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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 김지영의 스타데이트

“지구는 ‘진짜 사나이’ 나도 의리 지키며 살고파”

극장가 돌풍 영화 ‘감기’ 주연 장혁

  • 김지영 월간 ‘신동아’ 기자 kjy@donga.com

“지구는 ‘진짜 사나이’ 나도 의리 지키며 살고파”

“지구는 ‘진짜 사나이’ 나도 의리 지키며 살고파”
감염속도 3.4초, 치사율 100%. 영화 ‘감기’에서 인간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는 변종 감기 바이러스 얘기다. ‘감기’는 개봉 열흘 만에 300만 관객에 육박하는 흥행몰이 중이다. 주인공 강지구 역을 맡은 배우 장혁(37·본명 정용준)의 열연이 한몫했다. 강지구는 살인 바이러스로 출입이 통제된 도시 안에서 혼란에 빠진 시민과 감염자 수천 명을 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119 구조대원. 여주인공 인해(수애 분)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그냥 가자”고 하자 “내가 구조대원이잖아. 내가 알잖아”라고 되받아치는 정의의 투사다.

재활치료하며 촬영 강행

관객은 장혁을 두고 ‘강지구와 싱크로율 100%’라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장혁은 2007년 중국무술페스티벌에서 신인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각종 무술에 능하고, 영화 ‘화산고’와 드라마 ‘추노’ 등을 통해 액션 실력을 선보인 바 있다. 4월부터 출연해온 MBC TV ‘일밤-진짜 사나이’(‘진짜 사나이’)에서도 조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헬기레펠과 턱걸이 실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군 생활을 소재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는 장혁의 인간미와 남자다운 매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군복을 벗고 편한 캐주얼 차림으로 기자와 마주한 그는 뽀얀 피부에 눈이 유난히 예쁜 남자였다. 목소리는 나직하고 높낮이 변화가 거의 없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충분할 때까지 말을 멈추지 않는 고집스러운 면도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데뷔 후 소속사를 한 번도 바꾸지 않은 ‘의리’와 일맥상통하는 듯했다.

▼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가 눈물겹던데 너무 비현실적인 캐릭터 아닌가.



“그럴 수 있는 남자다. 인해가 너무 비현실적으로 예쁘게 생겨서(웃음). 지구가 원래 좀 이타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영화 촬영이 드라마 ‘아이리스2’를 하기 전인 지난해 10월에 끝났는데 올해 5월 일부분을 다시 찍었다. 좀 더 현실감을 살리려고. 나 역시 지구가 인해의 딸 미르(박민하 분)를 맹목적으로 구할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했는데 그럴 여지가 있더라. 지구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남의 아이를 잃어버린 죄책감에 사로잡혔을 때 공교롭게 바이러스가 퍼졌고, 그 와중에 사라진 미르가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는 손을 놔버릴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에 지구다운 선택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 지구는 슈퍼히어로인가, 진짜 사나이인가.

“진짜 사나이다. ‘진짜 사나이’를 촬영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같은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굉장히 힘들고 누군가는 덜 힘들다. 좀 덜 힘든 사람이 굉장히 힘든 사람을 도와줄 수 있지 않나. 지구는 감염자들이나 아이를 잃은 인해보다 덜 힘든 사람으로서 그들을 도와주려 한 거다. 영웅심이 발동해서가 아니라.”

▼ 촬영하다 다치진 않았나.

“‘감기’ 촬영할 때 다른 공익광고를 찍다가 팔이 부러졌다. 말을 타다 떨어졌다. 펜스에 찍혀 팔이 탈골되면서 뼈가 뒤틀리고 부러졌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사고가 나는 찰나 ‘감기’ 어떻게 찍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그래서 지난해 7~8월엔 재활치료하며 촬영했다. 뼈가 예쁘게 부러져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 학창 시절 기계체조를 하고 평소 운동을 생활화해 유연성 덕을 봤을 것 같은데.

