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2

2013.11.11

3D 방송…3D TV 확 질러봐?

11월 9일부터 지상파에서 프로그램 편성…초고선명(UHD) 방송은 아직 먼 길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okmun@etnews.co.kr

    입력2013-11-11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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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 방송…3D TV 확 질러봐?

    2011년 LG전자가 선보인 3차원(3D) 홈시어터 시스템.

    11월 9일부터 SBS가 지상파 최초로 3차원(3D)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케이블과 위성방송에서 3D 방송을 시도한 적은 있지만 지상파가 본방송에서 3D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정에 3D TV만 있으면 누구든 3D 방송을 집에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관에서 3D 영화에 푹 빠졌던 사람이라면 집에서도 3D 영화의 생동감을 느끼고 싶을 것이다. 이 때문에 영화 ‘아바타’ 이후 시범방송으로 3D 방송을 추진했고, 그 덕에 3D TV도 많이 팔렸다. 최근에는 집에서 3D를 즐길 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아 3D 붐이 가라앉는 추세였다. 그런 마당에 3D 방송이 시작된다니 소비자의 귀가 솔깃해진다.

    중국 때문에 3D TV 보급률 높아져

    3D TV 붐이 가라앉으면서 초고선명(UHD) TV가 새롭게 부상했다. 내년 아시안게임을 UHD 방송으로 중계할 가능성도 있어 UHD TV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는 한 번 구매하면 10년은 사용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TV는 가장 좋은 스펙의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 3D TV나 UHD TV 모두 당장은 크게 쓸모가 없더라도 몇 년 후 방송이 이 규격을 따라갈 것을 예상해 구매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3D TV와 UHD TV를 사야 할 때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국내에서 3D TV의 인기가 주춤한 사이 전 세계 3D TV의 보급 비중이 처음 20%를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장조사업체 NPD 디스플레이서치는 2분기 세계 3D TV 보급 비중이 20.8%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3D TV 비중은 2011년 1분기 3.8%에 불과했지만 2011년 3분기 10%대에 진입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10% 후반대를 나타내다 올해 2분기 20%대로 올라섰다.

    이처럼 세계 3D TV 보급률이 높아진 것은 중국 때문이다. 중국의 3D TV 보급률은 지난해부터 급증해 이제는 30%대에 들어섰다. 올해 2분기에는 35.5%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3D TV가 확산된 이유는 TV 콘텐츠 때문이다. 국영매체를 관리하는 중국 TV라디오방송총국은 지난해부터 3D 전문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3D TV의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볼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와 미국에서도 여러 차례 3D TV 채널에 대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3D 방송 제작비를 감당할 만큼 특별한 수익모델이 나오지 않아 콘텐츠 확산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ESPN이 6월 3D 방송을 중단했고, 우리나라 스카이라이프도 채널 수를 줄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가 3D 방송을 시작한다고 나섰다. SBS는 11월 9일 0시 15분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달 한 편씩 총 10회에 걸쳐 3D 특별기획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첫 회에는 SBS 인기프로그램인 ‘런닝맨’ ‘수상한 가정부’ ‘SBS 인기가요’ 등을 방송했다. 12월부터는 슈퍼주니어, 빅뱅 등 아이돌가수들의 콘서트 장면을 3D로 촬영해 선보인다.

    이 방송은 국내에서 개발한 ‘듀얼 스트림’ 방식을 적용한다. 3D TV가 있는 가정은 3D 영상으로 방송을 즐기고, 일반 TV로는 보통의 2D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아무리 늦은 저녁 시간이라도 공공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이 3D TV가 있는 가정만을 대상으로 방송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기술을 개발하면서 지상파에서도 3D 방송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3D TV를 사고도 딱히 활용할 일이 많지 않았던 가정에서는 반길 일이다. 또한 3D TV 구매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3D TV를 구매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있다. 먼저 TV 자체의 한계 때문이다. 몰입감이 매우 높은 영화와 방송은 다르다. 콘텐츠가 아무리 많아도 화면 크기가 작고 3D 영상 자체도 영화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TV는 앉거나 누워서 볼 만큼 편해야 하는데 안경을 써야 하는 것 자체가 불편 요소가 될 수 있다.

    또한 지상파에서 3D 방송을 볼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제한적이다. 방송시간대도 늦는 데다 프로그램 수도 턱없이 적다. SF 영화와 달리 드라마를 비롯한 TV 방송은 입체감에 대한 요구도 떨어진다. 비즈니스 모델이 별로 없는 만큼 방송사가 3D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제작할지도 미지수다.

    최근 화두가 된 UHD 방송은 3D 방송보다 갈 길이 더 멀다. UHD TV 역시 콘텐츠가 없으면 기존의 풀HD TV와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가격은 2배 이상 비싸다. UHD TV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이유다.

    UHD TV는 풀HD TV보다 해상도가 4배 좋은, 다시 말해 4배 선명한 TV를 말한다. 과거 SD 화면에서 HD로 넘어갈 때만 해도 연예인의 얼굴 잡티까지 다 보인다고 할 정도였는데, UHD는 3D 없이도 입체감이 느껴진다고 할 만큼 생생한 화질을 자랑한다. 하지만 콘텐츠 자체가 HD나 풀HD라면 UHD TV는 무용지물이다.

    3D 방송…3D TV 확 질러봐?

    7월 1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케이블 UHD 시범방송에 참석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

    일본에서는 2025년쯤 UHD 본방송

    그럼에도 UHD TV가 나온 것은 TV 크기가 커지면서이다. 화소 수는 같은데 크기가 커진다면 화소 크기도 커질 수밖에 없다. 화소가 크면 화면이 매끄럽지 못하다. 60인치 이상 TV가 등장하기 시작하자 UHD TV도 나오기 시작했다. UHD TV의 경우 큰 제품이 먼저 나오고 작은 제품이 이어서 나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보통은 작은 크기 제품부터 나온 후 크기가 커지는 것이 일반적인 기술 발전 방향이다. UHD TV는 시작부터 달랐다. LG전자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UHD TV를 내놓았고, 이후 소니와 삼성전자가 뒤질세라 각각 84인치와 85인치 TV를 출시했다.

    문제는 현재 국내 방송사 대부분이 주로 HD 방송을 한다는 점이다. 풀HD TV도 100%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UHD TV를 산다고 해도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는 대부분 HD 정도인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3월 국내 처음으로 풀HD 방송을 시작했다. 풀HD와 달리 UHD는 블루레이나 DVD도 거의 없다.

    다행히 UHD 방송에 대한 움직임은 있다. 7월 국내 케이블TV 업계가 세계 최초로 UHD 시범방송을 진행했다. 케이블TV 업계는 내년 정도에 UHD 방송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8월에는 스카이라이프가 UHD 위성방송의 실험방송을 개시했다.

    지상파에서 UHD 방송이 나오는 것은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리보다 빨리 UHD 방송 콘텐츠를 준비한 일본에서도 2025년쯤을 지상파 UHD 본방송 시점으로 본다.

    그렇다면 UHD TV는 10년 후에나 사야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콘텐츠 상황보다 가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도 UHD 서비스를 조만간 제공할 예정이다. 콘텐츠는 1~2년 내에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즉, 가격 조건만 맞는다면 10년을 봐야 할 UHD TV도 사둘 만하다는 뜻이다. 이미 중국 TV 제조사를 중심으로 저가 마케팅이 시작됐다. 밝기는 떨어져도 해상도는 UHD인 저가 패널을 이용한 UHD TV가 쏟아진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풀HD TV가 보급된 것도 인프라가 다 갖춰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되느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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