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2

2013.11.11

고령화 시대엔 ‘절세’가 필요해

복지 논쟁 가열될수록 세금 점점 늘어나…비과세 금융상품 적극 활용을

  • 이상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3-11-11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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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 시대엔 ‘절세’가 필요해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여가를 보내는 어르신들.

    ‘경제학은 인센티브에 관한 학문이다.’ 경제학이란 학문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다. 인센티브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동을 하도록 사람을 부추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극’이다. 어떤 자극이 주어지면 사람은 그에 반응한다. 자극에는 어떤 행동을 하도록 하는 플러스(+) 자극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마이너스(-) 자극도 있다. 이를 정부 정책에 적용하면, 세제 혜택 등은 플러스 자극 쪽에, 규제나 관리, 감독은 마이너스 자극 쪽에 위치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는 세금이다. 경제 주체 처지에서 세금은 손실이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7년째 적자재정으로 곳간 사정 열악

    세금은 또한 정부의 주머니 사정과도 관련 있다. 주머니 사정이 좋으면, 즉 정부 재정이 튼튼하면 정부는 세금을 악착같이 걷으려고 하지 않는다. 반대로 적자라면 이를 메우려고 세율 인상, 고소득층에 대한 세무조사 등 고강도 대책을 강구하게 된다.

    경기 상황에 따라서도 세금 인센티브는 변화한다. 대표적인 곳이 부동산시장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10년 주기설’이란 말처럼 10여 년 단위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해왔다.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면 정부는 각종 세금정책을 동원해 다주택자에 대해 소유 제한을 하고, 세금을 통해 거래 비용을 높이는 방법으로 시장 진화에 나선다. 그러다 반대로 거래량이 줄어드는 등 침체의 골에 빠져 부동산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주택 매수자들에게 세제 혜택이란 유인책을 제공해 시장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요즘에야 통하지 않는 주장이 됐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부동산 세제정책의 변화는 매도·매수 타이밍의 신호’란 말이 있었다. 즉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각종 세금 규제를 풀면 매수하고, 반대로 강화하면 매도하는 것이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지금까지 3번의 폭등기에 정부 세금 신호에 따라 투자한 사람은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큰 그림에서 보면 정부의 정책 의지, 재정 형편,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세금 방향이 결정된다. 현 시점에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지금보다는 세금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고령화 시대엔 ‘절세’가 필요해
    일차적 이유는 정부 재정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7년째 적자재정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적자라고 하더라도 경기가 회복되고 경제가 성장하면 세금을 더 거둬들일 수 있지만 이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한국은 저성장 국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기초연금을 비롯한 복지 논쟁이 거센 이유는 간단하다. 곳간에 돈이 없는데 자꾸 돈을 쓰겠다는 것에 대한 처지 차이에 불과하다. 복지 정책은 한 마디로 세금 정책이다. 지금까지의 적자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앞으로다. 어느 나라든 고령화와 정부 재정은 반비례한다. 고령화가 진척할수록 재정이 더 나빠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절세는 선택 아닌 필수

    이미 거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연 2000만 원으로 낮췄고, 일반 서민이 가입할 수 있는 절세상품도 대부분 사라졌다. 저축자 처지에서 세금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길은 거의 막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쪽은 주로 은퇴 관련 상품이다. 국민이 자신의 노후를 위해 저축이나 투자를 많이 할수록 장기적으로 정부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 관련 상품 가운데 조세 효율적인 투자상품으로는 ‘연금저축계좌’ ‘변액연금’ ‘비과세 생계형 저축’ ‘주식(펀드)’을 꼽을 수 있다(‘표’ 참조). 연금저축계좌는 거액 자산가나 서민이나 관계없이 가장 효율적인 은퇴 관련 투자 수단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하지 않고, 연말정산과 종합소득세 신고 시 연 400만 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펀드에 투자할 때 동일한 펀드라 하더라도 수수료가 저렴해 비용 효율적이기도 하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주식형의 경우 약 0.6% 수수료 절감 효과가 있다. 비용을 감안할 경우, 노후에 대비해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면 일반 펀드를 이용하는 것보다 연금저축계좌로 운용하는 것이 실질 수익률을 높이는 길이다. 인덱스펀드 창시자인 존 보글의 얘기처럼 수익은 통제할 수 없지만 비용은 확실히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저축계좌가 더욱 매력적인 대목은 해외 펀드에 투자할 경우 15.4% 세율이 아닌, 연금소득세 3.3~5.5%를 적용한다는 점이다. 연금 같은 장기자산은 국내 펀드뿐 아니라 해외 펀드에 나눠서 분산투자를 해야 하는데, 연금저축계좌를 이용해 포트폴리오를 짜면 분산투자와 절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변액연금도 10년 이상 납부하면 발생한 수익에 대해 세금이 없다. 비싼 수수료가 단점이지만 최근에는 중도 환급률을 높인 상품도 출시되고 있어 과거보다 수수료 부담이 크게 줄었다.

    60세 이상인 사람이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 생계형 저축은 저축과 투자, 모두 활용하기에 좋다.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저축상품은 전액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투자상품인 펀드 상품도 동일한 적용을 받는다. 보수적인 투자자인 경우, 해외 채권형 펀드로 생계형 저축을 활용하면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률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식(펀드)은 그 자체로 조세 효율적인 투자처다. 대부분 국가는 투자 기간에 따라 주식 매각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만 우리나라는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 없이 증권거래세로 세금 문제를 모두 종결한다.

    미국의 건국 아버지 가운데 한 명이자 자기계발서의 원조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이라고 말한 바 있다. 프랭클린의 말과 달리 지금까지 세금을 피해갈 수 있는 길이 많았던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고, 고령화로 복지 부담이 늘며,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수록 세금은 점점 더 피할 수 없는 것이 돼간다. 고령화 시대의 자산운용에서 절세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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