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6

2013.12.09

영화 같은 무대 위 사랑 ‘감동 두 배’

뮤지컬 ‘고스트’

  • 김유림 월간 ‘신동아’ 기자 rim@donga.com

    입력2013-12-09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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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같은 무대 위 사랑 ‘감동 두 배’
    연극, 뮤지컬, 마당극 등 무대 공연은 ‘극복의 예술’이다. 이미 정해진 무대와 2시간 남짓한 시간, 이 한정된 자원을 감수하면서 최고의 극을 만들려고 연출가는 머리를 쥐어짠다. 회전 무대를 통해 최소한의 무대 변화로 다양한 장면을 표현하고자 하고, 화려한 조명으로 관객의 눈을 속인다. 주요 소품을 들여오는 시간을 0.1초라도 단축하려고 수백 번 반복해 리허설을 하는 것은 예사다. 뮤지컬의 경우 음악이 있어 성긴 무대를 메우기에 조금 수월할 수도 있겠다.

    201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하고 올 12월 한국에 처음 소개된 뮤지컬 ‘고스트’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무대 공연 중 ‘무대 자체’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작품은 1990년 국내 개봉해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사랑과 영혼’이 원작이다. “Oh, my love, my daring…”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주제곡과 남녀가 껴안은 채 함께 도자기를 굽는 장면은 20년이 넘는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완벽한 커플인 조각가 몰리와 은행원 샘. 사랑의 정점에서 샘은 갑작스러운 괴한의 습격으로 죽는다. 이승을 떠나지 못한 채 몰리 주변을 맴돌던 샘은 자신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알아채고, 몰리를 위험에서 구하려고 심령술사 오다메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미 익숙한 이야기를 어떤 그릇에 담았을까 기대하던 관객들은 빌딩 숲 사이를 날아가는 듯한 첫 장면에서부터 매료당한다. ‘지하철 유령’의 발짓에 요동치는 지하철, 끝없이 펼쳐지는 숫자 사이로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죽은 샘에게서 비치는 신비로운 푸른빛 등 탄성을 자아내는 장면이 수두룩하다. 특히 사람이 죽을 때 몸에서 빠져나간 영혼이 흰색 또는 빨간색을 띠며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이나, 죽은 샘의 팔이 벽 사이를 오가는 장면은 어떤 영화의 특수효과보다 실감나고 놀랍다. 그 비밀은 촘촘한 발광다이오드(LED)벽과 조명, 컨베이어 벨트, 그리고 배우들의 완벽한 동선에서 찾을 수 있다. 무대 리허설만 한 달가량 했을 정도로 치밀한 연습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섬세한 구현은 어려웠을 것. 이런 치밀한 무대 연출은 작품을 더욱 극적이게 만들었고 관객의 감동도 배가됐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커플, 그래서 그냥 사랑하게 두고 싶은 이 아름다운 커플이 삶과 죽음으로 나뉘어 고통 받는 모습은 안타까움 그 자체다. 특히 주원, 김우형, 김준현 등 ‘뮤지컬계 대표 훈남 배우’들이 강인한 근육과 그보다 강한 의지를 가졌음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안지 못해 절망하는 장면에서는 모성애마저 발휘된다. 웅장하진 않지만 팝적인 뮤지컬 넘버들은 곱씹을수록 매력 있다.

    샘의 죽음을 되돌릴 수는 없다. 샘은 “사랑을 가지고 갈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는 말을 남긴 채 천국으로 떠난다. 이들의 사랑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듯, 뮤지컬 ‘고스트’ 역시 끝없이 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2014년 6월 29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영화 같은 무대 위 사랑 ‘감동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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