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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무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 MD(미사일방어) 구축 사전조치였다”

6월 미 의회보고서 폭로…“대일감정 악화가 최대 걸림돌” 명시

  • 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무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 MD(미사일방어) 구축 사전조치였다”

“무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 MD(미사일방어) 구축 사전조치였다”

미국 미사일방어체제의 핵심 탐지설비인 SBX-1(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

지난해 6월 26일 이명박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일본과 1년 6개월가량 논의했던 협정 하나를 즉석 안건으로 올린 뒤 비공개 의결한다. 양국 외교당국 서명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그러나 이튿날 ‘비공개 처리’와 협정 내용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자, 정부는 6월 29일 예정시간 1시간을 앞두고 서명을 연기했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외교안보참사로 기록된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사태의 시작이었다.

파장은 컸다. 국회 등에서 공개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졸속처리라는 비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솟구쳤다. 대통령의 외교안보 핵심 참모였던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외교부 대변인 등 실무부처 간부들도 줄줄이 사의를 표하거나 징계를 받았다. 협정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독도, 위안부 문제 등으로 격앙된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채 일본과의 군사정보 교류를 서두르다 벌어진 참사였다.

정보교류? MB정부 거짓말

해당 협정의 본래 명칭은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반발을 우려한 정부가 추진 과정에서 ‘군사’라는 표현을 삭제해 ‘한일 정보보호협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통상 정보보호협정이란 두 나라 사이에 정보를 교환하는 방법과 교환된 정보를 보호, 관리하는 절차를 규정한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제공한 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제3자에게 유출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주를 이룬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이 협정이 북한의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 총 24개국과 이미 유사한 협정을 체결했고, 글로벌 안보체제를 구축하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려면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었다. 일본이 가진 뛰어난 신호정보(영상 및 통신)를 통해 북한의 움직임을 한층 면밀히 관찰할 수 있게 해주는 협정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을까. 1년의 시간이 지난 올해 6월 24일 미 의회조사국(CRS)은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문서를 작성해 상·하원에 보고했다. ‘주간동아’가 전문을 입수한 이 보고서는 문제의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한미일 3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을 위한 사전조치였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 협정의 체결을 한일 양국에 요청해왔고, 오랜 논의를 거쳐 성사단계에 이르렀으나, 한국 내 여론 때문에 서명이 좌초되면서 세 나라의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도 난관에 부딪혔다는 게 관련 내용의 골자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면서 밝힌 해명과는 전혀 다르다. 한마디로 당시 이명박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는 의미다. 논란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이 협정과 공동 MD체제 구축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를 제기한 바 있지만, 관련 국가의 공식문서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탄도미사일방어 : 협력과 반대’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미 의회조사국 소속 전문가 3명이 공동으로 작성한 것으로, 이들은 모두 아시아 안보와 MD체제 문제에서 저명한 전문가들이다. 미국이 그간 MD체제 구축을 위해 한국, 일본, 호주 등과 추진해온 사업 현황을 꼼꼼히 살펴본 보고서로, 이들 국가와 협력해온 덕분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MD체제 구축을 위한 하드웨어 차원의 준비 작업이 큰 진전을 이뤄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각 나라가 보유한 이지스 구축함이나 패트리어트(PAC-3) 등의 요격미사일을 활용해 잠재 적국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체제를 한층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다는 게 기본 전제다. 현재 상황에서 미사일을 감지할 레이더와 요격수단을 구비하는 기본적인 준비는 끝마쳤고, 함께 운용할 국가 사이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무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 MD(미사일방어) 구축 사전조치였다”

2012년 7월 2일 한일 정보보호협정 사태와 관련해 문책론이 제기됐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19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했다. 국회 본회의장 국무위원석을 찾은 이들의 표정이 어둡다.

보고서가 지목하는 핵심 과제는 특히 한미일 세 나라의 협력을 통해 잠재 적국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방어체제 구축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공동으로 요격하려면, 일본 측 레이더가 확인한 미사일 궤적이나 항로를 실시간으로 한국 측 PAC-3 요격미사일 부대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탐지부터 격추까지 수 분 사이에 진행되는 작업 특성상 지휘통제자동화(C4I) 체계의 시스템 연동은 필수적이다. 동맹국인 한국과 미국, 미국과 일본은 각각 이를 가능케 하는 조약을 이미 체결한 반면,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지난해 무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바로 이를 위한 것이었고, 한국 국내정치 문제로 이 협정에 서명하지 못해 MD체제 공동 구축도 난항에 빠졌다고 해당 보고서는 곳곳에서 반복해 강조한다. 쉽게 말해 3국 공동 MD체제 구축을 위해 꼭 필요한 사안이 좌절돼 안타깝다는 것이 대체적인 취지다. 이러한 분석은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취지나 함의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설명해온 내용과는 크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상당한 국제정치적 폭발력을 안고 있다.

MD 문제가 동북아국가 사이에서 극히 민감한 이슈로 자리매김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공식 설명해왔지만, 실제로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강하게 의식한 조치라는 점 역시 공공연한 비밀에 가깝다. 문제의 보고서도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유사시 중국 등 다른 국가의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아태지역서 단계적 적응 접근법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이 1987년부터 공동 MD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사업을 진행해왔음에도 한국은 그 국제정치적 민감성을 의식해 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공식 견해를 거듭 밝혀왔다. 한국군이 구매해 배치한 PAC-3 등 주요 요격미사일과 세종대왕함 등 이지스 구축함은 미국과 별개로 독자적인 방어능력을 구비하려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용이라는 게 그 골자였다.

