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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구멍 뚫린 인천항 02

언제든 다 빼돌릴 수 있다

민간 하역업체가 전용 운영권 행사…위법 땐 페널티 조항 등 견제 장치 있어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언제든 다 빼돌릴 수 있다

언제든 다 빼돌릴 수 있다

인천 중구 신흥동에 위치한 인천항만공사 건물.

국내 수입상에 의한 잇따른 수입물품 무단 반출사건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중국과 일본, 국내업체들이 “항만 소유권 및 실질적 운영 책임이 해양수산부와 인천항만공사에 있으므로 이들도 이번 사건에 일부 금전적 책임을 져야 하고, 수입물품의 무단 반출을 막을 만한 제도적 보완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 귀추가 주목된다.

피해업체들은 수입물품 무단 반출이 관행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근본 원인으로 1997년부터 실시한 항만 운영 자율화 조치를 지목한다. 97년 정부는 수입물품 반출 과정의 효율화와 간소화, 민간업체의 항만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그 이전까지 정부가 직접 운영하던 공영 부두의 민영 부두화 작업을 시작해 2007년 20년 만에 부두 운영권 대부분을 민간에 이양했다. 그 핵심이 바로 항만시설에 대한 전용 운영권(하역, 보관, 운송)을 민간 하역업체(TOC)가 담당하게 하는 TOC 제도였다.

2005년 7월 항만공사법 시행으로 해양수산부(지방해양항만청)의 민간 하역업체 선정 권한은 각 항만공사에 위임됐으며, 해양항만청은 민간 하역업체의 등록 허가 권한만 가진 상태다. 사실 정부가 직접 하역, 보관, 운송에 개입했던 공영 부두의 경우 수입물품의 무단 반출사건이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고, 실제 일어날 수도 없는 구조였다. 하역업체에서 수입물품을 반출하기 전 해양당국이 반드시 수입상이 물품대금을 냈는지, 즉 화물인도지시서(D/O)를 가져왔는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등 반출과 관련한 책임을 모두 정부가 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 하역업체가 각 항만공사에 정해진 임대료를 내고 하역, 보관, 운송 등 부두 운영의 전권을 가지는 민영 부두의 경우, 배에서 화물을 내리고 반출할 때까지 통관절차만 제외하면 그 과정을 감시할 수 있는 공적 절차가 단 하나도 없다. 쉽게 말해 수입상과 하역업체가 서로 짜면 돈 한 푼을 내지 않고도 부두 야적장에 쌓인 수입물품을 언제든지 빼돌릴 수 있는 상황이다.

업체 간 물량 유치 경쟁 과열



각 항만공사가 적은 부두와 선석에 많은 민간 하역업체를 선정한 이유도 수입품 무단 반출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인천항만의 경우 총 7개 부두 48개 선석을 11개 민간 하역업체가 운영하기 때문에 업체 간 물량 유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부 물량이 넘쳐나는 항만의 경우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선석 임대료가 올라가는 등 실적이 저조한 민간 하역업체에 페널티를 가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액이 적은 영세업체의 경우 수입물품 무단 반출 같은 거대 수입상의 불법적 요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각 항만공사의 민간 하역업체 선정 기준과 각 지방해양항만청의 민간 하역업체 등록 기준에 수입물품 무단 반출 같은 불법을 저지른 업체에 대한 페널티 조항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각종 소송이나 고발을 통해 이들 악덕 수입상들의 죄가 법원에서 최종 인정된다 하더라도 민간 하역업체는 부두 운영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점을 들어 수입물품 무단 반출 피해업체들은 수입물품 반출의 최종 단계에서 항만공사나 해양항만청이 화물인도지시서를 확인하는 등 감시 단계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항만당국은 “절대 안 될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해양수산부 항만운영과 관계자는 “전세를 준 집에 도둑이 많이 든다고 집주인이 매일 지키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역 자율화 조치를 도입한 이유가 하역 절차의 간소화, 효율화 때문이다. 관(官)이 하역 절차에 개입하면 많은 수입상과 수출 하역업체가 불편함을 호소하고 항만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관계자는 피해업체들의 금전적 보상 요구와 관련해서는 “수입물품 무단 반출은 수출업체와 중간 무역상, 수입업체, 하역업체 사이에서 계약상 일어난 개별적 사안이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천항만공사 항만운영팀 관계자는 “수입물품 무단 반출 등이 법에 의해 죄가 확정되면 하역업체 선정에서 페널티를 주고 등록을 취소하는 방안을 해양수산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3.08.19 901호 (p16~16)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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