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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양로는 상징적 장소 토건 마인드 기가 막혀!”

‘연세 캠퍼스를 사랑하는 교수들의 모임’ 서길수 공동대표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백양로는 상징적 장소 토건 마인드 기가 막혀!”

“백양로는 상징적 장소 토건 마인드 기가 막혀!”
연세대 캠퍼스의 상징인 백양로가 시끌시끌하다. 연세대가 최근 900억 원을 투입해 2015년 5월까지 캠퍼스 주도로인 백양로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고 지상에 광장과 녹지를 조성해 차 없는 거리를 만드는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부터다. 공사를 시작하면서 백양로의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무참히 잘려나가는 모습을 목격한 교수들이 황급히 ‘연세 캠퍼스를 사랑하는 교수들의 모임’(연사모)을 꾸려 사업의 졸속 시행을 막기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학생과 동문도 서명에 가세하면서 갈수록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월 16일 연세대 캠퍼스 안에는 백양로 입구부터 왼편으로 줄지어 세워진 공사용 가림막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가림막에는 ‘900억으로 만드는 지하주차장?!’ ‘장기적인 비전, 재학생도 고려한 진정한 재창조를 위해 재논의가 필요합니다’ 같은 구호가 어지럽게 적혀 있었다. 중앙도서관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서길수 연세대 경영대 교수(사진)를 만났다. 서 교수는 연사모 공동대표 겸 대변인을 맡았다.

“900억 원 들여 주차장 공사”

▼ 사업계획안이 오래전에 나왔을 텐데 왜 지금 농성하나.

“지난해 2월 정갑영 총장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때는 학교본부(본부)에서 제시한 조감도와 ‘이렇게 멋지게 변한다’는 청사진만 듣고 다들 찬성했다. 이후 1년여 동안 여러 차례 설계안을 변경했지만 공개되지 않았다. 설계도뿐 아니라 지난해 6월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1777명 중 78%가 찬성했다’는 결과만 나왔을 뿐 세부 조사 내용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부는 설문조사 때 대부분 찬성해놓고 왜 이제 와서 문제 삼느냐고 하는데, 찬성했던 것은 변경 전 설계안이었다. 2월 교수평의회(교평)가 처음 변경 내용을 알고 문제 삼았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 교평의 문제 제기를 학교 측이 묵살했다는 얘기인가.

“3월 교평이 공청회를 요구했지만 본부 측이 미루는 바람에 4월에야 열렸다. 그후 교평이 특위를 구성해 보고서를 만들어 돌리고, 본부에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사업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답이 없었다. 캠퍼스가 얼굴이라면 이번 프로젝트는 양악수술에 버금갈 정도로 캠퍼스를 엄청나게 바꾸는 일인데 구성원의 의견 수렴도 제대로 안 하고 있다. 8월 말에야 학교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진행 보고 컨퍼런스’를 열었지만, 말 그대로 일방통행식 ‘보고’였지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 현재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은 뭔가.

“주차장 문제가 가장 크다. 백양로 지하 전체를 다 파서 주차공간을 만들 예정인데, 그 비율이 본부는 40%라고 한다. 우리가 볼 때는 77%다. 그리고 본부 주장대로 비율을 따지면 학생과 교수를 위한 시설 공간은 12%에 불과하다. 주차장도 세브란스병원과 신촌상가에 개방한다고 하니 학생들이 900억 원을 들여 ‘주차장 공사’를 한다고 비판하는 거다.”

▼ 마치 ‘학교가 병원과 학교 주변 상가를 위해 캠퍼스에 주차장을 짓는다’는 소리로 들린다.

“대학과 병원은 지금도 서로의 주차장을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 세브란스병원이 주차장을 확보하려고 건축기금 300억 원을 낸다고 하는데, 그만큼 넓은 주차공간을 내줘야 한다. 본부는 그 돈이 큰 틀에서 상호협력을 위한 것이라며 얼버무린다. 신촌 상인들은 학교에 상가가 들어서면 장사에 타격을 입는다고 공사를 못 하게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그러자 본부가 서둘러 상생협약을 맺었는데, 그 내용이 공개가 안 됐다. 들리는 얘기로는 상인들을 위해 야간과 주말에 지하주차장을 싼값에 개방한다고 한다. 당연히 취객 등 많은 사람이 몰릴 테고, 면학 분위기가 훼손될 것이다.”

