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7

2013.07.22

최태원(SK그룹) 회장 재판 중 전용기 구입 왜?

1000억대 에어버스 사들여 17인승으로 개조…삼성·현대차 등 재계 새 전용기 러시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3-07-22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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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SK그룹) 회장  재판 중 전용기 구입 왜?

    SK그룹이 지난해 10월 구매한 에어버스의 A319CJ 기종(왼쪽). LG그룹과 SK그룹이 현재 소유한 G550 기종.(오른쪽)

    5월과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방중 기간 중 국내 굴지 그룹들이 소유한 전용기가 총출동했다. 그룹 회장들이 대통령처럼 모두 각자의 전용기를 타고 미국과 중국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현대차)그룹 회장은 방미와 방중 기간에 전용기를 이용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5월 초 박 대통령의 방미 당시 출국과 입국 모두 전용기를 이용했고, 6월 말 방중 때는 전용기를 타고 업무차 일본으로 떠났다. 그 대신 이재용 부회장이 다른 전용기를 타고 중국으로 향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의 중국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건설 현장 방문 당시 안내와 설명을 맡기도 했다. 다만 한화그룹과 SK그룹의 전용기는 김승연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구속으로 총수가 아닌 계열사 사장을 모시고 하늘을 날았다.

    회장 전용기 아닌 공동업무용?

    현재 업무용 전용기를 소유한 그룹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한화그룹, 한진그룹 등 6곳이다. 삼성그룹은 미국 보잉이 제작한 B737-700을 비즈니스용으로 고친 전용기 B737-BBJ(보잉 비즈니스 젯)와 캐나다 봄바디어의 글로벌 익스프레스(BD 700-1A10) 2대를 사용한다. 이 회장의 미국행과 일본행에는 B737-BBJ가, 이 부회장의 중국행에는 글로벌 익스프레스가 이용됐다.

    B737-BBJ는 일반적으로 보잉이 자사의 단거리용 132석 항공기인 B737-700을 전용기에 맞게 개조한 것으로, 세계적 부호들이 가장 애용하는 전용기 가운데 하나다. 순항속도는 시속 840km, 최대운항시간은 11시간 45분~12시간 12분이며, 최대운항거리는 9788~1만141km이다. 삼성그룹이 소유한 B737-BBJ 전용기의 경우, 좌석 수를 16인승으로 줄이고 연료탱크를 개조해 미국 전역을 급유 없이 갈 수 있으며, 각종 첨단시설과 편의장치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익스프레스는 비즈니스 제트기 전문제작사 봄바디어에서 제작한 13인승 전용기로, 동종 기체에 비해 더 멀리, 더 빠르게 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글로벌 익스프레스의 순항속도는 시속 879km, 최대운항시간은 11시간 54분, 최대운항거리는 1만353km로 서울에서 로스앤젤레스(LA), 호놀룰루, 파리, 시드니 등까지 한 번에 운항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삼성그룹과 같은 종류의 보잉 B737-700기 중 75G를 소유하는데, 18인승으로 침실과 회의실 등 각종 고급시설이 옵션으로 설치돼 국내 전용기 가운데 최고급으로 손꼽힌다. 가격은 900억 원 선. LG그룹과 SK그룹은 미국 걸프스트림이 제작한 G550(12인승)을 소유하고 있다. G550은 ‘하늘을 나는 리무진’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탑승감이 좋기로 유명하다. 영국 롤스로이스가 제작한 엔진을 장착했으며 항속거리는 1만2500km, 최고운항속도는 시속 885km다. 운항속도만큼은 대통령 전용기 코드원(B747-400·대한항공으로부터 5년간 임차)에 뒤지지 않는다.

    한진그룹도 글로벌 익스프레스와 B737-700 기종 2대를 보유하지만 대한항공은 이를 비즈니스 제트기(업무용 전용기) 대여사업에 쓰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도 한 번씩 이 전용기를 이용하는데, 대한항공 노선이 없는 곳이나 평창 동계올림픽처럼 급박하게 이동해야 할 때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박 대통령의 방미 때 자사 항공편인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했다.

