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1

2013.06.10

행복한 결혼이란… 부부 파트너십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

  • 김유림 월간 ‘신동아’ 기자 rim@donga.com

    입력2013-06-10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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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결혼이란… 부부 파트너십
    모든 이혼의 시작은 결혼이다. 이혼 후 ‘남보다 못한 남’이 된 이들도 연애, 청혼, 결혼이라는 상상만 해도 달콤한 과정을 거쳤다.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은 결혼과 이혼을 한 연장선에 올려놓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필요조건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내일이면 인생이 바뀌는 두 커플이 있다. 내일 10년간의 결혼생활을 마치고 이혼하는 40대 부부 캐서린과 잭, 그리고 내일 결혼하는 30대 커플 캣과 존이다. ‘결전의 날’을 앞둔 두 커플은 심란하기만 하다. 캐서린은 늘 장난스럽고 만족스럽지 못했던 남편과 헤어지는 게 시원하기는커녕, 섭섭한 마음에 쇼핑과 술에 기댄다. 어린 여자와 바람피워 이 ‘사단’을 만든 남편 잭은 아내 캐서린을 붙잡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모른다. 잡지 에디터로서 성공의 기회를 잡은 30대 캣은 결혼과 출산으로 달라질 삶이 두렵다. 결혼하면 밤마다 캣과 같이 지낼 수 있지만 평생 한 여자와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픈, 마냥 철없는 남자 존에게는 가장이라는 의무가 무겁기만 하다.

    행복한 결혼과 불행한 이혼. 극단적인 결정을 앞둔 두 커플이 모두 불안과 기대, 그리고 후회라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는 점이 흥미롭다. 똑똑하고 철저한 캣과 캐서린, 우유부단하고 다소 무능력한 존과 잭의 모습은 정말 닮았다. 두 커플의 최대 갈등 요소이자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가 아이라는 사실도 같다. 이 때문에 30대 커플은 40대 부부의 과거이고, 40대 부부는 30대 커플의 현재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서 40대 부부가 선택할 내일의 결과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소극장 뮤지컬인 만큼 무대의 제약이 많아 장면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큰 소파가 무대 중간에 덩그러니 놓인 세트는 유명 연극 ‘라이어’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라이어’의 경우 워낙 장면 전환이 빠르고 대사와 반전이 많아 관객이 지루할 틈이 없던 반면, 이 뮤지컬은 각 인물이 속마음을 독백하는 장면이 너무 많아 다소 지루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의 박수소리가 줄어드는 이유도 그래서가 아닐까.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에 따라 해피엔딩일 것이라는 사실을 관객도 짐작하고 있을 테니 세부 장면을 더욱 촘촘하고 흥미롭게 채워야 했는데 아쉽다.

    행복한 결혼이란… 부부 파트너십
    그 대신 남과 여를 상징해 극명히 대비되는 조명을 이용한 장면과 문 4개를 통해 주인공의 심리 상태, 현재 상황을 보여준 것은 돋보이는 시도다. 존이 TV 퀴즈프로그램을 보다가 자기 인생을 퀴즈를 통해 설명하는 장면, 주인공들이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면서 공황 상태에 빠진 듯 마치 꼭두각시처럼 춤추는 장면 등에선 탁월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두 커플의 하룻밤 진한 고민의 결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두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 이상의 파트너십이라는 깨달음이 남는다. 최근 tvN ‘SNL 코리아’를 통해 화제를 모은 배우 김슬기가 캣 역으로 출연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관객의 기대가 크다. 9월 1일까지, 서울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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