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詩 한마당

창문

  • 정호승

창문

창문
창문을 닫으면 창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을 닫으면 문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이 창이 되기 위해서는

창과 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창문이



닫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다

지금까지는

창문을 꼭 닫아야만 밤이 오는 줄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창문을 열었기 때문에

밤하늘에 별이 빛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제 창문을 연다

당신을 향해 창문을 열고 별을 바라본다

창문을 열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문을 닫고 사는 사람이 많다. 이제는 여름에도 문을 닫고 산다.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에어컨 공기가 더 시원하다고들 한다. 우리 집은 가난해 문을 연 채 선풍기와 부채로 산다. 창문을 여니 여름이 보인다. 내가 걸어가야 할 먼 길이 보이고, 걸어온 길이 다정하게 나를 바라본다. 앞집 열려진 창으로 외투를 입은 고양이가 나를 보고 있다. ─ 원재훈 시인



주간동아 2013.07.08 895호 (p5~5)

정호승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32

제 1232호

2020.03.27

n번방이 다시 숨은 곳, 디스코드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