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3

2013.09.02

살다가 보면

  • 이근배

    입력2013-08-30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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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가 보면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어떻게 살 것인가? 대학 시절 첫 철학시간, 칠판에 적어놓은 화두다. ‘이것이 철학이다, 인생이다’라고 말한 노 은사님은 작고하신 지 오래다. 그분의 음성이 시로 적혀 있다. 오늘도 나는 살고 있다. 넘어지지 않아도 될 곳이 어딘지 모르겠다. 툭툭 떠나가고 있는 ‘어떻게 살 것인가’. 살다가 보면 알 날이 있을까? 사랑한 사람, 더 사랑하기 위해. ─ 원재훈 시인



    詩 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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