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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7월 1일은 몬트리올 이삿날

프랑스 치하부터 260여 년 이어진 전통…하루에 8만 가구 이사 종일 북새통

  • 밴쿠버=황용복 통신원 hyb430@hotmail.com

7월 1일은 몬트리올 이삿날

캐나다에서 7월 1일은 연방정부 수립을 기리는 국경일이다. 그러나 퀘벡 주, 그중에서 특히 몬트리올 사람들은 7월 1일을 ‘국경일’보다 ‘이사 가는 날’로 먼저 생각한다. 이 도시에서 해마다 집을 옮기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6월 말에서 7월 1일까지 단 며칠 사이에 이사를 한다. 이들은 모두 세입자다. 퀘벡 주 세입자의 임차계약 기간은 대부분 매년 6월 30일 일제히 만료되기 때문에 이들은 7월 1일까지 계약을 갱신하거나 이사를 가야 한다. 세 든 사람이 특히 많은 몬트리올 시내는 이 시기 이사하는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퀘벡에서 세입자가 일제히 이사 가는 관행은 260여 년에 걸친 오랜 전통이다. 이 고장이 프랑스 치하에 있던 1750년 본국에서 파견한 집정관이 모든 세입자의 동시이사제도를 채택하고 그 ‘이삿날’을 매년 5월 1일로 지정했다. 이는 그 시절 퀘벡에서 유럽 영주와 비슷한 지위를 누리던 지주들이 자기 영지 안에 사는 소작농민들을 엄동설한에 내보내는 일이 흔히 벌어지자 이를 막으려는 인도적 고려 차원에서 시작된 일이다. 집정관은 식민지에서 총독 다음 가는 서열 2위 권력자였다.

영국 치하로 넘어간 뒤로도 동시이사제도는 지속됐다. 심지어 퀘벡 민법에 이 제도가 명문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점도 많이 생겨 20세기 들어 법으로 강제하진 않지만, 관행은 유지되고 있다. 자기 집을 팔고 떠나는 사람이라면 날짜에 구애받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세입자 경우에는 매년 동시에 임차기간이 끝나고 새로 세 들 집도 이 시기에 맞춰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이때가 아니면 물건을 고르기 어렵다.

이사 앞두고 도시 곳곳이 술렁

1973년 퀘벡 주의회는 사실상 지정 이삿날을 5월 1일에서 7월 1일로 바꾸는 임시조치법을 통과시켰다. 5월 1일이면 자취나 하숙을 하는 대학생이 학기 중에 짐을 옮겨야 해 이를 방학에 맞추자는 의도였다. 지정 이삿날 자체가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시조치법에선 이 용어를 쓰지 않고, 임차기간이 그해 4월 30일 끝나는 계약은 일괄적으로 두 달 간 연장하도록 했다. 계약은 1년 단위이니 그 뒤로도 매년 같은 날 이사해야 한다.



이 조치는 이삿날과 캐나다 국경일을 겹치게 해 연방결성 경축 분위기를 희석하려는 퀘벡 분리주의자들의 계략이라는 의심이 당시에 나왔고, 요즘에도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당시 주의회에서 이를 추진한 의원들은 퀘벡이 연방에서 떨어져나가면 안 된다고 믿던 연방주의자들이었다.

퀘벡 주 중에서도 소도시는 세 든 사람이 많지 않아 지정 이삿날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인구 약 400만으로 주 최대 도시이자 세입자가 유난히 많은 몬트리올은 문제가 다르다. 2002년 기준으로 이 도시에서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은 36%에 불과했다. 토론토 선 신문은 ‘작년의 경우 7월 1일 하루에만 몬트리올에서 8만 가구 이상이 이사를 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7월 1일이 다가오면 몬트리올은 술렁인다. 이사를 가기 전 세간을 싸게 처분하려는 이른바 ‘무빙세일(moving sale)’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그냥 버리고 떠나는 사람도 있어 가구나 집기가 곳곳에 널브러진다. 이 쓰레기들을 수거하려고 시 당국은 비상 체제에 들어간다. 사용 가능한 물건을 헐값 또는 공짜로 챙기려는 사람이 눈에 불을 켜고 ‘사냥’에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보다 홍역을 치르는 곳은 이삿짐센터다. 이들에게 7월 1일 전후 며칠은 대목이자 악몽의 시기다. 철야작업까지 하는 이삿짐센터는 평소 요금의 3배를 받고, 고객은 6개월 이상 앞둔 시점에 예약해야 한다. 몬트리올에는 유난히 저층 아파트가 많다. 이들 아파트는 흔히 계단이 건물 안이 아닌 바깥벽에 부착식으로, 그것도 좁고 가파르게 설치돼 있다. 그래야만 건축비가 줄고 건평도 적게 나와 재산세를 덜 내기 때문이다. 이런 건축양식 때문에 몬트리올 이삿짐센터 인부들은 더 큰 곤욕을 치른다.

자전거 이사 전문업체도 등장

몇 년 전부터 몬트리올 이사 판에 새 풍경이 등장했다. 자전거 뒤에 트레일러를 달아 짐을 옮기는 자전거 이사 전문업체가 출현한 것이다. 이삿짐센터 처지에서는 짧은 대목에 대비하려고 평소 많은 트럭과 인력을 보유하는 것이 비효율적이지만, 자전거와 이를 몰 임시근로자는 구하기 쉽다. 짐이 많은 집은 곤란하지만, 독신자나 학생이 이사하는 것이라면 이 방식이 비용도 적게 든다. 한 번 이사에 자전거 2~3대가 동원된다. 이들 업체는 자전거 이사가 친환경적인 ‘녹색 이사’라고 홍보한다.

첫 자전거 이사 전문업체 ‘미에트 이사’가 2008년 출범해 올해까지 여섯 시즌을 영업했으니 이 정도면 뿌리내렸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사이클선수 출신인 줄리엥 미에트가 이 업체를 차렸다. 이 업체 한 종업원은 “우리는 그냥 일을 할 뿐인데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환호성을 지르며 휴대전화로 사진까지 찍는다”고 전했다.

혹한을 피하려는 지정 이삿날 제도는 미국 뉴욕에서도 존속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저절로 없어지고 지금은 몬트리올에만 남았다. 뉴욕의 경우 세계대전 때 일손이 되는 젊은이들이 거의 징집돼 대부분 이사를 포기했고, 이후 주택난을 해결하려고 시당국이 여러 대책을 내놓음으로써 동시이사 풍속은 역사책 속으로 들어갔다.



주간동아 2013.07.22 897호 (p50~51)

밴쿠버=황용복 통신원 hyb43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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