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1

2013.06.10

“‘Not big, but best’, 몸집보다 ‘탁월한 병원’ 지향”

인터뷰 | 김린 고려대 의무부총장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13-06-10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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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 big, but best’, 몸집보다 ‘탁월한 병원’ 지향”

    김린<br>● 1954년생<br> ● 고려대 의대(학사, 석사, 박사) 졸업<br> ● 고려대 안암병원 임상강사, 신경정신과장<br>● 고려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부교수, 교수<br> ● 現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김린(59·사진)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2011년 12월 취임 이래 고려대의료원(의료원)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워 연구중심병원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주인공이다. 김 부총장은 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을 맡던 2005년부터 연구인력 양성, 조직 개편, 시설 및 예산 투자에 집중해왔다. 특히 의과학연구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대학원 연구전담교수를 의료원 산하 병원에 채용해 임상교수와 합동 연구를 수행케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연구중심병원 관련 세미나도 정례화했으며, 관계 정부기관에 교수가 진출해 보직을 수행하도록 뒷받침하기도 했다.

    첨단보건의료 연구개발과 사업화에 매진

    또한 고려대 연구교학처장과 의료원 산하 병원별 연구부원장 직제를 신설하고 실무팀을 가동하는 등 연구중심병원의 기반을 닦았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의료원의 연구역량이 높아졌으며, 전국 의료기관 중 3~4위 규모의 연구비를 확보할 정도로 성장했다. 현재 의료원 연구비는 의료원 진료수익 대비 전체 예산의 8%가량 투입된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2016년까지의 매출 대비 연구비 비중을 이미 충족하는 수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 부총장은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의대 뉴욕병원 펠로,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수면센터 연구교수, 고려대의료원 기획조정실장·대외협력실장, 고려대 안암병원 원장, 대한수면의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된 소감과 각오는.



    “무엇보다 밤을 낮같이 밝히는 열정으로 애써준 의료원 구성원들에게 감사한다. 또한 장기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안암·구로병원 동시 지정이라는 결실로 맺어져 매우 기쁘다. 이제 의료원은 안암·구로 연구중심병원이라는 2개의 강력한 성장엔진을 가동해 첨단보건의료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활성화할 것이다. 진료 과정에서 도출한 환자의 요구사항을 바로 연구에 반영하는 현장 중심 중개연구 플랫폼인 ‘탁월한 병원’을 구축해 대한민국 의료산업을 선도하는 연구중심 병원으로 도약하려 한다.”

    ▼ 그동안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연구개발 강화를 지향하는 비전과 발전전략을 세웠던 것으로 안다.

    “먼저 글로벌 수준의 연구능력을 갖춘 의생명과학자를 교수로 임용해 임상의사들과의 공동연구를 유도해왔다. ‘Vision 2020 인재양성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젊은 임상의학자 양성에도 힘써왔다. 더불어 연구부원장 직제를 신설해 연구에 대한 책임경영제도를 확립했고, 병원에 연구관리팀을 신설해 지원조직도 정비했다. 의료원 역시 연구 관련 지원체계를 확립했다. 인프라 면에선 의과학연구지원센터 설립을 통해 연구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려대 의대에 국제적 규격을 갖춘 무균실험동물센터를 개소해 임상연구 토대를 마련했다.”

    ▼ 그간 의료원은 다른 대형병원에 비해 규모나 진료환자 수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평가가 없지 않았다. 이번 연구중심병원 지정으로 진료와 연구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나.

    “그동안 소위 ‘빅4’ 병원에 비해 소외된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의료기관이 대형화, 규모의 경제를 발전전략으로 내세울 때 우리 의료원은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재인증을 받는 등 진료 질의 향상과 더불어 연구중심병원으로서의 기반을 다져왔다. 연구능력이 뛰어난 병원은 의학을 선도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진료 질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진료 중심 의료기관과 달리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형병원 진지한 자성 필요

    “‘Not big, but best’, 몸집보다 ‘탁월한 병원’ 지향”
    ▼ 의료원은 10개 연구중심병원 중 2개 병원을 보유했는데, 앞으로의 연구중심 운영 전략은 뭔가.

    “의료원은 산·학·연 공동연구개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개방형 중개연구를 통해 많은 투자 없이도 연구가 효과적이고 신속히 산업화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연구개발 투자로 연계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 창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안암병원은 주변의 고려대 의대, 이공대, 생명과학대, 보건과학대를 비롯해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10여 개의 연구소, 병원, 대학과 아카데믹 메디컬 클러스터를 구축해 연구자원을 공유하는 개방형 연구개발 모델을 지향한다. 구로병원 또한 인접한 구로디지털단지를 비롯해 국내외 유수 연구소와 다국적기업, 대학 등과의 외부 연구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연결해 공동연구개발 네트워크를 공고히 할 예정이다.”

    ▼ 대형병원들의 몸집 불리기에 대한 의료인으로서의 지론은? 병·의원이 양극화된 국내 현실에서 대형병원의 임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간 대형병원은 대형화를 통한 규모 경쟁에 편중해왔다. 우리나라에선 큰 병원이 좋은 병원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있는데 규모가 크다고 다 좋은 병원은 아니다. 따라서 몸집 불리기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임상연구 역량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Not big, but best’가 돼야 하는 것이다. 병·의원 양극화에 대해선 먼저 대형병원 본연의 임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자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형병원은 지역병원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따라서 공생관계에서 상호 발전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 연구중심병원 지정이 고려대 의대 학생들에겐 어떤 영향을 끼치리라 전망하나.

    “연구중심병원 지정은 외형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모교 브랜드 이미지에 부합하는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의료원은 그동안 연구와 교육으로 병원 패러다임을 전환해왔다. 고려대 의대 학생들은 상위 0.3%에 해당하는 훌륭한 인재들이므로 이런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의사로 성장할 것이다. 연구능력이 뛰어난 병원 조성과 우수 연구인력 육성을 통해 대한민국 최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고려대 의대에서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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