▼ 가림막에 ‘우선순위 1위 주차장, 99위 장학금과 교수 충원’이라는 글이 있던데 학생들도 불만이 많나 보다.

“정 총장이 취임한 후 학교 측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교수 충원을 중단하고, 테뉴어 트랙(정년보장직) 교수도 줄였으며, 가능한 한 대형 강의로 가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고 정말 필요로 하는 과목이라면 소수 학생에게라도 강의를 만들어줘야 한다. 요즘은 소형 강의가 추세인데 학교가 거꾸로 가고 있다. 예산 절감에 연연하면서 주차장에는 엄청난 돈을 쓰겠다니 학생들이 이해를 못 하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라면 우리가 왜 반대하겠나. 더 심각한 문제는 지하공사를 위해 백양로 전체를 다 들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백양로는 상징적 장소 토건 마인드 기가 막혀!”

연세대 백양로 공사용 가림막에는 공사에 반대하는 글이 빼곡히 적혀 있다(왼쪽). 백양로 전경.

▼ 백양로를 새로 조성해 차가 다니지 않으면 지금보다 훨씬 쾌적한 환경이 될 것 같은데.

“본부가 내세우는 게 차 없는 거리, 친환경 에코캠퍼스다. 거기엔 우리도 100% 동감한다. 그런데 위는 차가 없어져도 밑으로는 1000대가 들어갈 수 있는 주차장을 만들어 오히려 캠퍼스 중심으로 차를 더 많이 끌어들이는 꼴이 된다. 지금 설계로는 에코캠퍼스가 될 수 없다. 본부와 우리의 철학 및 가치가 너무 다르다.”

▼ 철학과 가치가 다르다?

“본부는 백양로를 ‘노후한 조경’ ‘단조로운 경관’이라고 본다. 수십 년 된 나무들을 다 잘라낸 뒤 아무리 새 나무들을 심고 시냇물과 분수를 만들어도 오랜 세월과 역사가 쌓인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어떻게 따라가겠나. 그걸 노후하고 단조롭게 보는 시각에 기가 막힌다. 백양로는 동문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이자 우리나라 민주화의 성지다.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역사적, 상징적 장소를 토건 마인드로 파헤치려 하고 있다.”

처음 교수 20여 명의 서명으로 시작된 연사모 동참 교수는 250여 명으로 늘었다. 재학생과 동문도 반대 서명운동에 속속 참여해 현재 그 수가 2000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밤샘 농성을 시작한 건 중앙도서관 주변에 마지막으로 남은 은행나무 한 그루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희망의 은행나무 지킬 것”

▼ 한 그루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지하공사가 끝나고 지상에 녹지를 조성한다니까 나무를 어떻게 할 건지 본부에 물었다. 송도와 삼애 캠퍼스로 이식했다가 그대로 가져올 거라고 했는데 9월 초 나무가 다 뽑히고 잘려나갔다. 교수들에게 연락하고 오후에 천막을 치러 나왔더니 마지막 남은 은행나무를 뽑아 트럭에 싣기 직전이었다. ‘나도 함께 데려가라’며 트럭에 올라타 겨우 막았다. 이미 가지와 뿌리가 너무 많이 잘려나가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한테는 백양로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상징적인 희망의 나무다.”

서 교수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학교 측은 그 나름대로 답변을 준비하고 있었다.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 건설사업단장인 임홍철 교수(공대)는 ‘설계도 비공개’에 대해 “홈페이지에 공개한 도면만으로도 충분히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내용 비공개’에 대해 기획실 담당자는 “차후 내부 판단을 거쳐 교평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했다. 학교 측은 ‘백양로 나무 절단’에 대해서도 서울시의 환경 가이드라인에 따라 적절하게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제1공학관의 붕괴 가능성이 제기된 뒤 학교 측은 9월 13일부터 45일 일정으로 건물 안전진단에 들어갔다.



주간동아 2013.09.30 906호 (p38~39)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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