“아마도(웃음). 사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순간적인 판단력과 근력이 큰 도움이 됐다. 뾰족한 곳에 정통으로 찔려 즉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거기에 안 찔리려고 근육으로 버티다 보니 뼈가 부러진 거다.”

수애와 로맨틱 코미디 찍고파

“지구는 ‘진짜 사나이’ 나도 의리 지키며 살고파”

영화 ‘감기’는 변종 감기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을 그린 영화로 장혁은 구급대원 역을 맡아 위기를 극복하는 연기를 했다.

▼ 구조대원 훈련도 받았나.

“소방학교 교육과정을 다 밟고, 구조대원들과 함께 헬기레펠 실습도 받았다. 현장을 다녀보니 구조대원들의 근무환경이 열악했다. 끔찍하게 죽는 사람을 하도 많이 봐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는 대원도 적지 않았다. 트라우마가 생겨 공황장애를 겪기도 하더라. 그들은 슈퍼맨이 아니다. 갑자기 천장이 무너지는 그런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동료애가 남다른 거다. 남의 생명을 구하려고, 상대를 안심시키려고 겉으로는 평온함을 유지하지만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119 구조대원은 군번줄이 두 개다. 사고가 나면 상자 같은 데 하나를 넣고 다른 하나를 가져간다. 사고가 나면 누가 잘못됐는지 알기가 어려운데 군번줄 수를 보고 아는 거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은 군번줄이 하나뿐이니까. 119 구조대원은 내가 만난 어떤 직업군보다 사명감이 투철했다. 그들의 노고와 업무의 중요성을 고려해 처우개선이 시급하다.”

▼ ‘진짜 사나이’를 하면서 더 단단해진 것 같다.

“20대 초반부터 촬영에 전력을 다했는데 30대 때 불미스럽게 군대에 가면서 내 발자취가 한순간에 사라진 느낌이었다. 군대에서 장혁이 아닌 정용준으로 잘 살아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 안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어느새 내 발자국이 생기더라. 함께하는 생활에 적극적이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연기에 대한 절실함도 생기고. 하지만 아이들이 커서 아빠의 그런 과거를 부끄럽게 여기면 어쩌나 싶었다. 그런 고민이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게 된 원동력이다. ‘진짜 사나이’를 하길 정말 잘했다. 초심으로 돌아가게 하고 여러모로 ‘힐링’이 된다.”

▼ 롤 모델이 ‘추노’를 함께 한 성동일 씨라던데 맞나.

“내 연기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이 성동일 선배와 손현주 선배다. 현주 형이 지금 ‘감기’와 경쟁 중인 ‘숨바꼭질’의 주연인데 우리 영화 시사회에 왔다. 나 역시 ‘숨바꼭질’ 시사회에 갔고. 두 선배를 남다르게 생각하는 이유는 기본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의리 하면 어수룩하고 약지 못하다는 의미로 여기지만, 의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 선배들은 그런 기본을 지키면서 산다. 지구도 기본을 지키며 사는 친구고.”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비현실적으로 생겼다”고 한 배우 수애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 물었다. 그는 함께한 시간들이 떠오르는지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수애와는 로맨틱 코미디로 다시 만나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는 호흡이 정말 잘 맞아야 하는데, 촬영 내내 나와 굉장히 비슷한 색깔을 지닌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불안하기 싫어 계속 연습하고 준비하고 공부하는 점이 닮았다. 언뜻 차분하면서도 차가워 보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더라. 잘 놀고 분위기도 맞출 줄 안다. 촬영 현장에 있는 모든 남자가 수애를 편애했다. 수애가 오면 천국이었고, 촬영 끝나고 가면 재난현장이었다. 홍일점이고 얼굴이 예뻐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잘해서 인기가 좋았다. 나와 발전할 가능성은 없으니까 오해하지 말길. 배우로서 좋은 느낌을 받았을 뿐이니(웃음).”



주간동아 2013.09.02 903호 (p66~67)

김지영 월간 ‘신동아’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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