    이런 가운데 각 그룹이 업무용 전용기를 경쟁적으로 구매해 이목이 집중된다. 구매 시점은 지난해 말에서 올 초로, 모두 기체 내부 개조와 인테리어 작업을 하고 있으며, 국내에 첫선을 보일 시점은 올해 말이나 내년 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 그룹이 신규 구매한 전용기 중 가장 눈에 띄는 항공기는 SK그룹이 지난해 10월 구매계약을 체결한 에어버스의 A319CJ이다. 국내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프랑스제 에어버스를 전용기로 구매한 것. 구매 가격은 1000억 원대로 알려졌으며 17인승으로 개조했다. 2014년 말 인테리어 작업을 마치고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문제는 SK그룹이 업무용 전용기를 구매한 시점이 최태원 회장, 최재원 부회장 형제가 회사 돈 횡령 사건으로 한창 재판을 받던 때라는 점이다. 재계 일부에선 아무리 그룹 전체가 사용하는 업무용 전용기라고 해도 과거 실제 운항의 30% 이상을 최 회장이 이용했고, 최 회장의 회사 돈 횡령 재판 여파로 SK그룹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었으며, 전용기 구매의 최종 승인자가 최 회장이라는 점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SK텔레콤 등 SK그룹 주력 회사들의 실적도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전용기 운항 중 3분의 2 이상을 SK그룹 관계사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임원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회장 전용기라 할 수 없고, 에어버스 A319CJ의 구매는 기존 G550 기종의 노후화와 교체 필요성에 따라 그룹 전략위원회가 결정해 이뤄졌다. 항공기의 경우 5년 운항 시 6개월간 대대적인 점검과 수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전용기 운항의 연속성을 유지하려고 미리 구매한 것이다. 기존 G550은 신규 기종이 도입된 후 적절한 조건과 가격으로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용기 5년 만의 교체는 난센스

    최태원(SK그룹) 회장  재판 중 전용기 구입 왜?

    삼성그룹이 소유한 글로벌 익스프레스 기종.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새로 구매한 미국 보잉의 B737-BBJ 기종. 한화그룹이 3년째 쓰는 B737-700 기종(맨 위부터).

    현대차그룹도 1월 기존 B737-700과 같은 종류인 B737-BBJ를 820억 원에 구매해 미국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뒤 내년 봄 국내에 들여올 예정인데, 신규 기종의 구매 배경과 관련해선 SK그룹과 똑같은 주장을 펼친다. 기존 기종의 노후화와 그에 따른 안전성 확보, 운항 연속성을 위해 기존 기종을 팔기 전 신규 기종 구매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 그룹이 소유한 같은 기종의 항공기로 전용기 대여사업을 하는 대한항공 측은 두 그룹의 해명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각 그룹의 전용기는 130인승 이상 상업용 여객기로도 사용한다. 상업용 여객기는 운항횟수가 잦고, 총운항거리가 길기 때문에 5년에 한 번씩 대대적인 점검을 해야 하고 거기에 몇 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게 맞다. 그런데 개인 업무용 항공기는 운항횟수가 적고 총운항거리도 짧아 5년 만에 대대적으로 안전점검(부품 완전 교환)을 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교체를 하면 경비상 큰 손실이 발생한다. 더욱이 이들 항공기는 부품만 모두 교환하면 완전히 새 비행기가 된다. 20년 넘게 운항해도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

    실제로 한화그룹의 업무용 전용기 B737-700(19인승)의 경우 2006년 9월 제작한 중고 항공기를 2010년 9월 구매해 쓰는 것인데, 지금까지 안전점검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구매 후 구조 변경을 하지 않았고 향후 교체하거나 새로 구매할 계획도 전혀 없다. 5년 타면 바꿔야 한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기존 기종과 같은 B737-700을 855억 원에 구매해 뉴질랜드에서 인테리어를 마친 후 올해 말 도입할 예정으로, 6년 이상 된 기존 전용기는 곧 매각할 계획이다. 300억 원이 넘는 인테리어 공사를 두고 뉴질랜드 항공기 인테리어 업자들 간 송사가 벌어지는 바람에 초호화 인테리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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