격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LG G2는 LG전자가 내놓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으로 엄청난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들인 제품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영국 런던 피커딜리 광장 등 세계적인 관광명소에 옥외광고를 설치해 대대적인 홍보를 벌이고 있다. LG전자가 마케팅비 출혈을 감안하면서도 광고를 하는 이유는 고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LG G2는 프리미엄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고, 넥서스5는 보급형 시장에 내놓으려고 탄생한 제품이다.



    출발은 다르지만 두 제품 모두 LG전자가 제조해 어쩔 수 없이 닮을 수밖에 없는 ‘형제폰’이다. 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두 제품 모두 2.3GHz 쿼드코어를 달았다. 화면 크기도 넥서스5가 4.95인치로 5.2인치인 LG G2와 큰 차이가 없다. 무게는 넥서스5가 더 가볍다.

    LG전자도 합작 폰을 만들면서 자체 브랜드에 타격을 주지 않게끔 나름의 장치를 마련했다. LG G2의 자체 기능인 노크온이나 스마트 링크 등 UX(User Experience) 기능은 넥서스5에 담지 않았다. 넥서스5의 카메라 기능도 LG G2보다 낮춰 최고 스펙으로 끌어올리지 않았다. 카메라 성능을 비교하면 LG G2는 후면 1300만 화소, 전면 210만 화소다. 넥서스5는 후면 800만 화소에 전면 130만 화소로 LG G2보다 낮지만, 손떨림 보정 기능이 있어 최신 스마트폰과 견줘도 손색없다.

    화면 해상도는 오히려 넥서스5가 우세하다. 스펙만 나열하면 두 제품의 디스플레이는 같은 풀HD(1920×1080)로 보이지만, LG G2보다 넥서스5의 화면 크기가 작아 더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LG G2는 423PPI(인치당 픽셀)고, 넥서스5는 이보다 높은 445PPI다. 높은 PPI 덕에 동영상이나 웹페이지 화면이 선명하고, 디테일도 살아 있다. 넥서스5는 최신 OS인 안드로이드 4.4(킷캣)를 탑재했으며, LG G2는 이전 버전인 안드로이드 4.2(젤리빈)가 들어가 있다. LG전자가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LG G2와 스펙이 비슷할 정도로 고사양 스마트폰인 셈이다.

    통신 속도는 같지만 통신 방식은 다르다. LG G2는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트(LTE-A)를 지원하지만 넥서스5는 LTE만 가능하다. 얼핏 보기에 LTE-A가 LTE보다 더 빠른 듯한데, 넥서스5는 LTE-A 스마트폰과 같은 150Mbps 다운로드 속도를 낸다. LG전자 관계자는 LTE-A가 지원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넥서스5는 새로운 OS를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레퍼런스폰이라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통신방식인 LTE를 채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스마트폰 시장은 프리미엄이나 보급형으로 나뉘어 구매 선택이 이뤄진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사려는 소비자는 삼성전자 갤럭시S4, 애플 아이폰5S, LG G2를 놓고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LG G2와 보급형 넥서스5를 동일 선상에 두고 소비자가 고민하는 이유는 두 제품의 스펙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카메라 화소나 사용자 편의성 같은 기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함은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2배나 되는 가격 차이만큼 스펙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스펙 차이가 가격 경쟁력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LG G2의 자체 브랜드 파워가 낮은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각 대리점 관계자들은 “소비자가 삼성전자 갤럭시나 애플 아이폰을 구매할 때는 대부분 제품을 정한 뒤 오는데, LG G2의 경우에는 다른 스마트폰과 가격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제조사 가운데 LG전자의 브랜드 충성도가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넥서스5 돌풍, 아 속 쓰려”
    LG전자의 깊어가는 속병

    한 대리점 관계자는 “하드웨어 자체 스펙이 전반적으로 높아져 일반 소비자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보급형으로 나온 넥서스5가 프리미엄급과 비교해도 손색없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소비자가 매료되고 있다. 삼성전자나 애플처럼 특정 브랜드를 고집하는 사람이 아니면, LG G2에서 넥서스5로 대체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LG전자 스마트폰이 자체 브랜드 파워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합작 폰 넥서스5로 또 다른 경쟁 아닌 경쟁을 하는 셈이다.

    LG전자 휴대전화를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3분기 797억 원 영업손실을 냈다. 4분기에도 흑자로 전환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LG전자가 LG G2의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려고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부은 탓이다. 그러니 LG전자 처지에서는 제대로 홍보도 하지 않은 넥서스5가 인기를 끄는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넥서스5는 이동통신사에 이어 편의점에서까지 판매 물고를 트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12월 6일부터 알뜰폰(MVNO) 사업자 에넥스텔레콤이 편의점 GS25에서 넥서스5 판매를 시작했다. 34요금제(월 3만4000원)를 쓰면 할인이 붙어 단말기값이 1000원이 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돌풍을 예고했다.

    넥서스5 인기가 치솟을수록 LG전자의 속병은 깊어간다.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시급한 마당에 합작 폰이 자사 제품의 경쟁상대로 등장했으니 당혹스러우면서도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업계 한 관계자는 “넥서스5 판매가 늘어나면서 프리미엄폰 판매에 열을 올리는 다른 업체도 손님을 빼앗기겠지만,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제조사는 브랜드 파워가 약한 LG전자”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넥서스5와 LG G2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출발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팀킬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LG전자 측은 LG G2와 넥서스5의 공식 판매량을 확인해주길 끝내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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