그러나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MD체제 구축 협력을 위한 사전조치였다는 미 의회보고서 내용은 한국 정부의 거듭된 설명과 달리 물밑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집권 기간에 3국 공동 MD체제 구축을 위한 준비작업을 꾸준히 추진해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해 보인다.

실제로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 및 미 국방분석연구소(IDA)와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해온 바 있다. 한국 국방부는 이 연구가 KAMD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왔지만, 실제로 이 테이블에서 검토한 개념은 괌이나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향해 미사일이 발사되는 경우도 포함하는 등 한반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테면 미 본토를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글로벌 차원의 MD와 KAMD의 중간형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러한 개념은 보고서가 언급하는 ‘단계적 적응 접근법(phased adaptive approach)’이라는 표현과 맞물려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차원의 공동 MD체제를 구축하는 데 아직까지 다양한 정치적·기술적·제도적 한계가 있음을 감안해, 중거리미사일 등 가능한 위협부터 공동 대응하는 방식을 추진하는 게 미 국방부의 기본 방침이라는 것. 유럽에서는 이미 추진 중인 이러한 정책노선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도 적용하려는 노력이 최근 가시화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KIDA와 MDA 논의에서 도출된 ‘괌과 오키나와를 포함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는 미 국방부의 ‘단계적 적용’과 고스란히 맞아떨어진다. 이들 미군 기지는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 전력을 투사하는 핵심적인 중간 고리이므로 한국 처지에서는 KAMD에 포함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미국 시각에서 보자면 최종목표인 글로벌 MD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 한국이 MD체제 동참을 공식화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실상 이에 연동하는 ‘우회로’인 셈이다. “참여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확언에도 실제로는 미국 측 요구에 상당 부분 보조를 맞춰왔다는 결론이 나오는 이유다.

한 예로 한국 해군은 2010년부터 미국, 일본과 함께 미사일을 탐지, 추적해 서로 공유하는 연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퍼시픽 드래건(Pacific Dragon)’으로 명명한 이 훈련에는 지난해의 경우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와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이지스함,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이 참여했다. 올해 4월에는 미 항공모함 니미츠호가 참가한 가운데 제주 동남쪽(일본 규슈 서쪽) 공해상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해군과 국방부는 한국군이 이 훈련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6월 중순 국회를 통해 관련 소식이 알려지고 난 뒤 국방부는 “독자적 미사일방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일 뿐 MD와는 무관하다”며 해명에 나섰다.

별다른 이익 없는데 동참 요구받나

“무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 MD(미사일방어) 구축 사전조치였다”

6월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한미일 연합 미사일방어 훈련 참여와 관련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한국군이 동아시아 지역을 벗어난 다국적 미사일방어훈련에도 참여해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설득력을 잃는다. 미국이 2008년부터 2년 주기로 주관해온 ‘님블 타이탄(Nimble Titan)’ 훈련이 대표적이다. 가상 적국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를 상정해 탐지 및 요격작업을 진행하는 이 워게임(war game)은 미국의 글로벌 MD체제 성능을 평가하려고 기획한 것이다. 일본, 영국, 호주 등 총 9개 국가가 참가하는 이 훈련에서 한국은 2011년까지는 옵서버 국가였지만 지난해부터 정식 참가국이 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훈련이 미국의 글로벌 MD를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문제의 보고서 내용 가운데 더욱 염려스러운 대목은 미사일방어 협력의 선결조치로 일본 개헌 문제를 거론하는 대목이다. 엄밀히 말해 미사일이 일본 영토 내에 진입하기 전 요격하는 작업에 자위대가 참여하는 것은 본토 방어로 자위대 임무를 제한하는 현재 일본 평화헌법의 규정에 어긋난다. 이러한 이유로 보고서는 한미일 3국의 미사일방어 협력을 위해서는 일본의 평화헌법을 개정하거나 최소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재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참의원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아베 신조 총리가 헌법 개정 문제를 강도 높게 추진함에 따라 동북아 국가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 그러나 미국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의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헌법 개정이나 재무장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취한다. 앞서의 보고서 내용은 이렇듯 기묘한 워싱턴의 태도에 미사일방어 협력 같은 이해관계가 깔려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예정대로 체결됐다면 이러한 흐름이 한층 가속화됐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해진다. 보고서는 “3국 미사일방어 공조를 위한 최대 걸림돌은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한국의 우려”라고 적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북한과 너무 가까워 미사일이 저궤도로 날아오는 데다 수 분 내에 도착하기 때문에 3국 미사일방어 공조로 별다른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리 시각에서 해석하자면,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 주장의 동력이 되는 3국 미사일방어 협력에 ‘별다른 이익을 기대할 수 없음에도’ 동참을 요구받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나 문제점은 공공의 장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고, 이명박 정부는 물밑에서 관련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가 지난해 불거진 한일 정보보호협정 파문이었던 것. 이러한 내용을 우리만 모르다가 미국측 보고서를 통해 뒤늦게 확인하게 되는 일련의 상황은 앞으로 미사일방어 문제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연 박근혜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주간동아 2013.07.29 898호 (p40~42)

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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