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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상의 다양한 고민 내 안에 답이 있었네”

조계종 시민 참여형 연극 ‘야단법석 시즌3’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s.com

“일상의 다양한 고민 내 안에 답이 있었네”

“일상의 다양한 고민 내 안에 답이 있었네”

‘붓다로 살자-사부대중, 희노애락의 파도에서 붓다의 바다로’라는 주제로 열린 시민참여형 연극.

“시어머니가 자꾸 남편 속옷에 부적을 넣어두세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대 위 베일에 가려진 한 여성이 하소연을 시작했다. 매일같이 남편 속옷을 빨아 챙겨주는 시어머니, 심지어 남편 출퇴근길 마중과 배웅을 며느리 대신 할 정도로 아들에게 지극정성인 시어머니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무대 반대쪽 베일 뒤에는 시어머니가 앉아 있다. 며느리와 실랑이를 하다 넘어져 병원치료까지 받았다는 시어머니. 결혼 10년 차인 아들내외에게 자식이 없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정성스레 받아온 부적을 아들 속옷에 넣어두고, 맞벌이하느라 바쁜 며느리를 위해 집안일도 대신한 것뿐인데 사사건건 내치기만 하는 며느리가 못내 서운하고 못마땅하다. 10년 전, 사돈댁에서 형편이 그다지 좋지 못한 집안으로 딸을 시집보내는 것이 싫다며 결혼을 극구 반대한 것이 지금까지 상처로 남았다. 며느리도 우리 집안을 무시하는 것만 같다.

관객과 함께 토론하며 문제해결

한 집에서 10년을 함께 살아온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의 부딪힘은 급기야 ‘이혼’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생각게 만들었다. 과연 이들에게 해답은 있을까.



7월 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야단법석 시즌3’의 한 장면이다. 이번 무대는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본부장 도법스님)와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상임공동대표 퇴휴스님)가 주관하는 야단법석이 시즌3을 맞아 ‘붓다로 살자-사부대중, 희로애락의 파도에서 붓다의 바다로’라는 대주제 아래 시민참여형 연극으로 기획한 것이다. 기존 야단법석이 주로 각계 명사를 초청해 한국불교의 문제를 발제하고 토론하는 직설논법을 활용해왔다면, 이번 야단법석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의 소재를 화두로 던지고 이에 대해 관객이 함께 고민하면서 토론하고 문제의 본질을 파헤쳐보는 방식으로 확 바뀌었다.

며느리와 시어머니 역을 맡은 배우들이 각자 이야기를 털어놓자 관객들이 자기 의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며느리가 너무했어요. 저도 젊은 사람이지만, 어른을 모시고 살면서 공경은 못할망정 어떻게 몸싸움까지 해 병원에 가시게 만듭니까?”

“며느리가 존경스러워요. 저는 미혼이지만 10년 동안이나 남편 속옷을 직접 챙겨주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 자신은 없어요.”

“아들 속옷을 어머니가 만지는 게 뭐 대수입니까. 그렇다고 어머니가 아들을 남자로 보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건 명백히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무시하는 겁니다. 그럴 거면 따로 방을 구해드리고 생활비나 챙겨 보내세요.”

토론이 이어지면서 관객 중에는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그러자 또 다른 관객이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내보내라니요. 그것이 진정한 해결책입니까. 매사 일을 그렇게 처리한다면 세상사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갈등은 인내하고 용서하고 배려하면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갈등의 진짜 원인을 찾아야지요. 진짜 원인은 속옷에 부적을 넣어둔 것이 아닙니다. 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의 구실입니다. 저도 결혼하고 20년간 어머니를 모시며 살지만, 제가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면 우리 집에서도 그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붓다로 사는 법

“일상의 다양한 고민 내 안에 답이 있었네”

관객들이 토론극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토론은 잘잘못을 따지는 것에서 원인을 찾아보자는 쪽으로 흐름이 이어졌고, 마이크는 관객석에 앉아 있던 두 여인의 남편이자 아들 역의 배우에게 넘어갔다. 아이를 가지려고 병원도 찾아가보고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지만 검사 결과 문제가 있는 쪽은 아내가 아닌 자기고,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면목이 없어 힘들다는 그의 고백에 또 다른 관객의 자기반성이 이어졌다.

“상황극을 보면서 많이 반성했습니다. 우리 집은 5남매인데, 어머니가 딸집에 가는 것은 좋아하는데 아들자식들 집에서는 하룻밤 묵어가는 것도 몹시 불편해하시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공통된 관심사가 없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세 분 모두 불제자라면 신앙생활을 공유하면서 불교적 관점에서 서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세 분이 여행이라도 한 번 다녀오세요.”

“시어머니가 많이 외로우신 듯해요. 저는 시어머니에게 불교 공부를 많이 해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불교 교리는 누가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다 보면 저절로 터득되는 것입니다. 부디 자식들에게 베푸는 것을 줄이시고 자기 자신을 위해 공부한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비워보세요. 그러면 부처님 말씀이 들리실 겁니다.”

토론 내용은 어느새 우리 일상에서 부처의 가르침을 어떻게 수용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번 야단법석 시즌3은 불자 예술인들이 결성한 극단 양지무리의 남우성 대표가 연출을 맡고 극단 배우와 스태프들이 오랜 시간 기획하고 연습해 완성한 것이다. 처음 시도하는 무대라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토론극과 대중공사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는 이번 무대를 시작으로 토론극 형태의 행사를 전국으로 확산해나갈 계획이다.

인터뷰 | 도법스님

“우리 현실에 불교 의미 되짚는 계기 기대”


“일상의 다양한 고민 내 안에 답이 있었네”
“살아가다 보면 일상에서 불교가 정말 필요할까. 사찰은, 스님은 어떨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오늘 연극의 소재는 고부갈등이지만 우리 일상에는 수많은 갈등과 불신, 외로움, 슬픔, 분노, 증오, 탐욕, 좌절… 그리고 희망이 존재합니다. 불교가 이러한 우리 일상과 분리돼 있다면 그 존재에 의미가 없어지고 말겠지요. 이러한 삶의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가 과연 스스로를 불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인 도법스님은 이번 ‘야단법석 시즌3’을 불교인의 자기반성과 쇄신의 계기이자 한국불교 대중화의 초석이 될 행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불교는 본래 ‘대화의 종교’이지만 지금까지 변화한 시대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고집스러움을 지녀 불교 본래의 뜻을 거스르고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를 고민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해나감으로써 사대부중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종단 주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 함께한 종훈스님은 “지금까지 불교대중화 작업이 스님 개인의 설법 위주로 이뤄진 데 반해 ‘붓다로 살자-사부대중, 희로애락의 파도에서 붓다의 바다로’는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공동 작업이자 진행 과정에 연출되지 않는 리얼리티를 담아 그 진실성이 상당한 울림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주간동아 2013.07.22 897호 (p60~61)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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