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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로 본 법률상식

경미한 상처 입혔어도 정당방위

멱살 뿌리치다 가한 상해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경미한 상처 입혔어도 정당방위

경미한 상처 입혔어도 정당방위

싸움 도중 상대를 구타할 경우 정당방위로 인정받기 어렵다.

상대방이 멱살을 잡아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경미한 상해를 입혔다면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그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돼 정당방위를 한 피고인은 무죄가 된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트럭 운전기사 A(4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월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충남 연기군에 있는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다른 덤프트럭 운전기사인 B(37)씨와 시비가 붙었다. 승강이를 벌이던 중 B씨가 A씨 멱살을 잡자 A씨는 멱살을 잡은 B씨의 왼손을 뜯어내며 꺾었다. 이로 인해 B씨는 전치 4주가량의 손가락 골절상을 입었고 A씨는 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A씨는 “B씨가 멱살을 잡고 위협해 손을 떼어낸 것에 불과할 뿐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A씨 행위가 소극적인 방어 한도를 벗어났다고 보고 벌금 50만 원의 유죄 판결을 했다. 반면 2심(원심)은 “B씨가 먼저 멱살을 잡은 상황에서 손을 떼어낸 것에 불과할 뿐 A씨가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적극적 의도로 공격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고, 대법원은 A씨 행위에 대해 2심(원심)과 같이 정당방위를 인정해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형법 제21조에 의한 정당방위를 인정받으려면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일 것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등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행위가 침해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해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해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어야 한다. 정당방위 성립 요건으로서의 방어행위에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되지만, 그 방어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92도2540 판결, 2006도9307 판결).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로는 ‘경찰이 현행범 체포요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공무집행을 방해한 행위’ ‘강간을 피하려고 강간을 하려는 자의 혀를 깨물어 절단시킨 행위’ 등이 있다. 그런데 싸움 중에 이뤄진 가해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보면, “싸움과 같은 일련의 상호투쟁 중에 이뤄진 구타행위는 서로 상대방의 폭력행위를 유발한 것이므로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서 정당방위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A씨 행위는 공격행위를 유발하는 싸움이 아니라 순수한 방어행위에서 비롯됐고, B씨의 상해가 경미한 점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 사건처럼 방위 차원에서 상해를 가하면 1심에서는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고 낮은 벌금형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A씨는 1심의 벌금형에 대해 항소해 정당방위를 계속 주장했고, 2심과 대법원에서 정당방위로 인정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방위행위가 살인에 이른 경우에는 그 행위 당시 상황이 매우 중요하다. 이 경우 정당방위보다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는 정황에 의해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과잉방위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 주법원 배심원단(배심원 6명 가운데 5명이 백인)은 자율방범대원 지머먼(히스패닉계 백인)이 마틴(흑인)을 사살한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인정, 미국 전역에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정당방위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은 경우뿐 아니라, 상해를 가하는 경우에도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데 많은 논란이 따르는 바 정당방위 인정 여부는 어려운 문제라 할 것이다.



주간동아 2013.09.02 903호 (p75~75)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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