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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의 ‘망달당달’(망가지느냐 달라지느냐, 당신에게 달려 있다)

술 먹는 사람이 운동을 더 열심히 한다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술 먹는 사람이 운동을 더 열심히 한다

술 먹는 사람이 운동을 더 열심히 한다
2011년 1월 5일자 ‘뉴욕타임스’ 건강·과학 섹션에 운동과 술의 관계에 대한 흥미 있는 칼럼이 실렸다. 칼럼은 먼저 미국 휴스턴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수행해 그 전년도 말에 발표한 논문 하나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음주 성향이 동일한 실험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다른 우리에서 3주간 분리해 살게 한 뒤, 한 그룹에는 쳇바퀴를 넣어주어 운동을 시키고 다른 그룹에는 별달리 운동기구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3주 후 이번에는 우리에서 쳇바퀴를 제거한 뒤 각 그룹에 3주간 술을 무제한 공급했다. 그 결과, 연구팀의 예상과 달리 운동을 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술을 현저히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관찰됐다.

뜻밖의 결과를 접한 연구팀은 운동 및 음주가 보상과 관련한 뇌 영역을 공유한다는 점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으리라고 추정했다. 즉 운동 후 느끼는 보상적 만족감에 적응된 그룹의 경우 갑자기 운동기구가 제거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같은 보상 심리를 주는 음주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생명의 물 그리고 약주(藥酒)

칼럼은 이어 또 하나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번에는 미국 성인 남녀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음주자의 운동 성향’에 대해 전화조사를 하고 분석한 내용이었다. 그 결과 음주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0.1% 더 열심히 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음주량이 많은 사람은 중등도 음주자에 비해 일주일에 10분 이상 더 많이 운동하고,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서는 20분 이상이나 더 많이 운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연구팀은 음주자가 폭음하는 경우에는 운동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결과도 덧붙였다.



음주가 운동 시간을 늘리는 이 역설적 현상에 대해 연구팀은 마땅한 해석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흡연자들이 보통 비흡연자에 비해 운동을 덜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잘 못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아마도 음주자들이 운동이 주는 감각적 매력에 더 잘 빠지거나, 함께 하는 스포츠 또는 회식자리가 중요한 연관성을 가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음주에 따라오는 과잉 칼로리 섭취나 건강에 안 좋다는 심리가 보상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해석이야 어떻든 이런 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흔히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장 중요한 건강 수칙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술과 담배는 건강 측면에서 볼 때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백해무익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담배에 비해 적당한 양의 술은 혈액순환 개선이나 스트레스 해소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 위주로 많이 소개되는 건강점수표라는 것을 한 번 살펴보자. 건강점수표는 15~25개 문항을 제시한 뒤 응답자 선택에 따라 점수를 부여해, 일정 점수 이상이 나오면 좋은 건강 상태로 장수 확률이 높고, 반대로 기준 점수 이하가 나오면 위험한 건강 상태로 평가하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3점 만점 문항의 경우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3점, 가끔 하는 사람은 1점,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0점을 준다.

질문 중에는 보통 응답자 집안의 병력이나 본인의 과체중 정도, 흡연 여부를 묻는 일반적인 내용이 포함되는데, 흡연의 경우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다’는 대답이 당연히 가장 높은 점수로 매겨진다. 그런데 술에 관해서는 조금 묘하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술은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마시는 쪽에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중요한 것은 정도의 문제이다. 적당한 음주의 긍정적 효과에도, 사람에 따라 그 정도가 지나치면 건강에 해가 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한 개인의 정신적, 육체적 파멸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에게 주어진 것을 어떻게 슬기롭게 활용하는지는 결국 각자에게 달렸고, 이런 면에서 술은 마치 양날의 칼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적당한 음주 여부가 관건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술은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의 병을 치료하라고 신이 선물해준 신비의 액체로 인식돼왔다. 오늘날 잘 알려진 위스키도 그 어원을 따져보면 ‘생명의 물’이라는 뜻에서 왔고, 우리나라에서 술을 흔히 약주(藥酒)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개념과 무관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런데 운동을 즐기는 사람 중에는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종교적 이유와는 무관하게 약간은 맹목적으로 ‘운동=금주’라는 등식에 사로잡힌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원래 술을 마시지 않거나 전문 운동선수가 자신의 직업적 성취를 위한 결심을 다잡으려고 금주를 실천하는 것에는 그 어떤 하자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평소 어느 정도 음주를 즐기던 아마추어 운동 애호가가 모든 개인적 즐거움과 사회적 모임을 포기한 채 마치 금주가 운동의 필수조건이나 되듯이 지키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마추어 운동 애호가에게 운동이란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본연의 인생 항로를 윤택하고 보람 있게 만들어가는 수단일 뿐이다. 자칫 수단이 목적을 앞서다 보면 개의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질 뿐 아니라, 결국 목적으로 가는 항로에서 중간에 지쳐 포기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연구결과가 증명하듯 음주의 정도가 관건이지, 음주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망가지느냐 달라지느냐는 결국 나 자신에게 달렸을 뿐, 애꿎은 술만 탓할 게 아니라는 뜻이다.



주간동아 2013.07.08 895호 (p78~79)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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